금오산 정상의 약사암 ‘대혜 주지스님’

금오산 정상의 약사암 ‘대혜 주지스님’

관리…

오르는 것만으로 감동을 주는 기도 효험 높은 곳

금오산 정상의 약사암 ‘대혜 주지스님’


경상북도 구미시·칠곡군·김천시의 경계에 있는 금오산은 평지 가운데 976m의 높이로 우뚝 솟아 있는 한국의 명산 가운데 하나다. 기암괴석이 조화를 이루고 계곡이 발달되어 경관이 뛰어난 산으로, 1970년 한국 최초의 도립공원으로 지정되기도 했다. 주봉인 현월봉(懸月峯) 정상에는 약사도량의 정기를 품은 약사암이 자리하고 있다. 산세가 높고 험하여 올라가기에 힘이 들지만 그 곳을 방문하는 것만으로도 큰 기도요, 성불을 이룰 수 있는 곳이다. 이 곳을 이끌고 있는 대혜 주지스님을 직접 만났다. 왕복 3시간은 걸리는 금오산 정상 약사암에서 인터뷰를 위해 하산해 오신 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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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혜스님이 금오산 약사암에 발령 받은 것은 2017년. 험한 산세를 타고 오르락내리락 해야 함이 힘들지는 않을까? 중생의 어리석은 질문에 대혜스님은 “살아생전에 언제 이런 천상에 살아보겠습니까. 오르내리기 힘든 것은 감내 해야죠.”라는 현답을 내어 놓았다. 일반인의 걸음이라면 3시간은 족히 걸리는 코스지만 대혜스님의 발걸음이면 쉬엄쉬엄 올라가도 1시간 반 정도면 다다를 수 있다고.

 

하지만 일반인들은 아무래도 산세가 험한 탓에 직접 오고 싶어도 쉽사리 올라오지는 못한다. 거의 전화 접수를 통해 인등을 켜고, 연등을 켜는 신도들이 많다고. 그는 “금오산 약사암은 높은 곳에 위치한 만큼, 다다르기 위한 길이 육체적으로 힘들 수는 있습니다. 그러나 오르고 나면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정진하며 그 자체로 위안을 얻을 수 있는 곳입니다. 약사암에 올라오는 것 자체만으로도 큰 기도입니다. 올라오는 자체가 3천배요. 성불하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래서 절실한 분들은 꼭 찾아주시지요.”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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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금오산 약사암은 태양의 기운이 크고 약사도량의 정기도 강해 기도의 효험이 큰 것으로 알려지면서 전국적으로 찾는 사람이 많

다. 소원을 성취할 수 있는 산이고 절이기 때문이다. 대혜스님은 “약사암은 의상대사님의 수행처로서 역사가 깊은 절입니다. 한 번 와보

시면 최고의 감동을 받을 수 있을 것입니다. 올라오는 것만으로도 모든 근심 걱정을 덜 수 있죠.”라며 꼭 방문해 볼 것을 권했다. 약사암

내에는 100명 정도 수용할 수 있는 공간도 마련되어 있어 사전에 연락만 미리 주고 올라온다면 1박 2일 코스로 다녀가기에도 좋다.


대혜 주지스님은 산을 찾는 사람들이 조금이라도 더 편안하고 쉬울수 있도록 구미시에 계단을 제안하기도 했다. 험한 길에 계단을 설치

하고 겨울에도 미끄러지지 않게 하는 시설을 마련해 자연친화적 이면서도 아름다운 둘레길을 가꾸고 있는 것. 대혜스님은 “아름다운 경관을 간직한 금오산이 너무 방치되고 있는 것 같다. 이정표도 자세히 세우고 험한 곳에 계단 보수 한다면 구미의 명소 중에 명소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고 전했다. 현재 케이블카만 중턱까지 이어지고 있지만 모노레일도 논의되고 있는 만큼 앞으로 약사암 참배도 더 쉬워지지 않을까 하는 기대도 전했다. 더욱이 근처에는 임진왜란 때 왜적을 방어하는 요새지로 이용되었던 산성도 있어 볼거리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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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혜스님은 금오산 약사암과 특별한 인연으로 맞닿아 있다고 소개 했다. 우선 금오산에서 가장 크고 시원한 대혜폭포는 그의 법명인 ‘대

혜’와 같다. 대혜폭포는 물이 부서지면서 내는 소리가 금오산을 울릴 만큼 크고, 내려가 김해 전체를 적시는 ‘큰 은혜’라는 뜻으로 붙여진

이름이다. 금오산 정상을 가리키는 현월봉(懸月峯) 역시 대혜스님의 과거와 연결된다. 달이 뜨는 모습이 아름다워 지어진 현월봉이라는 이름은 달이 밝던 어느 날, 한밤중에 달을 보며 출가했던 대혜스님의 옛날을 떠올리게 하기 때문. 

 

그는 “너무나 신기한 일이 많다. 이 곳의 대혜폭포와 법명이 일치하고 달의 정기로 가득찬 현월봉 이름역시 나와의 인연으로 맞닿아 있는 것 같다. 몇 해 전 지리산에서 방사한 반달곰이 수도산을 거쳐 금오산까지 왔다는 소식을 들었다. 원래 부처님을 3분 중 한 분은 약사암에, 한 번은 수도산 수도암에 한 분은 직지사에 모시는데 곰이 온 여정도 그와 일치해 그 역시 신기했다. 과연 인연법이 있는 것 같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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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혜스님은 금오산 약사암에서의 소임이 끝나면 이전에 논문으로 냈었던 ‘불교의 차 문화’에 대한 책을 엮어 출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기존에 출판했던 책 ‘한글 산행의식집’ 역시 수정을 거쳐 재인쇄를 기다리고 있다. 또한 대혜스님은 “흩어져 사는 스님들이 공동체를 이루어 포교 활동하는 것에 매력을 느끼고 있다” 면서 앞으로는 수행공동체, 포교공동체를 펼치려는 뜻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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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사암을 소개하고자 먼 길을 직접 내려와 큰지혜를 들려주신 대혜스님은 인터뷰 후에는 바로 다시 산 정상 약사암을 향해 발걸음을 옮기셨다. 위안과 기도가 필요한 중생이라면 아름다운 달빛이 비치는 그 곳에서 기다리고 있을 대혜스님과 약사암을 향해 떠나보자.

 

김태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