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농조합법인 제주감귤마을 허민철 대표

영농조합법인 제주감귤마을 허민철 대표

김병…

인터넷 직거래로 250농가의 연 매출 120억 원

영농조합법인 제주감귤마을의 새콤달콤한 귤 이야기 ‘과일은 맛있어야 한다’

 

제주의 특산품하면 누구나 귤이라고 할 것이다. 제주의 귤은 일제 강점기 때 일본에서 들어온 온주귤이 자리 잡은 것이다. 물론 선사시대부터 내려오던 토종 귤이 있었다. 금귤, 진귤, 청귤, 동정귤 등이다. 고려사와 조선실록에 기록된 귤인데 당시에는 귀한 과일이었지만 현재는 상업적 가치가 없어 재배하지 않는다. 대신 감귤품종과 오렌지품종의 교잡종인 한라봉, 천혜향, 레드향 등 더 달고 향이 강한 상품들이 재배되고 있다. 이름만 들어도 침이 고이는 이 과일들을 공동 출하하여 연 매출 120억 원을 달성한 곳이 있다. 제주 서귀포 효돈에 자리한 250농가가 모여 만든 영농조합법인 제주 감귤마을이다. 제주감귤마을의 제 1원칙은 ‘과일은 맛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제주감귤마을의 허민철 대표는 맛있는 과일을 재배하기 위해 농가를 상대로 재배기술과 품질관리 교육을 진행하고 농가에서 나온 상품들을 인터넷 직거래를 통해 유통시키는 일을 담당하고 있다. 2009년에 조합을 설립할 때만 해도 3억 원이었던 연매출이 지금은 120억 원을 넘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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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 대표는 “직거래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고객 관리이고 한 번 잡은 고객을 놓치지 않으려면 맛으로 승부할 수밖에 없다”며 “과일의 당도를 가장 중요시 한다”고 했다. 때문에 제주감귤마을에는 당도를 측정하는 당도선 별기가 구비되어 있다. 귤은 네덜란드에서, 그 외 한라봉과 천혜향 등은 일본에서 들여온 당도선별기가 맛을 체크한다. 허 대표는 “한번 먹어본 고객이 두 번째 구입 시에 맛이 없으면 굉장히 배신감을 느끼신다”며 “이 부분을 해결하기 위해 15억 원을 투자해 당도선별기를 구입하게 되었다”고 밝혔다. 당도선별기는 최소 브릭스(당도수치)를 맞추기 때문에 맛이 없는 과일을 걸러낼 수 있다. 허 대표는 “한 나무에서 나는 과일도 일조량에 따라 맛이 천차만별이라 한 가족이 과일을 먹는데 누구는 맛있다 누구는 맛없다 하는 경우가 그렇다”며 “과일은 까먹어보고 팔수가 없어 그것이 가장 큰 애로사항” 이라고 말했다.

 

제주감귤마을의 상품은 제주감귤마을 홈페이지를 통해서 판매되고 있고 그 외 우체국쇼핑, CJ홈쇼핑, 네이버쇼핑 그리고 삼성에버랜드로도 나가고 있다. 제주도 토박이인 허 대표는 지난 2006년 귤 농사를 열심히 짓고도 제 값을 못 받는 제주 농민들을 보며 직거래를 고민하기 시작했고 2009년 다니던 증권 회사를 그만두고 조합을 설립해 유통을 담당하게 되었다. 직거래가 되기 전에는 서울 가락동이나 농협 등으로 판로가 나갔다. 매일매일 단가가 다르고 중간 유통 과정에서 남겨먹는 것이 너무 많았던 시절이었다. 바다 건너 육지로 가는 시간이 있어 단가와 시세에 대한 정보도 7일에서 길게는 15일이 걸렸다. 인터넷이 발달하며 이 같은 부분이 해소되었다. 아침에 눈을 떠 인터넷을 켜면 가락동과 농가에서 거래되는 가격을 정확히 파악할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 이러다 보니 중간 유통에서 크게 남겨먹는 관행이 사라지게 되었고 1000여 개에 달하던 유통 라인은 현재 440업체로 줄어들었다. 허 대표는 수요보다 공급이 넘치는 상황이어서 업계에서는 사향 산업이라고 하지만 그래도 하는 사람은 잘 하고 있다며 자신만의 전략만 있다면 도전해 볼 만한 일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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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 대표는 현재 120억 원의 연 매출을 200억, 300억 원으로 불릴 계획을 세우고 있다. 국내에서 못 미치는 수요를 해외에서 찾고자 관련 기관과 협의 중이다. 귤 산업을 장려하는 제주도 지자체의 도움도 크다. 해외 수출 길을 뚫기 위한 노력도 함께 하고 있어 행정적인 부분에 있어서도 큰 어려움이 없다. 현재 제주감귤마을은 홍콩, 대만, 말레이시아로 수출하고 있다. 향후에는 베트남으로의 출하도 계획 중이다. 그러나 수출 상품으로서는 아직 경쟁력이 약하다. 익는 시간을 고려해 미리 따서 보내긴 하지만 오렌지처럼 장기간 보관할 수 있는 상태로 만들지 못하고 있다. 농가 기술이 바로바로 팔아서 먹을 수 있는 형태로 판매되고 있기 때문이다. 신선도에서는 어느 과일보다 우수하지만 장거리 이동에는 한계가 따른다는 것이다. 허 대표는 “동남아 시장에 가면 한국산보다 일본산이 더 많은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며 “우리도 경쟁력을 높여 그러한 부분을 고민하고 개발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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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의 고령화가 문제다. 농가에 가면 일꾼들이 모두 노인들이다. 가까운 나라 일본만 봐도 그러하다. 지금 이 땅에선 3kg, 5kg, 10kg으로 판매되고 있지만 일본은 편의점처럼 2개, 4개가 들어간 소포장으로 판매되고 있다. 노령화된 인구로 농가의 생산량이 급속히 줄어들며 나타난 현상이다. 허 대표는 “그렇게 먹는 과일은 즐기며 먹을 수 있는 과일이 아니다”며 “우리 농가에도 젊은 피가 시급히 유입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조합 내 사무실 직원도 부족하다. 현재 사무실에는 6명이 근무 중인데 하루 8,000건의 택배물량이 나올 때는 손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허 대표는 “인터넷을 이용한 상품 판매와 고객 관리로 모두 각자의 몫을 넘치게 하고 있다”며 “연 매출 200억 원을 넘기려면 직원은 더 필요해 상시 모집 중”이라고 말했다.

 

노란 색을 위해 강제로 착색하거나 매끈하게 보이기 위해 칠하는 왁스 코팅도 거부하며 자연의 맛을 찾고자 노력하는 제주감귤마을, 250농가가 애면글면하여 생산한 감귤류가 풍부한 일조량으로 잘 영글어 올해도 모든 소비자들의 입맛을 촉촉이 설레게 하길 염원한다.

 

김병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