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불교태고종 ‘백제사’ 주지 원오 스님

한국불교태고종 ‘백제사’ 주지 원오 스님

신승…

제주도 교육청 위탁 교육기관 한국불교태고종 ‘백제사’

‘아이들의 참교육에 종교가 앞장서야 할 때, 대안학교를 통해 새로운 교육의 장을 계획하다’

 

제주 애월읍 한라산 광령남 길에 위치한 백제사의 행보가 눈길을 끈다. 2012년부터 제주도 교육청 위탁교육기관으로 ‘청소년 대안교실’을 운영하고 있어서다. ‘청소년 대안교실’은 인성교육의 장이다. 제주도 내 모든 중·고등학교에서는 불협화음을 일으키는 아이들을 백제사로 보낸다. 아이들은 이곳에서 반성과 함께 세상의 이치를 배우게 된다. 그러나 백제사 주지 원오 스님은 현재 운영되고 있는 ‘청소년 대안교실’에 대해 아쉬운 점이 많다며 보다 더 확대해 ‘청소년 대안학교’를 설립할 새로운 원을 세우고 있다.

 

1806본문ok.jpg

 

백제사가 제주도 교육청 위탁교육기관으로 ‘청소년 대안교실’을 만들어 아이들의 인성교육을 맡은 지 7년째다. 제주도 내 모든 중·고등학교에서 문제시 되는 아이들을 이 프로그램에 참여시키고 있다. 아이들은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4박 5일간 백제사에 머무르며 이곳 스님들에게 인성교육을 받게 된다. 새벽 6시 예불을 시작으로 아침 공양과 올레길 산책이 이어지고 아침 9시부터 수업을 시작한다. 수업은 명상, 인성법문, 미술심리와 상담, 한라산 등반, 108배, 1자1배 등이 있다. 그 외 외부강사를 초청한 특별강의도 진행된다. 원오 스님은 외부강의가 교육청 지원으로 이루어지고 있어 받고 있지만 아이들에게 깊이 다다가가는 효과는 크지 않다고 했다. 외부강사가 와서 강의하면 다 좋은 이야기 이기는 하나 아이들이 받아드릴 자세와 준비가 안 되어 있다고 스님은 지적했다. 강사가 강의하는 동안 대부분이 자거나 딴 짓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아이들에게는 말로 하는 수업보다 몸으로 실천하는 수행을 통한 교육이 더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1806본문ok2.jpg

 

백제사에 찾아오는 아이들은 해마다 6, 700여명에 이른다. 이중에는 사실 별일도 아닌 사건이 확대되어 오는 경우도 많다고 했다. 질풍노도의 시기에 한번쯤 있을 법한 일인데도 우리사회가 모두 폭력으로 몰고 아이들을 범죄자 취급을 한다는 것이다. “우리 때는 다 싸우면서 컸잖아요. 싸우기도 하고 화해하기도 하고 용서하기도 하고 그러면서 성장하는 건데 요즘 보면 부모들이 그걸 못 참고 못 기다려요. 사회가 죄다 폭력으로 몰아가고 아이들을 가해자, 범죄자 취급을 합니다. 그것이 안타깝지요. 그 아이들도 트라우마가 생기거든요” 스님은 가해자든 피해자든 서로의 입장을 살피고 서로가 조금씩 양보하면 학교 폭력 위까지 가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그것이 바로 교육이라고 했다.

 

1806본문ok3.jpg

 

“요즘 아이들이 절제가 안 됩니다. 이것은 가정교육이 잘못 되었다는 것이지요. 어려서부터 부모가 되고 안 되는 것을 분명히 가르쳐야 하는데 요즘 부모들은 아이들이 조금만 떼를 쓰거나 고집을 부리면 그냥 해주고 맙니다. 이게 사랑이라고 생각하는데 잘못된 거죠. 진짜 사랑은 무조건적인 제공이 아니라 되고 안 되는 것을 가르치는 것입니다. 절제를 잘 하는 아이가 사춘기도 무난히 보내고 큰 인물로 성장할 수 있습니다. 이걸 모르니 나중에 땅을 치고 후회한들 어찌 하겠습니까. 또 어떤 부모들은 ‘학교에 교육시키려고 보냈는데 아이들을 안 가르치고 뭐하냐’고 되레 따지는 부모들이 있어요. 인성은 기본적으로 가정에서 만들어지는 겁니다. 학교는 키워나가는 곳 이구요. 그래서 가끔 부모도 여기 함께 들어오는 경우가 있습니다” 스님은 요즘 선생님들이 참 불쌍하고 또 존경스럽다고 전했다.

 

1806본문ok4.jpg

 

법당에 부처님과 부처님을 보위하는 신장님들 때문일까. 아이들은 이곳에 들어오면 속세에 있을 때 보다는 다소 엄숙한 태도를 가진다고 했다. 그럼에도 아이들은 스님을 ‘들었다 놨다’ 한다. 원오스님은 “그것이 나에게는 인욕행이 아니겠느냐”며 “그래도 아이들이 변하는 것을 보면 이래서 교육이구나 하는 것을 느낀다”고 말했다. 한번은 아침에 아이들과 공양을 하는데 아이들 얼굴이 잔 것도 아니고 안 잔 것도 아니고 그래서 왜 그런가 하고 알아봤더니 아이들 사이에서 ‘새탈’이란 단어가 돌더라는 것이다. 새탈이 무언인고 했더니 새벽에 탈출하는 걸 새탈이라고 한다는 것이었다. 원오스님은 “처음 대한교실을 열고 3, 4년간은 참 고생스러웠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그리고 이제는 새탈 못하게 시스템을 잘 갖춰놓았다며 미소를 지었다.

 

1806본문ok5.jpg

 

원오 스님은 대안교실이 4박 5일로 짧게 이루어져 아이들 교육에 한계가 있다며 한 달, 두 달, 많게는 석 달까지 아이들을 데리고 교육할 수 있는 대안 학교가 설립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현존하는 대안 학교들과 다르게 아이들을 일정기간 교육하고 다시 학교로 돌려보내는 시스템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얼마 전 사설 소년원을 운영해 볼 의향이 없냐는 지자체의 건의가 있었지만 소년원 보다는 대안학교가 이름도 좋고 아이들에게도 더 낫다고 했다. 이어 아이들의 인성을 함량 하는데 종교계가 발 벗고 나서야 할 때라고 했다. 믿음과 신앙으로 아이들을 교화하는 것이 효과적이라는 말이다. 또 일본을 보면 우리보다 생활 불교가 잘 정착되어 있는데 원문을 쓰는 한국과 달리 번역본으로 불교를 전파하기 때문이라며 우리도 한국어로 번역된 경전을 더 많이 보급하고 전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1806본문ok6.jpg

 

불교에서는 업을 짓지 말라고 한다. 업을 지으면 그 업을 다시 받아야하기 때문이다. 타고나는 팔자도 전생의 업으로 생성된다. 그러니 어떤 일을 겪어도 남 탓할 것이 없다. 원오 스님은 아이들과 함께 올레 길을 걸으며 불법을 통한 세상의 이치로 아이들을 교화하고 있었다. 이것을 이해하면 아이들도 잘못된 행동을 저지르기 전에 자신을 되돌아 볼 수 있게 된다고 했다. 어떤 것이 자신에게 더 유리한 것인지 어떤 것이 자신에게 더 악이 되는 것인지 깨닫게 되는 것이다. 원오 스님은 행복한 삶을 추구하라고 전했다. 돈을 쫓지 말고 행복을 쫓으라고 했다. 행복은 하고 싶을 일을 할 때 생겨나니 하고 싶을 일을 직업으로 삼으라고 했다. 돈은 쫓아오는 것이지 우리가 쫓는 것이 아니라 했다. 부모들에게도 그들의 자녀가 정말 행복하길 바란다면 아이들이 하고 싶은 일을 하도록 밀어주고 격려하라고 마지막 말을 남겼다.

 

제주도 백제사는 템플스테이 지정 사찰이다. 종교를 떠나 마음의 여유와 휴식을 찾고 싶다면 제주 관광을 겸한 백제사의 하룻밤을 권해본다. 대안교실이 열리는 학기 중이 아닌 주말과 방학에는 누구나 이용 가능하다.

 

신승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