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통무예의 길을 가다.

정통무예의 길을 가다.

김태…

대한검도회 국송검도관 왕일권 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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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복을 입고 호구를 쓰고 수련을 하게 되면 상대방에 대한 배려, 서로 간에 지켜야 할 예의, 그리고 자신감과 결단력을 배우게 됩니다. 그리고 그 과정 속에서 인내와 끈기를 습득하게 됩니다.” 전통 검법 수련을 고수하고 있는 칠곡 국송검도관 왕일권 관장은 검법의 수련에 인간이 지녀야 할 덕목을 강조하고 있었다. 1994년 대한검도회 공인 4단에 합격한 이후 심판 3급 및 사범 자격을 취득하고 검도관을 개관, 운영하며 경북검도회상임이사, 경북검도연합회이사, 칠곡경찰서 무도(검도)지도관을 역임해 온 왕일권 관장은 단 한명의 제자를 위해서라도 도장의 문을 열 것이라며 검도인이자 지도자로서의 긍지와 자부심을 가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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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도하면 검은 도복과 목검이 가장 먼저 떠오른다. 절제된 의상에서 부터 날렵하게 휘두르는 검법의 행위는 무예의 절정을 느끼게 한다. 심신을 단련함에 예의를 다하고 신의를 무엇보다 중요시 여기는 것이 검도인의 자세임을 안다면 무예의 꽃이야 말로 검도가 아닐까 싶다. 중국 춘추전국시대에 집필된 <한서>에는 (), (), (), (), 즉 신의와 청렴, 자애와 용기 없이는 검()을 논하지 말라는 기록이 있다. 지금으로부터 약 2500년 전에도 검법에 대한 의의는 사람으로서 지녀야 할 덕목, 의로움() 이었던 것이다.

 

어린 시절 나무막대기를 옆구리에 차고 전쟁놀이를 했던 적이 있을 것이다. 남녀노소 불문하고 누구나 한번쯤은 이런 추억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이러한 놀이가 바로 검도의 원형이라니 그 역사를 따진다면 아마도 수 천, 수 만년 거슬러 올라갈 것이다. 우리나라에는 <삼국유사>에 김유신이 검술을 연마하여 국선이 되었다는 기록이 있고 조선 정조 14년에 간행된 <무예도보통지>에는 신라 화랑 황창랑으로 부터 기원된 세계 최고의 검법 본국검법이 수록되어 있다. 이를 통해 우리는 검도의 전통성을 엿보게 된다.

 

최근에 이르러 많은 도장들이 심신을 단련하는 수련보다 놀이체육으로 변형을 추구하는 가운데 한결같이 전통 무예의 길을 걷고자 하는 이가 있으니 바로 칠곡 국송검도관 왕일권 관장이다. “도복을 입고 호구를 쓰고 수련을 하게 되면 상대방에 대한 배려, 서로 간에 지켜야 할 예의, 그리고 자신감과 결단력을 배우게 됩니다. 또 전통 검법 수련으로 수업은 다소 힘들지만 오히려 아이들은 그 과정 속에서 인내와 끈기를 습득하게 됩니다.” 왕일권 관장이 전통 무예를 고집하는 데에는 다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

 

국송검도관의 수련생들을 보니 대부분이 초등학생 이상이다. 유치원생들이 많아야 관으로서도 수익을 낼 수 있을 텐데 유치원생을 받지 않았다. “저희 관은 놀이 보다 무술 수련에 맞춰 수업이 진행되기 때문에 수련이 고되고 힘든 부분이 있어 유치원생을 받지 않고 있습니다. 다만 현재 유치원생이 두 명 다니고 있는데, 이 아이들은 체격을 비롯해 전반적인 발달 사항이 뛰어나 특별이 입관하게 된 것이고... 사실 아이들이 초등학교에 다니면서 부터 학원으로 전전하기 때문에 유아기 시절만이라도 저는 부모님들과 함께 더 오랜 시간을 가지라고 말씀 드립니다. 부모와 자식이 함께 할 수 있는 소중하고 귀한 시간이거든요. 그 시기를 잘 보낸 후에 기초 체력과 근력이 생기면 그때 도장으로 보내라고 합니다.”

 

도장은 관원들이 많아야 살림이 넉넉해지는데, 유치원생을 받지 않다보니 관원도 늘지 않고 살림이 예전 같지 않다. 요즘 아이들은 초등학교만 가더라도 공부하기 바빠 운동을 멀리 하기 일쑤고 내수 경기가 침체되다 보니 가정 형편이 기울어 다니고 싶어도 다니지 못하는 친구들도 있어서다. 때문에 많은 도장들이 유치원생을 모집하고 유치부에 주력하는데, 왕일권 관장은 전통 검법 수련으로 유치원생을 받지 않았다. 도장 살림에 대해 그는 조금 덜 쓰고 조금 더 아끼면 되지요.”라고 말했다.

 

국송검도관에는 10km 떨어진 왜관에서 다니는 제자도 있고 구미에서 오는 제자도 있다. 타 관처럼 관원들로 바글바글 하지는 않지만 진국같은 제자들이 검도를 수련하고 있다. “단 한명이라도 검도를 배우겠다는 제자가 있으면 그 아이를 위해서라도 문을 열 것입니다.” 이렇게 말하는 왕일권 관장은 검도에 대한 긍지와 자부심으로 훌륭한 제자를 키워 내는데 더 큰 보람과 희열을 느끼고 있었다.

 

검도에 대한 사랑은 제자를 키워내는 데만 있지 않았다. 그에게 유일하게 하나 있는 딸에게도 검도를 전수했다. 딸이 검도 특기생으로 중학교 때부터 외지로 나가 선수 생활을 시작했고 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대학까지 마쳤다. 아버지의 뜻에 따라 건장한 검도인으로 성장한 딸은 현재 자신이 꿈꿔왔던 또 다른 일을 해보고 싶다.’며 타지에서 다른 일에 매진하고 있다. 하나뿐인 딸에게 자신이 가장 아끼는 것을 전수했고 그 딸은 완전 무장한 검법의 날개를 달고 세상을 향해 날아간 것이다. 아버지로서, 관장으로서 이보다 더 보람되고 든든한 일이 있을까. 현재 국송검도관에서는 여성, 주부 검도 수련생을 모집 중이다. 체력단련과 호신을 위해 자녀들이 학교 가고 없는 평일 오전에 시간을 내 배워보면 좋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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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관들의 필수 과목 검도, 올바른 수련으로 자신을 보호해야.

몇 해 전 왕일권 관장은 칠곡 경찰서 검도 지도관을 맡아 경찰관들의 검도 수련을 도왔다. 당시 경찰서장의 제안으로 시작해 진행됐는데. 시간이 지나며 무실해졌다. 왕일권 관장은 요즘 같이 강력범죄가 많이 일어나는 시기에 경찰관들이 반드시 숙지해야 하는 필수 무예가 검도가 아니겠느냐며 역사를 거슬러 보아도 검도는 경찰관들의 필수 과목이었다고 강조했다.

 

검도의 전통을 지키고 그 명맥을 이어가고 있는 왕일권 관장은 검도 특기로 진주국립경상대학교를 졸업하고 1994년 대한검도회 공인 4단에 합격해 이후 심판 3, 사범 자격을 취득한 후 검도관을 개관해 운영해 왔다. 전 경북검도회 상임이사, 생활체육 경북검도연합회 이사, 칠곡 경찰서 무도(검도) 지도관을 역임했고 칠곡군 최우수 도장으로 명성을 날렸다. 20여 년 전 칠곡군에 도장 문을 열고 해마다 우수한 선수를 배출, 전국 검도 대회에 출전해 우수한 기량으로 좋은 성적을 기록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