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답고 편안한 절

아름답고 편안한 절

김태…

아름답고 편안한 절

해인사 법기암주지 대훈 스님

나도 부처요 너도 부처다

 

생활 속에서 부처님 법을 활용할 수 있어야

언제나 깨어있어야 나를 잃지 않는다.

 

경남 합천군 가야면 해발 830고지, 가야산 국립공원 청정지역에 자리한 해인사 말사 법기암은 지난 2012년 주지 대훈 스님이 세운 절이다. ‘아름답고 편안한 절을 만들자는 원을 세우고 다른 절과는 조금은 다르게 지었다. 보통 가람들은 대웅전과 산신각 그리고 요사채를 기본으로 그 외 지장전, 약사여래불전, 등 필요한 건물을 독채로 증축해 나간다. 그러나 이곳 법기암은 자 형태의 한 건물에 법당과 요사채가 함께 있는 구조로 지어졌다. 지붕은 목조형태의 기와를 얹었고 벽면은 콘크리트를 사용했다. 축대 자재는 이곳에서 출토된 바위들이다. 법기암의 주지 대훈 스님은 아름답고 편안한 절을 만들기 위해 형식에 얽매이지 않고 지은 절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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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발 800고지에 자리한 법기암의 날씨는 강원도 산간지방의 날씨와 같다. 이렇다 보니 추위를 막고 아늑한 실내를 만들기 위해 전통 한옥이 아닌 현대식 콘크리트로 벽을 올렸다. 법당에는 석가모니 부처님을 주불로 모시고 그 뒤로 탱화 대신 부처님이 설법한 금강경의 글귀들이 걸려있다. 부처님과 부처님이 말씀 그리고 삭발한 승려까지. 법기암에는 불법승이 한 자리에 있음을 함축하고 있었다.

 

종무소로 쓰이는 내실에는 시원하게 제작된 통 큰 창이 하나 있다. 그 창을 통해 밖을 바라보니 천혜의 자연이란 이런 곳이 아니던가’, ‘극락이 있다면 이런 곳이 아니었을까라는 상상을 하게 한다. 만물의 평화로움이 한 폭의 큰 그림이 되어 창틀 안에 오롯이 담겨 있다. 아름답고 편안한 절, 그래서 한 번 다녀가면 또 다시 그리워지는 절. 대훈 스님은 기회가 온다면 요사채를 한 채 더 짓고자 했다. 이곳을 다녀가는 신도들이 언제라도 하룻밤 묵고 갈 수 있게 말이다.

 

절밥을 먹는 승려라면 신도들이 불법의 길을 갈 수 있도록 이끌어야 한다.”

법기암은 매월 둘째 주 일요일에 법회를 연다. 대훈 스님은 생활 속에서 부처님의 법을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법문을 펼친다. “스님이 법하지 않으면 신도들은 절에 올라와 아무 것도 모르고 등만 달고, 절만 하고 가게 되는데 그렇게 되면 이생을 떠날 때까지 아무 것도 모르고 가게 된다.”자고로 절밥을 먹는 승려라면 신도들이 불법의 길을 갈 수 있도록 인도해야 하는 것이 책무.”라고 했다. 인과응보와 윤회를 이해하면 자연히 부처님의 말을 아로새기고 실천하게 된다.”내 생활을 바꾸고 내 의식을 바꾸다 보면 마지막에 깨달음에 도달하게 되는 것이라고 설했다.

나도 부처요 너도 부처다

이를 위해서는 항상 깨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내 안에는 부처가 항상 태양처럼 빛을 발하고 있는데 우리 마음에는 그 빛을 가리는 구름이 있다며 그 구름을 걷어 낼 수 있도록 애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나뿐만 아니라 타인에게도 부처가 있다는 것을 알고 항상 공경할 줄 알아야 한다고 설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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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과응보와 윤회를 알면 바른 길로 갈 수밖에 없어

사람은 죽으면 아무것도 못 가져가는데 그 뒤를 졸졸 따라가는 게 있다. 바로 두개의 통장이다. 하나는 선의 통장이고 나머지 하나는 악의 통장이다. 착한 일을 많이 하면 선업에 이자가 붙어 따라 붙고 나쁜 일을 많이 하면 악업이 부채가 되어 따라붙는다. 선업을 쌓을 것인지 악업을 쌓을 것인지 스스로 알아차리고 착하게 살아야 한다.” 간혹 착하게 살다 손해 보는 일을 당하기도 하는데 싸우고 다투고 이기느니 차라리 한 걸음 뒤로 물러나듯 손해 보는 삶을 택하는 것이 낫다. 왜냐하면 이 세상에 공짜는 없고 온 것이 있으면 갈 것이요, 간 것이 있으면 올 것이니 이것이 바로 인과응보라고 설법했다. “이러한 인과응보를 알고 윤회를 알면 나쁜 짓을 할 수 도 없고 누구나 바른 길을 가고자 할 것이니 스스로를 변화하게 된다.”, 내 마음이 청정해 지면 내 주위가 청정해 지고 나중에는 일체시방중생이 모두 깨끗해진다안 좋은 일이 생기더라도 남 탓하지 말고 나를 먼저 돌아보아야 하는 이유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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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무니없는 욕심은 이루어지지 않아.

스님은 법당의 불상에 절을 하고 소원을 비는 기복신앙에 대해 공부하고 수행해서 깨달음을 얻으면 더 이상 불상은 필요 없다.”고 말했다. “불상은 건너야 할 강을 건너기 위한 수단과 방법()이었을 뿐이라며 강을 건넜으면 그 수단과 방법은 강에 두고 가야지 산으로 가져가서는 안 된다.”고 했다. 신이 없다고 단정할 순 없다. 그러나 또 신이 모든 것을 해결해 준다고 말 할 수 도 없다. 이 오묘한 세상 만물에 신이 있어 도움을 준 다 하더라도 그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대훈 스님은 소원을 빌더라도 소박하게, 욕심부리지 말고 빌어야 이루어진다고 했다. 가지고 있는 그릇은 종지만 한데 국그릇에 담길 만큼의 욕심을 부리면 다 쏟아지게 마련이다. 그러니 내가 가지고 있는 능력의 범위 안에서 지혜로운 소원을 빌 줄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마음에 부처가 있으면 좋은 일도 없고 나쁜 일도 없다. 인생은 새옹지마라고 하지 않던가. 그러니 깨달음의 순간이 오면 소원이랄 것도 없다. 그 경지에 가기 위해 우리는 열심히 생활 속에서 또 불교를 실천해 나가야 한다고 설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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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원 없는 사월초파일

법기암은 해마다 사월초파일에 잔치를 연다. 대훈 스님은 신도들에게 이 날 만큼은 절에 와서 소원을 빌지 말고 석가모니 탄생을 축하하는 의미의 등을 달아 달라.”고 부탁했다. 그리고 잘 차려진 음식을 맛있게 먹고 초청공연을 보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면 좋겠다.”고 말했다. 즉 요약하면 석가모니 생일이니 만큼, 뭘 해달라고 기도하지 말고 석가모니 생일은 생일로써 축하만 하자고 말한 것이다. 이 말씀을 듣고 기자도 아차!’ 했다. 지금까지 초파일마다 찾아가 뭘 해달라요구만 했으니 참으로 뻔뻔하고 부끄럽지 않은가. 그럼에도 다시 만날 때 마다 늘 웃어주시는 부처의 미소에 지옥 불에 떨어져 어리석은 중생을 구하겠다고 나선 지장보살의 마음이 고스란히 느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