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권도, 유도, 검도, 합기도 우리나라의 아이들이 가장 쉽게 접할 수 있는 무도 학원들은 이러한 종류가 가장 많이 있을 것이다. 아이들은 이러한 도장을 다니면서 도복을 입고 다른 아이들과 함께 하는 시간을 통해 예의범절을 배우고 몸과 마음을 단련하게 된다. 도장을 보내는 부모님들에게는 어떠한 종류의 도장을 선택한다는 것은 별다른 의미가 없을 것이다. 가장 중요한 선택 기준은, 그곳에서 만나는 관장님과 가르치는 사범님, 다른 학생들과 좋은 관계를 통해 아이의 몸과 마음이 성장하는 것. 아이의 인성교육에 얼마나 도움이 될 것인가, 그것보다 더 중요한 선택 기준은 없을 것이다. 합기도 검무관은 그 선택 기준을 가장 잘 알고 이해하고 있는 곳이다. 이번 고양시 특집에서는 그런 합기도 검무관만이 가지고 있는 무도의 전통을 꿋꿋히 지켜내어 그것을 아이들을 전수하고 있는 곳이 있다고 하여 찾아가 보았다.
고양시 덕양구 행신동의 한 상가건물에서는 아이들의 우렁찬 기합소리가 씩씩하게 들려왔다. 합기도 검무관, 탁 트여 있는 넓은 강당과도 같은 공간에는 벽에도 푹신한 보호매트가 붙어 있었다. 무엇보다도 아이들의 안전에 가장 신경을 쓰고 있는 점이 눈에 띄는 부분이었다.
“얼마 전에 100키로가 넘는 한 친구에게 물구나무를 시켰던 사범을 따로 불러 혼을 냈던 적이 있었습니다. 아무리 운동을 하고 단련을 하는 것이라고 해도 학생을 이해하고 그에 맞는 운동이 우선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의 첫인상은 호탕한 무도인의 모습이었으나, 도복 아래로 느껴지는 그의 모습은 자신의 제자들에 대한 애정이 가득한, 친근한 선생님의 바로 그 모습이었다.
합기도 검무관의 정통성을 유지하기 위한 노력, 사범 - 지도자 양성 교육
전국에 합기도 검무관은 100여 곳이 넘는다고 한다. 그 처음 시작은 1969년도부터, “저희 스승님이 직접 사범교육을 시작해서 조직적인 시스템을 갖추게 되었습니다. 저는 그중에서 4기에 속하는데, 교육이 24기까지 이어졌고 그렇게 사범교육의 뿌리에서부터 줄기, 가지까지 뻗어 나가 지금에 이르게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한 스승님 밑에서 배운 제자들이 일관된 조직적으로 움직였었는데 그것이 어느 순간부터 개인주의적으로 이익에 따라 나누어지다 보니 문제점들이 많아져서 지금은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서 사제간의 전통을 지키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습니다.” 그것에 따라 지금의 도장에서는, 배우고 새롭게 파생되어 나가는 도장의 명칭은 ‘합기도 검무관’으로 통일하도록 하고 있다고 했다.
김승식 관장은 무엇보다 ‘합기도 검무관’이라고 하는 하나의 색깔이 개개인의 이익 앞에 쉽게 무너지는 것을 가장 마음 아파했다. “합기도 지도자가 꾸준히 양성되는 일이 가장 중요합니다. 처음부터 사범, 지도자의 길을 걷겠다고 하면 자신만의 도장을 오픈할 때까지 전폭적으로 지원을 해줍니다. 여섯 살 때부터 스무 살까지 10년 이상 목표를 가지고 운동에 매진하면 젊은 나이에도 관장이 되어, 자기만의 체육관을 운영하고 결혼해서 먹고 사는 것까지 아무런 문제가 없습니다. 이곳에서 배웠던 학생이 다른 지역으로 이사를 가더라도 저희는 그곳에 가까운 검무관에 소개를 해주어 운동을 계속할 수 있도록 돕고 있습니다.”
지금은 코로나19로 인해 원생이 절반 정도로 줄어드는 어려움이 계속되고 있지만, 그래도 그는 꾸준하게 돕는 일을 멈추지 않으려고 한다. 사람들의 인맥과 관계 형성이 얼마나 서로에게 큰 힘이 되는지를 잘 알기 때문이다. 그가 할 수 있는 일, 사범들을 양성하는 검무관 만의 사범 교육을 계속 이어가고 체육관을 차려서 나갈 수 있도록 노하우를 알려주며, 그렇게 검무관을 더 알리려고 힘쓰는 이유가 모두 그 때문이다.
도장의 운영에 있어, 아이들의 ‘출결과 안전’이라는 원칙을 철저하게 지킨다.
“아이들을 가르치는 일에는 항상 즐겁게 운동할 수 있도록 분위기, 환경에 신경을 쓰고 있습니다.” 유치부에서부터 성인까지, 배우는 학생들에게 가장 중요하게 강조하는 것은 첫 번째가 출결 시스템을 지키도록 하는 것이었다. 비용이 들더라도 출결관리 시스템을 갖추어 출석 관리를 철저하게 하는데, 학부모에게 등하원 메시지와 공지사항을 출결 관리시스템 통해 알림이 뜨기 때문에 매우 반응이 좋다고 한다. “무단결석을 하게 되면 그 사범부터 제게 혼이 납니다.” 그가 얼마나 이 출결관리에 대해 엄격하고 학생 관리의 기본으로 삼는 것인지를 알 수 있는 부분이다. 부모님과 선생님, 선생님과 학생의 관계에 있어서 ‘신뢰’가 가장 중요하다는 것이다. 믿고 아이들을 맡길 수 있어야 하고 아이들에 대해서는 그 선생님이 누구보다 관심을 가지고 낱낱이 알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김관장부터가 부모님이 ‘선생님에게 아이를 빼앗겼다’, 라고 이야기를 들을 정도로 가장 끈끈한 관계를 유지했었던 만큼, 운동을 배우는 아이들이 사제관계를 통해 운동을 배우는 것 이상의 울타리가 되어 주어야 한다고 믿는 것이다.
그 일환으로, 이곳에서는 나이 어린 학생들부터도 처음부터 본인에게 부여된 입관일자번호, 합기도 검무관의 관번까지 모두 외우게 해서 관등성명처럼 답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것은 자신의 소속, 무엇을 어느 곳에서 배웠는가, 그것이 자신만의 자부심과 긍지가 되도록 가르친다는 김승식 관장만의 철학인 것이다.
“아이들이 가르치는 선생님을 믿지 못하고, 부모님이 선생님을 신뢰할 수 없다면 교육도 예절도 무슨 소용이 있을까요? 내가 배웠던 합기도 검무관, 그리고 선생님에 대한 자부심 없이 그냥 어떤 운동, 스포츠를 하나 배운다고 하면 성장기에 가장 중요한 사회와 소속감, 그것에 뒤따르는 인성교육의 한 부분을 놓치게 되는 것이 아닐까요?”
김승식 관장은 합기도 검무관은 프렌차이즈처럼 만들어지는 곳이 아니라고 한다. ‘신뢰’가 바탕이 되어 배움이 서로를 하나로 묶는 울타리가 되고, 그 울타리 안에서 스승 아래서의 관계가 형성되는 것이, 합기도 무도관을 지속하는 이유라고 했다. 그렇기 때문에, 아이들에게는 어느것도 억지로 하게 하지 않고 칭찬과 인정받는 것을 통해 동기부여를 하고 자신감을 키워주는 교육을 하고 있다고 했다.
코로나19로 인해 많은 관계들이 단절되어, 아이들에게 이기심만이 자라나고 인간 관계의 신뢰가 땅에 떨어지고 있는 이러한 시대에, 합기도 검무관과 김승식 관장의 교육에 대한 고집과 철학이 아이들이 건강하게 자랄 수 있는 좋은 토양이 되어주기를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