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호찌민에서 코로나19 확산과 관련해 한국인을 24시간 격리하는 일이 발생했다. 이에 대해 상당수 한국인들이 섭섭함과 분통을 터트리며 한국의 위상이 이정도 밖에 안 되냐고 토로했다.
지난달 27일 베트남 호찌민 공항에 착륙한 한국 발 비행기 탑승객 전원이 격리됐다. 탑승객들은 최소 5시간부터 최고 24시간까지 음식은 고사하고 물 한 모금도 없이 격리된 것으로 알려졌다.
베트남 호찌민 공항의 갑작스런 처사에 부당함을 느낀 한국인들은 영사에 항의했고 그제서야 작은 물 한 병과 샌드위치 반쪽을 받았다고 하소연했다.
베트남측은 한국인 입국자들에 대해 최초 8군에 있는 보건소에서 검진 후 병원 격리 혹은 자가 격리하겠다고 했지만, 이후 자기 거주지 근저 병원에서 검진 후 격리 혹은 음성일 경우에만 자가 격리를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자존감이 다 무너졌다. 한국 정부의 무능함을 이렇게 느끼게 하나”
한국인 승객중 상당수는 “사업차 베트남을 오고가는데, 입국자들을 마치 벌레 보듯 하는 태도에 상당한 모욕감을 느꼈다.”고 토로했다.
호찌민에서 사업을 한다는 이 모씨(55세)는 “자존감이 다 무너졌다. 한국 정부의 무능함을 이렇게 느끼게 하나” 라며 성토했고 지 모씨(48세)는 “우리가 미국 시민이었다면 이런 대접을 받았을까. 미국시민이 이런 취급을 받았다면 미국 정부가 가만히 있었겠느냐.”며 “분통이 터진다.”고 심정을 털어놓았다.
또 다른 입국자인 장모씨(61세)는 “호치민이 이정도면 수도인 하노이는 얼마나 심할지 상상이 간다.”며 “한국정부가 베트남에 도움을 준게 얼만데... 이건 너무 심한 처우가 아닌가.”라고 섭섭해 했다.
베트남은 코로나19가 확산되자 한국인에 대해 입국 제한을 시작했다. 당분간 한국인은 무비자 입국이 중단되고 사업 차 비자를 받는다 해도 입국 후 최소 14일간은 의무적으로 자가 격리를 해야 한다. 또 대구와 경북 지역 거주자와 최근 14일 이내 이 지역을 방문한 경우에는 아예 입국 자체가 금지된다.
한승호 주 베트남대사관 영사는 “비자가 있으면 베트남 입국이 가능하지만 한국에서 베트남으로 단순히 입국하려는 사람은 입국이 거부된다.”며 “업무상 오는 사람들은 반드시 비자를 받아서 와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베트남 입국 시 받아야 하는 비자발급도 사실상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이러한 처우는 입국금지와 다름없다는 의견이 팽배하다.
이러한 가운데 호찌민 공항은 물론 하노이, 나짱, 다낭 등 베트남 공항에서 갑자기 한국발 여행기 착륙을 불허해 국내 항공사들이 빈 비행기를 띄워 현지에 발이 묶인 승객을 태워오는 일도 발생했다.
아시아나 항공이 하노이와 호찌민에 대한항공이 호찌민과 나짱, 다낭으로 빈 비행기를 보냈다.
외교부는 갑자기 착륙 불허 조치를 내린 베트남의 처우에 베트남 응우엔 대사를 불러 항의했고, 입국금지 등 과도한 조치를 자제하도록 외국 정부를 설득 중이다.
현재 베트남 내 코로나19 확진자는 10명. 유증상자를 포함한 감염 의심자는 모두 5,500명이다.
한편 터키도 3월 1일 한국과 이탈리아, 이라크를 오가는 모든 여객기 운항을 갑자기 중단했다. 이로 인해 이스탄불 공항을 통해 한국으로 귀국하려던 한국인 231명이 발이 묶여 오도가도 못 하는 신세가 됐다.
한국 총 영사관은 “인천공항으로 출발하는 터키 항공편을 이용하거나 제 3국을 경유해 귀국하는 방안 등을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