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슬산에 위치한 명사찰 각료암으로 향하는 길에는 볼썽사나운 플랜카드들이 걸려있다. 사찰 앞 대지 일부를 소유한 A씨가 거액의 통행료를 요구하며 사찰 진입을 막고 있기 때문이다.
분쟁은 4년 전부터 시작됐다. A씨는 사찰 진입로 일부를 구매한 뒤 사찰에 드나드는 많은 신도들이 길을 사용하는 데 대한 비용을 청구하면서 부터다. 금액이 천만 원에 달한다. 그가 소유한 길은 산 입구에서 각료암으로 향하는 길 4km 가운데 200m 가량에 지나지 않는데 비하면 엄청난 액수다.
이에 각료암의 주지스님인 대운 스님은 수차례 토지 매입 의사를 밝혔지만 거절했다고 한다. 대운 주지스님은 “A씨가 소유한 땅 시세는 평당 몇 천원 정도다. 통행료로 요구하는 천만 원은 땅 가격보다도 훨씬 높은 금액이다. 설령 요구하는 금액을 준다고 해도 일이 해결될 지도 미지수다. 통행료만 받고 다른 사람에게 토지를 판매하고 떠나버리면 새로운 주인이 또 똑같은 억지를 부릴 지도 모르는 일이기 때문이다.”라고 걱정을 표했다.
원래 이 길은 1997년 마련되어 지금까지 23여 년간 통행로로 이용되어 왔다. 비포장 상태로 비가 온 후에나 장애물 등이 생길 경우 전부 각료암에서 정비를 하고 보수를 해 오던 길이다. 그런데 갑자기 A씨가 소유권을 주장하면서 통행료를 요구해 마찰을 빚게 된 것. 참다못한 각료암의 대운 주지스님은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신도들의 통행을 막는 것은 권리행사의 남용에 해당될 수 있다는 취지다.
대운 스님은 “갑자기 길을 막아놓고 통행료를 요구하니 황당할 따름이다”라며 “수백 명의 신도들이 다니는 길을 개인의 영리를 목적으로 폐쇄하고 통행료를 내라는 것은 상식에서 크게 벗어난 일이다"라고 하소연했다.
더군다나 통행료를 요구하는 A씨는 자신을 대구의 경찰 공무원이라고 말하며 공권력을 과시하고 있다. 대운 주지스님은 “국민의 안전과 기본권을 지켜야 할 경찰이 통행료를 받기 위해 지난 2020년3월 1일부터 일주일째 이 길을 막는 데 집중하고 있다. 공익을 위해 행동해야 하는 경찰이 어떻게 저럴 수 있는 지 의문이다. 특히 현재 국가적 재난 상황을 겪고 있는 대구 소속인데 업무도 하지 않은 채 여기에 있는지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A씨는 이 외에도 비상식적인 행태는 이뿐만이 아니다. 속옷 차림으로 길에 나타나거나 버섯 나는 철이면 한 달 내내 머물면서 송이버섯을 채취하는 등의 행태가 자주 목격된 것. 일부 여성 신도들은 “여름이면 팬티만 입고 길을 서성대는 모습에 기함을 했다. 성스러운 종교 시설로 향하는 길에 의도적으로 과한 노출을 하여 불쾌감을 주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전했다.
한편, 대운 주지스님은 각료암에서 참선하며 지금은 흔적만 남은 비슬산의 천년고찰 용흥사를 복원하려는 큰 뜻을 펼치고 있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