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시 특집 / (사)청유우리민화협회 정희정 대표

고양시 특집 / (사)청유우리민화협회 정희정 대표

이은…

고양시 특집 / ()청유우리민화협회 정희정 대표

 

전통민화 와 궁중회화는 모방도 과장도 아닌 독창적인 한국전통예술 방식

- ()청유우리민화협회 정희정 대표

 

민화는 오랜시간을 이어 조선후기에 활발하게 꽃 피웠던 일반 서민들의 전통 회화

- 불교의 탱화를 통해 한국전통예술에 입문, 민화에서 궁중회화초상(진영) 작업까지

- 전통예술의 발전을 위해 비영리재단을 운영, 경기도 문산(경기도 파주시)에 신설하 는 갤러리도 무료추진

- 일을 추진하는 업무기관에서부터 민화에 대한 관심과 이해가 부족한 것이 아쉬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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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화(民畵)란 한자어 뜻 그대로, 백성들이 그린 그림이라는 뜻이다. 선사 시대의 바위그림이나 고구려 고분 벽화, 도자기에 그린 그림, 초상화나 추상화 또한 크게 보면 민화에 속한다. 하지만 보통 민화라고 하면 조선 후기에 일반 백성들이 그린 그림을 가르킨다. 조선 후기 학자인 이규경의 오주연문장전산고(五洲衍文長箋散稿)’에 따르면 민화를 여염집의 병풍·족자·벽에 붙이는 속화(俗畵)’라고 기록한 것을 볼 수 있으며, 그것이 현세적인 염원을 주제로 시대에 따라 다양한 내용을 담으며 발전해 왔다. 우리 주변에서 쉽게 접할 수 있었으나 속된 것으로 평가되었던 민화가 이제는 한민족의 미의식과 정감을 가시적으로 표현한 진정한 민족화’, 라는 세계적인 평가를 받으며 한국적인 미와 색채를 전세계에 알릴 그림으로 재평가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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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희정 작가는 이러한 우리 민화에 대한 재평가가 이루어지기까지, 최전선에 앞장서서 전통예술 발전과 보존 및 저변확대를 위해 활동해왔던 궁중회화의 장인이다. 이러한 활동에 대한 공로를 인정받아 2021년도에는 대한민국 대한명인회 궁중회화초상(진영)의 명인으로 선정되기도 하는 영예를 누리기도 하였다. 본지는 경기도 고양시 특집을 통해, 특별히 많지 않은 전통예술장인, 그것도 일반인에게 아직까지는 어렵게 느껴질 수도 있는. 전통민화 와 궁중회화 의저변확대를 위해 노력하고 있는 ()청유우리민화협회의 정희정 대표를 방문하여 그의 작품세계와 작품활동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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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의 탱화 그 색채에 이끌려, 배움을 위해 무릎을 꿇기까지

 

원래 서양화를 전공하던 그녀의 걸음을 멈추게 한 것 또한 불교 전통 사찰에서 지도법사님을 통해 처음 접했던 탱화 그림들이었다. 탱화의 매력에 빠진 이후 국가무형문화재 선생님을 찾아가 무작정 무릎 꿇고 배우고 싶다고 했던, 20대 후반의 당돌한 여학생은 내가 있어야 하겠다는 분야에 자리하기 위한 오직 멈추지 않는 일념 하나뿐이었다. 그렇게 겨우 20년 남짓한 시간 만에, 문화 예술 대학원 을 거쳐 조선시대 어진을 복원하는 분야 최고권위자 동강 권오창 화백 에게서의 배움과 같은 기회를 얻어, 이제는 자신만의 세계를 구축하기에 이르렀다고 평가를 받는 자리에 이르게 되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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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만의 예술 세계에서 민화의 저변확대를

아직 그리 많지 않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전통미술, 특히 대한불교 천태종 상월원각대조사 진영(초상) 봉안식, 단종어진반차도의궤제작과 같은 문화재청의 굵직한 일들에서 족적을 남기는 등 탄탄한 실력을 쌓고 있는 그녀에게도 청유회라는 이름 아래 80여 명에 이르는 문하생이 모여들었던 때가 있었다. 하지만 사람들이 많이 몰려들게 되면, 혼자만의 작업에도 집중해야 하는 예술가의 특성상 그것에 대한 방해가 되는 것이 싫고, 그래도 여전히 배우고자 하는 문하생이 있고, 또 관청에서의 활동과 연계하여 전통미술에 대한 일반인들의 저변을 알리는 것이 지금 협회가 설립된 동기가 되었다. 원래 협회는 직업훈련을 위한 활동에 목표를 두고 시작했었으나, 그보다는 좀 더 넓은 목표로 바꾸어, 지금은 관청에서의 작업의뢰, 갤러리 전시회, 작업을 위한 협회의 활동에 무게를 두고 있다고 한다. 그에 따라 협회는 비영리단체로는 특별하게 회원가입을 받지 않고 있으며, 주로 관청의 의뢰로 이루어지는 일들이 많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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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영리단체라고 하면 운영에 어려움도 있지 않을까,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문산(경기도 파주시)에 준비하고 있는 갤러리 역시 입장료를 받지 않는 곳으로 운영할 계획을 하고 있다고 했다. 아무래도 정대표에게는 예술가의 노블레스 오블리주로 많은 사람들이 민화를 접하게 하고, 자신보다 더 어려운 작가들에게 더 많은 기회를 양보하고자 하는 마음이 더 큰 이유로 작용하는 것 같았다. 그것이 하나의 사명감으로 기존에 전수해야 할 기법들을, 전통문화를 계승하는 가르침이 되도록 다문화가정과 같은 곳을 찾아가 봉사를 하는 것 또한 같은 맥락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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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그에게 아직까지 사람들의 인식, 민화라고 하면 그것이 모방의 영역에서만 머무르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 많이 아쉽다고 했다. 다른 한 편에서는 현대에 와서 민화를 너무 과장된 표현의 양식이라고 생각하는 것 또한 민화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라는 일침을 놓았다. 민화는 민화일 뿐, 조선시대 서민들에게 사랑받았던 민화가 조선시대 서민들의 그림이라는 하나의 고유의 영역을 차지하고 있으면 되는 것인데. 그로 인해 생겨난 많은 편견들이 그림에 대한 선입관을 갖게 하는 것이라고, 그것이 민화의 대중화와 저변확대를 가로막고 있는 벽이라는 지적 또한 잊지 않았다. 아울러 왕의 어진이 대중들에게 쉽게 접할 수 없다는 이유로, 조선시대의 초상화라고 하는 입지를 제대로 가져가지 못하고 있는 것에도 아쉬움을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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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화의 저변확대를 위한 지자체의 노력에 대해서는, 인식 부족으로 인한 소통이 되지 않는 것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너무 행정적인 목적으로만이 아니라 알려고 깊게 소통하는 것이 중요하지 않겠습니까? 스쳐 지나가는 단계로서가 아니라 같이 동참하고 공감하는 지원이 필요합니다.” 함께 회의를 할 때 실무자들이 전혀 진행방향에 대한 개념도 못 잡고 있는 것이 가장 아쉬운 점이라고 했다. 의미와 개념과 모토에 대해서 잘 모르다 보니 회의 진행에서부터 어려움이 있는 것이었다. 문화예술 쪽으로 깊이 아는 게 아니라도 필요한 부분과 부족한 부분에 대해 알아보고자 하는 노력이 더 있었으면 하는 점과 더불어 민화라는 범주가 궁중회화라는 범주 안에서 이해해 주었으면 하는 바람을 피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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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문화예술은 어찌보면 보존(保存)과 보전(保傳)의 사이에 놓여있는 것이 그 정체성이 아닐까 싶다. 지켜 잘 간직해야 하는 보존의 영역에도 있지만, 그것을 만들어 내는 창작기법 또한 잘 지켜 널리 전하는 것. 민화는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궁중과 사찰 같은 격식과 형식이 엄격한 곳과 동시에 서민들의 삶에 늘 손닿는 곳에서까지 널리 사랑받는 그림으로 존재해 왔던 하나의 미술 양식이다. 끈질기게 생명을 이어왔던 그 혼의 바탕에는 무엇보다 맑고 푸르른 색채에 대한 종교와도 같은 신념이 있었던 것은 아닐까? 오늘날의 창작 민화 속에 담겨있는 널리 푸르름에 대한 공유의 뚯이 ()청유우리민화협회의 활동과 함께 지속되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