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특집]119년 역사 민족학교의 저력은 ‘안주하지 않는 혁신’ 삼일공업고등학교

[교육특집]119년 역사 민족학교의 저력은 ‘안주하지 않는 혁신’ 삼일공업고등학교

김시…

경기도형 도제학교 성공적 운영… 『학생-기업-대학』 삼각편대를 완성하다

 

삼일공업고등학교를 아는 사람이라면 김동수 교장의 휴대폰 번호 끝자리를 잊어버릴 수 없다. 그의 마지막 네 자리는 다름 아닌 ‘3131’이기 때문이다. 단적이지만 학교에 대한 남다른 애정이 어느 정도인지 단번에 추측이 되는 부분이기도 하다.

  대한민국의 특성화고등학교가 힘을 많이 잃고 있는 와중에도 삼일공업고의 위상은 탄탄하기 그지없다. 전체 14학급, 학생 수 984명으로 전국 두 번째로 큰 규모를 자랑하는 학교임에 놀라고, 경쟁률이 만만치 않다는 사실에는 신기함을 넘어 물음표를 띄우는 사람도 있다.

 현재처럼 전도유망하다고 할 수 없었던 지난 과거는 온데간데없이 지역사회에서도 명문 특성화고등학교로 우뚝 선 삼일공고를 자세히 들여다보자.

 

김동수 교장.jpg

 

삼일공업고등학교의 ‘경기도형 도제학교’가 다른 이유

-연봉 기준이 달라지는 중견기업 참여

-취업률 100% 학생 만족도 최상, 이직도 용이

 

2020년부터 기계과, 화학공업과를 대상으로 경기도형 도제학교를 시작한 삼일공업고등학교는 속이 꽉 찬 운영으로 명성이 자자하다. 상시근로자 수 300명 이상, 매출액 300억원이 넘는 중견기업과 연계하며 취업률도 낙오하는 학생 없이 100%에 달한다.

 

현재 확보된 업체의 수는 화공과는 8곳, 기계과는 14곳으로 각각 23명의 학생과 37명의 학생이 참여 중이다. 올해 지원이 늘어난 덕분에 2학년은 주당 2일 근무, 훈련수당 80만원, 3학년은 주당 3일 근무, 훈련수당 120만원을 매월 받는 환경이 조성되어 있다.

 

학생들의 만족감도 뛰어난 편인데, 중견기업에서 경험하는 훈련의 훌륭한 퀄리티나 수당뿐만 아니라 취업 후 이직도 어렵지 않기 때문이다. 게다가 도제가 아닌, 일반과로 가는 것 역시 허용된다. 하지만 취업을 한 졸업생들의 정착률이 매우 우수하여 이탈을 걱정할 일도 거의 없다는 것이 인상적이다.

 

실리적인 관점에서 학생들을 돕는 김동수 교장은 여기서 만족하지 않았다. 대학교와 MOU를 체결함으로써 진학까지 가능하도록 길을 터준 것이다. 화공과는 동남보건대학교, 기계과는 대림대학교와 연결되었고, 한양대학교 학점은행제도 MOU 체결이 완료됐다. 이를 통해 경기도형 도제학교 학생들이 2년간 다니면 편입도 할 수 있다. 실제 작년 15명의 학생들이 신청하여 혜택을 본 것으로 확인되었다.

기계과 홍보사진-4.jpg

 

실무자가 먼저 알아보는 학생들의 뛰어난 능력치

IT 자격증 2종, 컴퓨터 운영 선반, 컴퓨터 응용 밀링, 컴퓨터 운영 금형은 기본

캐드, 3D 프린트기 기능사까지 총 5개 자격증 심화 취득 목표

 

기업에서도 삼일공고 학생들을 환영하는 까닭은 과연 무엇일까? 우선 경기도형 도제반 학생들의 기본 능력치가 남다르다는 점이 첫 번째 이유이다. 기계과의 경우 1인당 취득하는 자격증이 3개에서 4개에 달하며 1,2학년 시기에 획득하는 IT(워드프로세스, 컴활2급)자격증까지 포함하면 평균은 더욱 올라간다. 퍼센티지로 환산하면 학생 1인당 360~380%에 달하는 수준이다.

 

두 번째 이유는 학생들이 실무에 투입되었을 때 실력을 어김없이 발휘할 수 있도록 확실하게 교육을 받기 때문이다. 여기에 삼일공고 교사들의 노력을 빼놓을 수 없다.

 

“아이들이 밤 10시까지 야간 자율학습을 합니다. 모든 과는 아니지만 경기도형 도제반은 기본이죠. 회사에서 근무한 다음 학교로 다시 돌아와 자격증 취득을 위해 열심히 공부합니다. 방과후 수업의 경우 예산으로 인해 수당이 빠듯하지만, 선생님들이 자진해서 아이들과 함께하죠.”

 

김동수 교장이 아이들을 위해 불철주야 움직이는 교사진의 열정에 대해 고마움과 미안함이 섞인 목소리로 덧붙인다. 그는 경기도형 도제학교가 질적성장을 하도록 예산 관련 건의를 이미 건넨 상태이다.

IMG_5816.jpg

 

작년 취업률 전국 최고… 삼일공고의 이유 있는 혁신

삼일공고에서는 교육의 본질을 찾을 수 있다. 추상적으로 들리기 쉬운 말이지만, 특성화고의 하향세를 떠올리면 쉽게 이해되는 대목이다. 김동수 교장은 선생님의 노력 없이 좋은 수업이 나올 수 없으며, 좋은 수업 없이는 경쟁력 있는 특성화고가 나오지 않는다고 강조한다.

 

“학생은 교사의 질을 능가할 수 없습니다. 아이들을 가르치는 선생님이 소홀하고 정체되면 어떤 특성화 고등학교라도 성장이 멈추게 되어 있습니다. 이것이 교육의 본질이라고 생각합니다.”

 

삼일공고는 김동수 교장이 언급한 교육의 본질을 정확히 꿰뚫고 적용되었고, 그 결과 사립학교의 장점을 최대로 끌어올린 혁신으로 이어졌다.

 

IMG_5194.jpg

 

김동수 교장 못지않은 삼일공고 교사진의 열정의 뿌리는 어디에서 왔을까? 여기에도 비밀이 숨어 있다. 교사 각각의 책임감으로 행동하기 때문이다. 교내의 모든 사항은 과 부장과 과가 담당한다. 타 부서나 행정실에서 지적하는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의미를 심어 주는 체제의 변화로 자연스레 책임감이 장착된 것이다.

 

마지막으로 맨 앞에서 학교의 성장에 골몰하는 김동수 교장의 활약도 상당하다. 고전적인 방식에 얽매이지 않는 그는 SNS를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페이스북 친구만 해도 4,800명에 달하며 지금도 계속해서 늘어나는 중이라고. “한 주마다 학교 소식을 3,4개씩 업로드하고 있답니다. 일이라고 생각하면서 매일 개인 시간 2시간 이상을 투자하는데요. 지역사회 소통과 학교 홍보까지 일석이조이죠.”

IMG_5764.jpg

 

민족학교의 역사성, 미래를 선점하는 교장

2022년 기준으로 119년의 역사를 가진 삼일공업고등학교는 민족학교라는 별명이 아깝지 않다. 그에 맞는 혁신학교 운영을 위해 김동수 교장은 1990년 교사 부임, 그리고 2017년 교장 부임 이후 누구보다 일찍 출근하고 누구보다 늦게 퇴근하는 노력형 교육자이다. 앞으로 2년의 임기가 남은 지금, 정년까지 보장한다며 공모 교장 제의가 들어온 적도 있지만, 그의 선택은 역시 ‘삼일공고’였다.

 

“말년을 다른 학교에서 버티느니, 평생 있던 이곳에서 아름답게 끝내자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앞으로 임기가 끝나면 원로로 남아 후배를 위해 봉사를 하거나 정년까지 더 근무하고 명예퇴직을 할지 아직은 미정이에요. 분명한 건 삼일공고에 뼈를 묻겠다는 사실입니다.” 상대편도 덩달아 웃게 만드는 시원한 웃음을 보이며 확고한 생각을 말하는 김동수 교장의 눈빛은 어느 때보다 빛이 난다.

 

무사안일보다는 혁신을 택한 교육철학

해이해진 학교 분위기를 말 그대로 180도 바꾼 김동수 교장의 교육 철학이 궁금하다. 역시 명쾌한 한 줄로 답변이 돌아왔다.

 

KakaoTalk_20200609_111330499_02 (1).jpg

‘변화를 주도할 것인가, 변화를 당할 것인가’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듣던 문구가 사립학교 교장 선생님에게서 나온 것이 재미있다. 예전부터 마음에 새긴 한마디는 ‘최초’와 ‘최고’를 좋아하는 김동수 교장과 만나 새로운 삼일공고로 다시 태어났다.

 

“도장만 찍는 교장이 아닌, CEO적 마인드로 운영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경찰사무행정과, 콘텐츠과, 사물인터넷과, 레저스포츠과 모두 전국 최초였죠. 또, 최초에서 끝나지 않고 1등이 되어야 한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IMG_5609.jpg

 

학생과 교사 모두 자존감 높은 ‘삼일공업고등학교’

어떤 교육자에게 ‘학교’란 무사하게 임기를 종료하길 바라는 공간이다. 하지만 삼일공업고등학교의 김동수 교장 그리고 모든 교사들에게는 학생의 삶을 뒤바꿀 기회와 책임의 장소이다. 설령 희생과 만만치 않은 고생이 필요하더라도 말이다.

 그 노력은 아주 가까운 결과로도 확인된다. 2022년 신입생 모집 인원 336명 중 100명이 추가 지원하며 특성화고등학교로서는 사실상 볼 수 없는 일이 일어난 것이다.

  처음에는 수많은 물음표로 시작됐던 이야기가 김동수 교장과의 대담 끝에 하나의 느낌표로 귀결되었다. 그 느낌표는 혁신을 위한, 혁신에 의한, 혁신의 교육. 삼일공업고등학교의 현주소이자 앞으로의 지향점이라고 말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