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시 특집 / 극단 토모즈팩토리 쯔카구치 토모, 손상희 대표

고양시 특집 / 극단 토모즈팩토리 쯔카구치 토모, 손상희 대표

이은…

고양시 특집 / 극단 토모즈팩토리 쯔카구치 토모, 손상희 대표

 

새로운 연극의 패러다임을 제시한다.”

- 극단 토모즈팩토리연출가 쯔카구치 토모, 손상희 대표

범상치가 않다.”

 

그것은 일반 대중들에게 파격적인 무대를 생각하고 기획할 수 있는 문화 예술계, 연극 극단의 진보적인 행동들 사이에서도, 시작에서부터가 남다른 극단 토모즈팩토리를 표현할 수 있는 말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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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첫 시작이었던 연극 사물의 안타까움성은 매우 독특하다. 연극 한 편에서 배우들은 매회 20여 병의 술을 정말로 마시고 마시는 것 이상으로 들이붓는다. 근래에 화제를 모았던 드라마 술꾼도시여자들의 한 장면을 보는 것 같다. 하지만 여기에서는 생생하게 눈 앞에 펼쳐지는 라이브에서 배우들이 진짜공연에서 술을 마시는 것에 모자라 아예 고주망태가 되도록 술을 퍼마신다. 제목만큼이나 특이하고 파격적이다. 원작의 무대는 벨기에, 주제도 내용도 제목만큼이나 무겁고 어렵고 낯설다. 하지만, 2014년의 초연 이후, 앙코르 공연에 이어 2016년도에 다시 무대에 올려질 만큼 관객의 호응은 뜨거웠다. 이렇게 국내 연극에서 쉽게 찾아볼 수 없었던 파격적인 낯설음을 서슴없이 무대에 올릴 수 있는 이들은 과연 어떤 극단인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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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단 토모즈팩토리토모의 공장이라는 뜻처럼, 쯔카구치 토모라는 일본인이 연출자로 작업하는 작품을 무대에 올리는 극단이다. 그래서였을까? 토모즈팩토리의 작품에는 다국적 배우들도 자주 얼굴을 내미는 매우 인터네셔널한 극단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여기에서부터 의문을 갖게 된다. 연극의 연출이라는 것은, 관객 대상이 한국인이고 그 대본이 한국어로 되어 있는 이상 외국인이 연기자가 아닌 제작에 참여하는 것은, 벽이 너무 높은 것이 아니겠는가? 외국 작품들을 번역하고 그것을 한국인이 연출하는 경우는 흔한 일이지만, ‘외국인 연출가라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한국인 배우자를 만나 한국에서 10년 넘게 살고 있다는 일본인 연출가 쯔카구치 토모씨는 그러한 작업의 어려움에 대해 연출은 결국 말로 어떻게 배우들을 설득하느냐의 문제인데, 한국에서 7년 정도 지날 때까지 자신이 없었어요. 지금도 일본에서 연출했을 때 쓸 수 있었던 어휘력의 30프로도 쓰지 못한다고 했다. 그랬던 그에게 한예종에서 만난 동료들은 큰 도움이 되었고 그들과 함께 만들어 무대에 처음 올린 작품이 바로 연극 사물의 안타까움성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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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만든 연극이라는 작품의 본질에 다가서면 언어와 문화를 넘어설 수 있다.

 

외국인 연출이라고 하면 대본이나 스토리보다는, 첫 작품은 몸짓을 통해 전달하는 극의 형식이 더 쉬웠을 것 같은데 처음부터 정통극에 도전했던 것에 대해, 그는 저 같은 외국인도, 언어를 다 이해하지 못하더라도 이해를 할 수 있는 공연이 되어야 하는 거죠. 비엔나에서 유학하던 시절에 독일어로 된 공연을 봤을 때도, 잘 만든 공연은 언어가 잘 안 통하더라도 잘 이해가 되고 다가왔어요. 기본적으로 연극이라는 게 그래야 되는 게 아니겠는가?”라는 생각을 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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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한 그의 생각은 이후의 행보에서 잘 드러난다. 안톤 체홉의 바냐 아저씨코스요리를 먹는 퍼포먼스로 만들어 내고, 셰익스피어의 햄릿을 히키코모리 청년으로 만든 햄릿, 리로디드’, 30미터에 육박하는 런웨이 무대에 올린 안톤 체홉의 세자매와 같은 파격적인 고전의 재해석을 끊임없이 시도하고 이어나갔다. 라이프찌히 광장에서 마지막 처형된 보이체크를 사회에 의해 희생된 광대극으로 묘사한 ‘WOYZECK’, 보스니아 내전을 다룬 군인은 축음기를 어떻게 수리하는가’, 세월호 사건과 한진중공업 노동자 김주익에 대한 이야기를 다룬 공주의 방’(손상희대표 연출)과 같은 작품들 역시 매우 무겁고 기발한 연출 방식이라고 할 수 있겠다. 그것은 연출가가 아무래도 일본인인 만큼 일본의 문화적 장점, 일본의 만화, 아니메 시장에 쏟아져 나오는 것들에서 상상력과 소재를 다루는데 제약이 없고, 그것에서 고전과 철학을 다루는데 사뭇 깊은 독서의 힘이 느껴지는 것과 같은 맥락에 놓여 있지 않겠는가, 하는 생각을 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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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와 같은 문화적 배경이 있기 때문일까? 그의 연출작들이 다루는 주제는 고전의 재해석과 근대사의 서구 유럽 역사를 다룬 소설들을 배경으로 다루지만, 무겁고 어렵게 보이는 주제들과는 달리 그 진행이 매우 유쾌하고 지루하지 않도록 하는 빠른 흐름을 가지고 있어서 관객에게서도 많은 호응을 받았던 작품이 되었다. 일단 재미가 있어야 하는 것이다. 그만큼 연극을 다루는데 노련미가 느껴지는 것이 토모즈팩토리 극단의 연출작이 갖는 특징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이 코로나19의 상황으로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그것을 직접적인 체험을 바탕으로 다룬 노동가II : 우리가 이 세상을 살아가는 법과 같은 작품이 무대에 올려졌을 때 반응이 뜨거웠던 원동력이 되지 않았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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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이나 애정을 주는 것 이상으로 문화적 행복을 누리는 것이 필수인 사회가 되길

 

이렇게 극단 토모즈팩토리의 작업은, 생각보다 한국인이 아닌 연출가의 창작과 연출의 아이디어들이 제대로 빛을 발하고 있었는데 이것은 그를 뒷받침하는 손상희 대표와 배우들의 호흡이 잘 맞았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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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실 극단을 운영하는 데 있어 코로나19나 문화적 차이보다 더 큰 어려움은, 다른 곳에 있었다. “작품의 무대에 서는 배우보다 외부 스텝들에 이뤄지는 지출이 더 커서 배우들은 최저시급 보장도 어려운 상황입니다.” 지원금을 어떻게 사용했는가를 위해 그것을 증빙하기 위해 영상을 촬영하고 창작 활동 외에 부가적으로 해야 할 일들이 너무 많다는 것이다. 공연에 필요한 예산을 충당하기 위해서는 창작지원금이 필수인 상황에서, 그것을 진행하는 이들의 탁상행정으로 인한 낭비나 지역의 연극인들과 같은 좋은 자원들을 지자체가 활용하지 못하는 것에 대한 아쉬움이었다. 창작에 집중하기 위해서는 연극인들도 경제적으로 제대로 된 보상을 통해 그들의 활동을 보장해 줄 수 있는 최소한의 장치가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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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에게 밥을 안 주면 일주일을 못 살고, 사랑을 안 주면 그것이 평생을 가는데, 예술을 안 주면 행복할 수가 없다는 말이 있습니다. 그처럼 밥이나 애정을 주는 것 이상으로 예술을 접하는 것이 얼마나 사람들의 삶에 필수적인 것이 될 수 있는지, 그것을 이해할 수 있는 사회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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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단 토모즈팩토리가 한국 연극계에 가져온 신선한 바람이, 쯔카구치 토모 연출가와 손상희 대표의 바람대로 연극인의 창작을 보장할 수 있는, 경제적인 보상으로도 이어질 수 있기를 기원하는 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