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37)씨는 2014년 전 남편 사이에서 얻은 딸이 있는 B씨와 혼인을 하고 슬하에 자녀들을 뒀다 그러던 지난해 6월 저녁 A씨는 집에서 자려고 침대에 누은 의붓딸 C양(당시 만 8세)에게 "엄마에게 비밀이야. 우리 둘만 아는 비밀이야"라며 아이를 추행하고 유사강간을 했다. 이에 더해 A씨는 C양을 강간한 혐의도 있다.
A씨의 범행은 아내 B씨에 의해 발각됐다. A씨와 딸, 둘이 이불을 덮고 누워 있었는데 이불이 들썩거리는 들쳐보니 아이의 하의가 반쯤 내려가 있었고, A씨가 아이를 만지고 있는 장면을 목격한 것이었다. B씨는 아이에게 경위를 물어 성추행 사실을 확인하고 곧바로 성폭력·가정폭력 상담센터에서 상담을 받았다.
B씨는 아이를 데리고 산부인과 진료도 받았는데, 의사는 C양의 처녀막이 확인되지 않는다는 진단을 내렸다. B씨는 상담 이후 17일 뒤에야 경찰에 신고했고 검찰은 A씨를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13세 미만 미성년자 강간)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A씨는 재판에서 "아이의 진술이 B씨 영향으로 오염됐을 가능성이 있고, 이혼 과정에서 유리한 정황을 만들어 내기 위해 허위사실을 말하고 있다"며 무죄를 주장했다. 또 처녀막은 격렬한 운동에 의한 것인지 성관계에 의한 것인지를 구별하기 힘들기 때문에 아이의 처녀막이 없다는 것이 자신의 강간 사실을 입증하는 근거가 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1심은 A씨가 의붓딸을 성추행, 유사강간하고, 강간한 사실을 인정했다. 다만 폭행·협박이 있었다고 볼 수 없어 위력에 의한 성폭력에 해당한다고 판단, A씨에게 징역 12년을 선고했다.
서울고법 형사8부(부장판사 정종관)도 지난 8월30일 1심과 마찬가지로 위계에 의한 성폭력을 인정해 A씨에게 실형을 선고했다.
2심 재판부는 1심과 마찬가지로 "C양이 A씨의 행동이나 자세, 태도 등 핵심적이고 중요한 부분에 대해 구체적이고 일관되게 진술하고 있다"며 "특히 개개의 사건을 명확하게 구분해 세부적으로 풍부하게 설명하고 있다"며 C양 진술에 신빙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B씨는 1심에서 증인으로 나와 경찰 신고를 지체한 이유에 대해 "B씨가 아이 둘의 친아빠이기도 하고, 직장생활을 해온 게 아니라 혼자서 아이 셋을 키우는 게 금전적으로 걱정이 많이 돼 남편이 자기 잘못을 인정하고 반성을 하면 좋게 하기로 할 생각이었다"고 진술했다. 재판부도 이런 B씨의 해명이 충분히 수긍히 간다고 봤다.
이혼과정에서 유리한 상황을 만들기 위해 허위진술을 했다는 A씨 주장에 대해서도 "B씨는 A씨에게 유리하고 자신에게 불리한 사실도 굳이 숨기거나 왜곡하지 않고 비교적 객관적 입장에서 진술하는 등 신빙성을 인정할만한 요소를 갖추고 있다"고 판시했다.
다만 1심에서 인정한 위력에 의한 강간 혐의에 대해서는 "강간을 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들기는 하지만, C양의 진술 내용이 시간이 갈수록 점차 불명확하고 핵심적인 부분에서 정형화된 표현을 넘어 구체적으로 상세하게 묘사하지 못했다"며 "A씨가 성기를 삽입하지 않은 채 그 바깥 부분에 비비는 행위만을 한 것을 C양이 성기 삽입으로 잘못 알고 이 같이 진술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며 무죄를 선고, 1심보다 낮은 징역 9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미성년 자녀인 피해자가 안정된 가정환경에서 올바른 품성을 형성해 건강한 인격체로 성장할 수 있도록 보호하고 양육해야 할 책무를 저버린 채 평소 의붓아버지인 자신을 두려워하던 나이 어린 피해자를 대상으로 성폭력 범죄를 저질러 비난 가능성이 크다"며 "범행을 저지르고 공소사실을 모두 부인하고 피해회복에 어떤 노력도 기울이지 않아 엄중한 처벌이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몸을 부르르 떨면서 선고를 지켜보던 A씨는 실형이 선고되자 "억울합니다"라고 말한 뒤 퇴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