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배원 과로사 문제 해결 못하면 과거 정부와 뭐가 다를까 "이게 나라냐" 외쳤지만 문재인 정부도 문제 해결 못해

집배원 과로사 문제 해결 못하면 과거 정부와 뭐가 다를까 "이게 나라냐" 외쳤지만 문재인 정부도 문제 해결 못해

관리…


충남 당진우체국에서 일하는 강 모(49) 집배원이 장시간 노동과 스트레스에 따른 과로사로 사망하는 안타까운 사건이 발생했다. 우정사업본부에 따르면 올해만 해도 벌써 9명에 달하는 집배원이 사망했고, 작년에도 한 해 동안 25명의 집배원이 과로나 혹은 사고 등으로 목숨을 잃는 사건이 발생했다.


2013년부터 올해까지 7년간 사망한 집배원은 강 씨를 포함해 무려 116명에 달한다. 한해 평균 16.6명의 집배원이 사망해 한 달에 1명 이상 집배원이 사망한 셈이다.

집배원의 사망 사고가 이렇게 끊임없이 발생하는 것은 그만큼 근로 여건이 열악하고, 특히 장시간 근로에 시달리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많다. 2018년 9월에 발표된 ‘집배원 노동조건 실태 및 개선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우정사업본부의 집배원 근로시간은 연평균 2745시간으로 평균 취업자 근로시간 2241시간, 임금근로자 2052시간에 비해 각각 504시간, 693 시간 긴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전국 222개 우정사업 총괄국 가운데 89곳의 집배원 노동시간이 연평균 2745시간을 초과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3000시간을 초과하는 곳도 무려 13곳에 달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처럼 집배원들은 과중한 업무에 시달리고 있지만 휴가조차 제대로 사용하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우정사업본부 자료에 따르면, 2017년의 경우 집배원들에게 발생된 연가일수는 20.8일이었으나, 실제 사용된 연가일수는 각각 5.6일에 불과했다.


이에 대해 우정사업본부는 2013년 이후 지난 5년간 우편배달물량은 11억1000만 통(22.5%) 감소했고, 467명의 공무원을 포함해 약 1700명에 달하는 집배 인력을 증원했다고 밝혔다. 또한 지역별 인력 편차 해소를 위해 인력 재배치를 추진했으나 노조의 반대로 시행되지 못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집배원의 과중한 업무와 과로에 따른 사망사건이 지속되고 있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실제로 일반 우편 물량은 감소했어도, 택배나 등기 소포 물량 등은 지난 5년간 5700만 통 가량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택배나 등기 소포 등은 일반 통상 우편에 비해 훨씬 무겁고 배송도 까다롭고 손이 많이 간다는 점에서 집배원들에게 큰 부담이 되고 있다.

게다가 7월부터는 주 52시간제가 도입되는데, 이렇게 되면 표면적인 노동시간은 줄어드는 대신 업무 강도는 지금보다 훨씬 높아질 우려가 높다. 지난해 우정사업본부와 노조, 전문가가 참여한 ‘집배원 노동조건 개선 기획추진단’은 집배원 과로사 방지와 주52시간 근무를 보장하기 위해선 최소한 2000명의 인력 증원과 시스템 개선이 필요하다고 권고한 바 있다.


이러한 권고안에 기초해 2018년 11월 국회 과학기술정보 방송통신위원회에서는 예산심사 결과를 보고하면서 장시간 노동과 열악한 업무환경 개선을 위해서 집배원 1000명의 증원에 따른 인건비, 연금부담금 등에 379억5200만 원의 예산을 증액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KBS 보도에 따르면 원내대표와 예결위 간사 등 극소수만 참여해 최종 예산안을 확정하는 이른바 '밀실 소위'를 거친 후 나온 최종 예산안에는 증액 요청된 집배원 예산이 하나도 반영되지 못했고, 결국 1000명의 집배원이라도 증원하고자 했던 계획은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우정노동조합은 2000여명의 집배원 인력 증원과 노동시간 단축 등을 요구하면서 지난달 11일 중앙노동위원회에 쟁의조정을 신청했다. 하지만 사측인 우정사업본부는 국회에서 미반영 된 예산 부족으로 지금으로선 노조의 요구를 수용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반복하고 있다. 주무부처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행정안전부에서 실시하는 우정사업본부 인력 및 조직 진단 이후에나 예산안에 반영하겠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이에 전국우정노동조합은 지난달 24일 3만여 명이 참가한 쟁의행위 찬반투표에서 92.9%가 총파업을 결의했고, 쟁의 조정만료기간인 26일까지 우정사업본부와 합의에 이르지 못하자 결국 이달 9일 사상 첫 파업에 돌입할 것이라고 밝혔다. 따지고 보면 집배원 증원 관련 예산은 국회에서 통과돼야 하는데 국회의원들은 모두 내년 총선에만 매달려 선거법을 둘러싼 정쟁만 일삼고 있는 상황이다. 경제성장률도 고꾸라지고 있는 상황에서 이미 제출된 추경안도 심의조차 못하는 국회임을 고려하면 추경요건도 안 되는 집배원 증원 예산은 아예 국회의원들의 관심 밖이라고 볼 수 있다.


결국 근본적인 책임을 져야 할 주체는 정부 당국이다. 집배원 과로사 문제는 이전 이명박, 박근혜 정부시절부터 반복된 해묵은 이슈였고, "이게 나라냐"고 외치며 새로운 정권을 창출한 문재인 정부는 '나라다운 나라'를 만들겠다고 공약했다. 하지만 이번 정부에서도 집배원 과로사는 계속됐고 3년이 지나도록 마땅한 해결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렇다면 문 정부도 과거 정부와 별반 다를 게 없지 않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