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양 태고종 자운정사 법당 안에서 독경 소리가 울려 퍼진다. 안양 자운정사 주지 혜공스님은 읽기 어려운 대장경을 음성으로 전하기 위해 매일 하루도 빠지지 않고 6시간 이상 대장경을 읽으며 음원 작업에 몰두하고 있다. 그 동안 많은 경전들에 대하여 한글화 작업이 이루어졌지만, 한글 경전을 듣고 느낄 수 있도록 음원은 전무했다. 혜공스님 덕에 부처님의 말씀을 언제 어디서든 듣고 깨우칠 수 있게 될 것이다. 참으로 주목할 만한 성과라고 볼 수 있겠다.
이런 시도는 어떻게 하면 부처님 말씀을 좀 더 쉽게 알릴 수 있을까라는 고민에서 출발했다. 혜공스님은 “많은 사람들이 절에 다닌다고는 하지만 부처님 말씀을 제대로 알지 못하는 것이 안타까워 시작하게 된 일이다. 보통 책들은 한문으로 되어 있어서 보고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이 그리 많지 않다. 또한 책으로 볼 사람도 적다. 책을 보는 세대가 아니니 그렇다면 들려주자는 생각으로 음원을 녹음하게 되었다.”라고 취지를 설명했다. 누구든 읽기 어려운 경전을 언제 어디서나 들을 수 있게 하는 것이 목표다. 대장경 음원 작업을 완성하면 설거지하면서, 일을 하면서, 또 일상생활을 하면서도 들을 수 있어서 불교가 대중의 삶 속에 자연스레 스며들 수 있으리라는 기대다. 얼마나 힘들고 어려운 과정이겠는가. 책 한 권을 녹음하는데 35시간부터 60시간 정도가 소요되니 평균 책당 40시간은 되는 셈인데 마스터링 해 놓은 책이 벌써 90권이 넘으며 녹음 시간이 3.600시간 정도이다. 그럼에도 혜공스님은 “이것이 곧 수행이고 부처님 가르침을 실천하는 방편이다.”라고 말씀하셨다. 물론 경비적인 측면에서의 어려움도 있다. 녹음을 해놨다가 보시금이 들어오는 만큼 마스터링을 하고 또 보시금이 들어오면 녹음한 것을 옮기는 식으로 진행하고 있다고 한다.
혜공스님은 늦은 나이에 출가를 한 편이라고 했다. 모태신앙으로 오랫동안 카톨릭교를 믿어왔지만 어느 순간에 구속되는 것을 느끼고 불교에 귀의하게 됐다. 그 때까지는 학교에서 배운 불국사, 석굴암 정도, 사명대사 등만 알고 있을 뿐 막연하기만 했던 불교였지만 공부할수록 큰 세상이 열렸다. 혜공스님은 스스로의 경험을 통해 많은 분들이 불교에 대해 잘 모르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고 한다. “늦게 출게 하게 된 것도 오히려 도움이 되었다. 산전수전을 다 겪고 출가하다 보니 ‘사람답게 살아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 깨달을 수 있었다.”며 “이런 생각으로 2004년 자운정사를 창건했고, 그 시작은 힘들었지만 운영해가고 있다. 신상 사찰로서 포교에도 어려움은 있다. 그래도 부처님께서 다 해주시니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것 같다.”고 전했다.
경전 속 기도법 전해 신도들 소원성취
경전을 심도 있게 정독하고 탐구하다 보니 경전을 작금의 현실에 반영함으로써 놀라운 결과를 이끌어내고 있기도 하다. 경전 속 기도법을 현실에도 적용해 기도에도 더 효과를 보이고 있기 때문에 많은 신도들이 자운정사를 찾아오고 있는 것이다. 일례로 화엄경에 나와 있는 기도법을 적용해 일러주니 경제적으로 어려웠던 사람들에게도 실질적인 성과가 나왔다고 한다.
혜공스님은 “화엄경에는 ‘사람이 사람답게 사는 법’이 나와 있다. 물론 직접적으로 경제, 돈과 같은 단어는 나오지 않지만 경제서적과도 마찬가지다. 화엄경을 보면 경제적으로 어려운 이들이 부처에게 ‘걱정 없이 사는 법이 없습니까?’하고 묻는 장면이 있다. 이에 기도하는 방법, 횟수, 방향 등을 일러준 방법론이 나온다. ‘그대로 따라하면 사람의 크기만큼 재물이 창고에 가득할 것이다’라고 일러주셨다.”고 전했다.
이에 자운정사를 찾아주는 어려운 분들을 위해 그 방법론을 설파했다고 한다. “자운정사에는 힘든 분들이 많다. 말 당장 오늘 하루 벌지 못하면 내일을 살 수 없는 가난하고 빽 없는 분들이 오신다. 그 분들에게 해 줄 수 있는 것이 많지 않아 화엄경 속 방법론을 알려드렸다. 처음에는 나 자신도 반신반의했다. 그런데 함께 해보니 되지 않던 일들이 순조롭게 진행됐다. 경제적으로 어려운 부분, 자녀문제 등이 모두 해결되었다. 지금까지 실패한 적이 없다. 그러다보니 사람들이 더 모여들었다.”
혜공스님은 이와 같은 기적적인 일을 말로만 하면 보지 못한 사람들이 믿지 못할 것 같아 컨텐츠도 제작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간신히 컴퓨터만 켤 수 있던 컴맹이었는데, 하나둘 배워갔다. 이제 12년 정도 되었다.
인간‘답게’, 각자 자리에서 살아가는 것 필요해
혜공스님이 중생에게 강조하는 것은 ‘답게’의 정신이다. 사람이라면 ‘사람답게’ 정치인이라면 ‘정치인답게’사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강제로 어딘가에 얽매이는 것이 아니라, 좋다 나쁘다 분별심을 갖는 것이 아니라 가장 자연스럽게 인간다운 모습으로 정치, 경제, 문화 모든 분야에서 그렇게 살았으면 한다는 것이었다. 종교는 이런 ‘답게 사는 법’, ‘같이 사는 법’을 알려주는 역할을 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모두가 ‘답게’살아가면서 부처님의 세상 불국정토처럼 살 수 있으리라는 가르침이었다.
또한 말보다는 행동이 중요함을 강조하셨다. “사랑이란 말을 하지 않고 행해야 한다. 요즘은 눈을 뜨면 사랑한다 말은 하지만 행하지는 않는다. 불편한 것이 무엇인가 살피고 없애주려 노력하는 것이 진정한 사랑이다. 사랑이 없는 곳에서 자꾸 사랑을 보려고 하니 고통이 생긴다. 사랑이 있다면 행하게 되어 있다. 행하지 않는 곳이라면 그 자리에는 사랑이 없는 것이다.”라는 가르침이었다. 이는 종교에서도 마찬가지다. 종교, 경제, 정치에도 점점 말만 하고 무관심해지는 것 같아 변화가 필요하다고 하셨다. 이런 인식 역시 매일같이 팔만대장경을 읽다가 깨닫게 된 진리다. 혜공스님은 “경전이 어려워보여도 다른 것이 없다. 마음을 잘 쓰는 법이다. 한 글자로 표현하자면 마음 心(심)하나인데 그것을 자세히 풀어 놓은 것 뿐이다.”라고 전해주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