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소폰은 남성적인 강한 매력이 물씬 풍기는 악기다. 금관 속에 들어간 숨이 뿜어내는 진한 울림, 깊이 있는 음색, 호흡을 통해 전달되는 감성 덕분에 한 번 들으면 잊기 쉽지 않다. 특히 어둠 속에서 조명을 받아 반짝이는 색소폰을 들고 연주하는 장면은 황홀하기까지 하다. 드라마에서 남자 주인공의 멋짐을 극대화시키는 역할로 자주 등장하는 이유다. 은수현 회장은 이런 색소폰의 매력에 빠져 용인수지 색소폰 동우회를 조직했다. 벌써 10년 가까이 회원들에게 색소폰을 가르쳐 주고 있다.
은퇴 후 조직한 색소폰 동우회
은수현 회장은 고등학교 때부터 색소폰을 즐겼다고 한다. 사회에 나와 직장 생활을 하다 보니 자연히 멀어졌지만, 한 시도 잊어 본 적이 없다. 환갑이 되고 사업을 접으면서 다시 색소폰을 꺼내 들었다. 취미로 혼자 즐기던 색소폰을 더 많은 이들과 함께 하기 위해 동우회도 조직했다. 거의 10년이 다 되어간다.
동우회 회원들 역시 은수현 회장과 같이 은퇴 후 연주를 즐기는 60대 이상이 많다고 한다. 은수현 회장 역시 금년 73세. 누구보다 젊게 음악을 즐기고 있다. “퇴직한 후에 집 안에만 있기 답답한 사람들이 무언가를 새로 시작하는 마음으로 오는 경우가 많다. 와서 2~3시간씩 배우고 즐길 수 있기에 좋은 취미생활이다. 대부분 한 달에 20일 정도 나오신다. 젊은 사람들은 배우는 속도는 빠른데 나오는 횟수가 적다. 은퇴하신 분들은 진도는 천천히 나가지만 자주 나오셔서 금방 실력이 일취월장 한다.”
한 달이 고비, 이후에는 배워나가는 재미
색소폰은 처음 접해서 누구나 쉽게 소리를 낼 수 있는 악기는 아니다. 호흡법이 필요하고, 운지법도 배워야 한다. 하지만 그 처음 고비만 넘기면 너무나 재미있게 배울 수 있는 악기이기도 하다. “처음 한 달이 고비다. 소리내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하지만 보름 정도만 연습하면 소리를 낼 수 있다. 한 달이 지나면 노래를 연주할 수 있다. 혹시 악보 보는 법을 몰라도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악보부터 차근차근 알려준다. 어느 정도 노래를 부르게 되면 한 곡씩 노래를 조금씩 늘려간다. 이후에는 연습하는 재미가 상당하다.”
오히려 배움을 가로막는 것은 망설이는 태도다. 동우회에도 상담을 하러 오셔서 걱정하시는 분들이 많다고 한다. 은수현 회장은 “색소폰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은 많이 하신다. 그런데 과연 내가 할 수 있을까 하며 망설이는 사람이 많았다. 상담하고 간 뒤 1년 만에 다시 와서 시작하는 사람도 있었다. 아까운 시간만 먼저 흘러간 것이다. 마음먹었다면 바로 시작하면 된다. 물론 색소폰은 처음 시도를 시작하기까지 어려운 것 같다. 하지만 해 보겠다는 도전 정신만 있다면 누구든 멋진 연주를 할 수 있다. 3개월 정도 배우면 노래 한 곡 씩 부르면서 조금씩 늘어가는 재미가 있다. ”며 망설이지 말고 색소폰의 매력에 빠져들어 올 것을 부탁했다.
색소폰 동우회의 회비는 월 15만원 정도다. 1주일에 1~2회 은수현 회장이 강습을 진행해 준다. 월 회비만 내면 나오는 횟수도, 시간도 상관이 없다. 누구든 언제든 자유롭게 나와서 연습하면 된다. 한 달에 한 번씩 월례모임을 통해 그동안 연습한 곡을 발표하는 시간도 갖는다. 끝난 이후에는 회식도 하며 친목을 도모한다.
코로나로 봉사, 공연 막혀 아쉬워
지금은 코로나 팬데믹 상황에 색소폰 동우회도 침체 상태다. 언제나 처음 새롭게 배우러 오는 사람들, 매일같이 와서 몇 시간씩 연주하던 사람들도 붐볐던 곳이 한산해졌다.
연습 후에 재능 기부를 통해 이어 오던 봉사 공연도 잠시 멈춤 상태다. 은수현 회장은 “코로나 이전에는 요양 병원, 양로원 등에 봉사활동을 자주 갔었다. 한 달에 한두 차례 공연을 했다. 익숙한 멜로디, 좋아할만한 다양한 장르로 연주를 했다. 반응이 상당히 좋았다. 그런데 요즘은 코로나로 인해 사람이 모이기 힘들다 보니 1년 넘게 공연도 멈춰진 상태다.”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수지체육공원 중앙 무대에서의 공연 기대
다시 자유롭게 색소폰을 연주할 날을 기다리며 은수현 회장이 바라는 것은 한가지다.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들려줄 수 있는 좋은 무대에서 공연할 수 있게 되는 것. 수지체육공원에 연주할 수 있는 곳이 있긴 하지만 공연하기에는 조건이 좋지 않아서다. 축구장 센터에 큰 무대가 있음에도 늘 색소폰 공연은 구석에 위치한 조그만 무대로만 허가 해 주고 있다.
은수현 회장은 “예전에는 한 달에 한 번씩 연주를 갔었다. 하지만 무대가 워낙 끝 쪽 구석에 위치하다 보니 관중들이 오지 않는다. 연주하는 곳이 중앙에 있다면 운집이 용이할 것이다. 수원, 죽전 등 다른 지역에서는 공원 중앙에 무대가 있고 의자도 많아서 많은 관중들이 음악을 접할 수 있다. 무대의 위치가 옮겨졌으면 한다. 센터 무대를 허가해 준다면 훌륭한 색소폰 공연을 들려줄 수 있을 것이다.”라고 부탁해 왔다.
어딘가에서 들려오는 색소폰 소리는 사람들의 발길을 붙잡는다. 하루빨리 코로나가 끝나고 색소폰 연주소리가 다시 울려 퍼지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