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어우러져 살아가는 모습은 한 나라의 사회구조나 인식 수준을 보여주는 하나의 척도가 된다. 일상 속에서 쉽게 장애인을 만나볼 수 있다는 것은 장애인도 사회 속에서 공동체로서 함께 살아가고 있다는 반증이기 때문이다. 시설이, 인식이 부족하다면 장애인은 사회에 적극적으로 나와 역량을 발현하기 힘들어진다. ‘전국에서 장애인이 가장 살기 좋은 시, 그래서 장애인들이 찾아오고 부러워하는 용인시를 만들어 달라’는 척수장애인협회 경기도지회의 권용선 부회장의 부탁이 용인시에 잘 전달되기를 바란다.
99%가 사고로 인한 후천적 장애인, 자괴감과 부적응 위험 높아
권용선 부회장은 우선 ‘척수장애’에 대한 이해가 선행되어야 척수장애인협회를 제대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며 상세히 안내해 주었다. 척수장애는 사고나 질병으로 인해 뇌와 신체사이에서 정보를 전달하는 중요신경다발인 ‘척수’가 손상되어 겪게 되는 장애다. 다양하고 복잡한 신체적, 심리, 사회적, 경제적인 어려움을 겪는 중도, 중증, 중복의 장애유형을 갖게 된다. 대부분 정상인이었다가 척수, 척추가 손상되는 사고로 인해 장애를 갖게 된 후천척 장애인이 99%이다.
“선천적인 경우는 거의 없다고 보면 된다. 교통사고가 가장 큰 원인이며 산업 현장이나 취미/스포츠 활동 에서의 시고로 척추(수)를 타친 경우, 디스크 수술이나 일반 수술을 하다가 척수에 손상을 입게되며 척수는 경수, 요수, 흉수로 나뉘는데 경수가 손상되게되면 양손부터 하반신이 마비되어. 누워서 생활하는 중증 장애를 겪게 된다. 흉수는 척추 5번, 6번에 손상을 입은 경우로 가슴 아래로 마비가 온다. 갑작스럽게 영구적인 신체적 장애를 얻게 되었기 때문에 심리적으로 부적응의 위험이 높다. 거기서 빚어지는 자괴감, 삶에 대한 안타까움이 크다.”
자발적으로 생겨난 척수장애인들만의 모임
척수장애인협회는 척수장애인들의 권익을 보호하고 대변함으로서 동등한 기회와 권리를 가진 사회의 주류로서 살아갈 수 있도록 지원함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전국 각지에서 자발적으로 생겨난 척수장애인들의 자조모임 간의 교류가 확대되고, 만남이 거듭되면서 보다 나은 미래를 이루자는 뜻 아래 각 지역의 대표자들이 한자리에 모여 출범했다. 원래는 지체장애인협회 안에 포함되어 있는데, 적극적인 활동을 펼치기 위해 조직에서 별도로 만들게 된 것이다.
권용선 부회장은 “지체장애인협회는 굉장히 포괄적이고 영향력이 가장 크다. 폭이 넓다보니 어떤 사업을 펼쳐도 일부에게만 해당되고 수도 워낙 많아서 소통도 쉽지 않다. 특히 척수장애인은 사회활동을 이전에 해 왔다보니 연령도 다양하고, 능력, 계층도 다양하다. 그렇기에 별도로 우리들만의 화합을 해 보자고 독립해 출범한 것이다. 이제 14개 시도 협회에 50여개 시군구 지회를 아우르며 전국단위의 조직을 갖추고 있다.”고 설명했다.
척수장애인의 아픔과 상실, 제대로 인식하고 이해해 주기를
권용선 부회장은 ‘척수장애’에 대한 제대로 된 인식과 이해를 부탁한다면 힘들었던 자신의 사연도 들려주었다. 그는 디스크 수술을 하던 중에 의료사고로 장애를 입은 경우다. 2013년 소송을 시작해 2년 동안의 다툼 끝에 2015년에야 끝났는데 결국 패소했다. 병원 측이 끝까지 과실을 인정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 동안의 소송비용과 패소로 인해 상대방 법적 소송비용까지 부담하게 되면서 경제 상황은 더 어려워졌다. 이에 상소도 포기 할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재판 중에 알게 된 바로는 2천명이 디스크 수술을 할 경우 통계적으로 0.78명이 뜻하지 않게 장애를 입게 된다고 한다. 그 일어날 수 없는 낮은 퍼센트의 일로 누군가는 장애가 현실이 된 것이다.
권용선 부회장은 “척수장애인들은 장애인이 되었다는 것은 알지만 기존에 정상인으로 살아왔기 때문에 자존심 때문에 장애를 등록하려는 생각도 하지 않으려 한다. 나 자신도 그랬다. 자신이 처한 상황이 힘들고 괴로워 자살을 기도 하기도 했다. 휠체어를 타고 이렇게 사회로 나오기까지도 어려웠다. 병상에 누워 일어날 수도 없었다. 다시 사회에 나오기까지 1년 반 정도가 걸렸다. 가족과 간병인이 대소변을 받아내었고 2~3시간 간격으로 욕창 때문에 몸을 뒤집기만 하는 생활이었다. 이렇게 살고 싶지 않다는 생각에 모든 것을 정리하려고도 했다. 가족들에게 상처도 많이 주었을 것이다.”고 설명했다.
척수장애인에 대한 인식개선, 진로 개척, 시설 개선 등 진행해
권용선 부회장은 이런 고난의 시간을 이겨내고 이제는 척수장애인협회를 이끌며 다른 아픔을 가진 이들에게 가능성을 열어주고 있다. 척수장애인협회는 궁극적으로는 척수장애인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고, 어떤 도움을 주어야 하는 지 개선사업을 추진한다. 시 산하의 복지과 등을 포함한 관계 기관과의 연계를 통해 척수장애인들이 사회 활동에 참여하고 영향력을 강화하는데도 앞장서고 있다. 장애를 얻기 전 기존에 하던 직업이나 자신만의 재능 등을 최대한 활용하고 진로를 새로 개척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휠체어 수리부터 시작해 집 안의 침대 청소, 문턱 제거, 화장실 손잡이 조절 등의 편의 사업도 시행 중이다. 경기도 협회 차원에서는 매주 가죽공예, 그림 그리기, 노래 부르기, 운동 여행등 프로그램을 매주 진행 하고 있다고 한다.
권용선 부회장은 “척수장애인들이 신체적 장애를 이겨내고 일상생활을 하고 가족과 지내는 것을 보면서 힘을얻고. 나도 이겨낼 수 있다는 기운을 얻는다.”며 다른 중증장애인을 위해서도 사기를 북돋아주고 희망을 불어 넣어주기 위해 애쓰고 있다고 전했다. 병상에 누워 있는 중증 장애인을 방문해 음악을 들려주고 춤을 보여주는 것. 잠시 아픔을 잊을 수 있도록, 장애가 닥쳐왔지만 이렇게 즐겁게 생활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줌으로써 힘을 주고 싶다는 진심이 진하게 다가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