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우리는 ‘고유한 전통의 소리’라고 하면 판소리를 떠올리기 쉽다. 그러나 무려 기원전 30년에 건국된 ‘고구려’에서부터 이어져 내려오는 전통적인 소리가 있다. 한 민족의 전통 음악은 그 자체만으로 아름다운 예술이며 민족의 정신과 전통이 깃들어 있기 때문에 마땅히 보존하고 지켜나가야 할 문화다. 과연 고구려 시대의 소리는 어떠할까? 고구려 소리를 지켜 내려오고 있는 부루나예술단을 만나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만나기 전부터 궁금하고, 또 궁금한 만남이었다.
고조선 때부터 제천의식 할 때 행하던 음악
고구려소리는 말 그대로 고구려 시절의 악이다. 이것은 악기와 노래 그리고 춤동작으로 분류되는데, 고구려시절의 악(악기), 가(노래), 무(춤)는 소수림왕 때 불교가 유입되면서 찬란한 불교문화와 융화되어 염불, 제의식, 의식무 등으로 승화되었다. 황민정 실장은 “사실은 고조선 시대 때부터 제천행사를 할 때 의식을 치르던 음악이 당시에는 기록 없이 구전으로 내려져 왔는데, 고구려 시대에 불교가 유입이 되면서 정리된 것입니다. 지금의 범패부터 시작해서 무속음악, 사물놀이 장단까지도 사실은 전부 여기에서 파생이 되었다고 볼 수 있죠”라고 설명했다.
과연 그들이 들려주는 고구려 음악은 어떤 형태일까? 궁금함이 커졌다. “저희 부루나예술단은 고구려 소리, 북, 무용을 전수 받아 악가무 일체의 음악을 하고 있습니다. 고구려소리는 의식음악의 형태로 하늘과 땅을 연결하는 천둥소리, 하늘을 울리는 소리, 말 달리는 소리를 나타내는 말굽소리가 대표적입니다. 예전에 고구려 장군들이 말 달릴 때 내던 전쟁에 나가서 이겼으면 하는 기원을 담아 말 달리는 소리를 울려대던 소리 등도 들을 수 있죠. 소리는 크게 ‘6단계’로 구분됩니다. 북소리와 함께 하청, 중청, 상청, 고청, 대청, 연청의 6가지 소리를 함께 하지요. 이 6가지 창법을 다 구사할 수 있는 사람은 그 어떤 악기, 자연의 소리도 모두 낼 수 있다고 보면 됩니다. 악기가 따로 없던 그 옛날에 사람의 목으로 모든 것을 표현했던 소리를 담은 것이지요.”
재능기부, 버스킹 통해 아직 낯선 고구려소리 널리 알리는 데 집중
아직은 대중적으로는 낯선 고구려소리. 부루나예술단은 현재 좀 더 많은 사람들에게 고구려소리를 알리기 위해 고군분투 중이다. “저희를 좀 더 알려야 찾는 분들이 많아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으로 임하고 있습니다. 재능기부 봉사, 거리 버스킹공연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경희요양병원은 매달 봉사활동을 통해 현재 10년째 방문 중이고, 경북 북부제3교도소(청송교도소)에 수감자들을 위한 교화 수업과 공연을 진행하고 있어요. 장애인 복지관, 학산 복지관에도 찾아가서 봉사 많이 하고, 독거노인 모금, 결식아동 모금을 위한 거리 버스킹도 진행하고 있습니다”
부루나예술단에 현재 소속된 단원은 15명 정도. 비영리 단체로 단원들도 이 일을 직업으로 이익을 기대한 다기 보다는 오히려 사비로 회비를 내어 공연을 하고, 예술단도 운영이 되고 있다. 그야말로 전통 고구려소리를 알리기 위해 자발적으로 애쓰고 있는 것. 전순희 단장은 “처음에는 북 5개로 시작해 사비로 계속 악기를 늘려가면서 예술단을 키워온 것 같습니다. 우리가 이 좋은 가락과 배운 것을 지키고 알리지 않으면 고구려 북의 역사가 없어지기 때문에 역사의 지킴이라는 자부심을 가지고 알리는 데 앞장서고 있습니다. 오로지 생각하는 것은 내가 사는 날까지 열심히 고구려 소리를 알리고 싶다. 후손 길러서 전통을 이어 내려주고 싶은 마음 뿐이에요” 라고 전했다.
강렬한 퍼포먼스 형식의 공연, 마음을 울린다는 평가 쏟아져
현재 진행하는 공연은 시선을 끌기 위해 전통 고구려 북으로 시작해서, 음악과 무용이 함께하는 형태다. “원래 전통 고구려북은 앉아서 하는 형태이지만 난타에 익숙한 대중들을 고려해서 선거리로 올려서 난타처럼 퍼포먼스 형식으로 공연을 하고 있습니다. 트로트, 가요 등에 맞춰서도 하고 사물놀이처럼, 꽹과리, 장구와 같이 퓨전 식으로 공연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한 번 공연을 본 사람들은 높은 호응을 보낸다고 한다. 일단 처음 듣는 진귀한 소리기 때문이다.
“북을 치면서 소리도 함께 하는 신기한 공연에 다들 놀라세요. 난타 같은 경우는 퍼포먼스에 집중해. 귀가 즐겁다기보다는 눈이 즐거운 공연이 많은데 저희 공연은 귀가 즐겁고 마음을 울리는 공연이라는 말씀을 하시지요. 북소리가 사람 심장소리와 비슷한데, 이 북을 그저 통통하고 치는 것이 아니라 두루루 하고 울리다 보니까 마음에 요동치는 것이 느껴진다. 깊은 곳에서 무언가가 올라오는 것이 느껴진다는 반응이 많습니다”
앞으로 부루나예술단은 이 귀한 소리를 더 널리 알리는 데 앞장설 생각이다. “예전에는 이 소리가 너무 귀해서 국악인협회, 연예인협회 들어가서 부르는 곳 아무데나 가서 하고 싶지는 않아 10년 넘도록 독자적으로 하고 있는데, 이제야 비로소 단체 들어가서라도 널리 알리고 싶어요”
또한 대한민국에 유일하게 남과 북을 합쳐서 효성스님 한 분만이 고구려소리를 배우고 전파하고 있기 때문에 무형문화재 등록도 다시 시도할 예정이다. 구전으로 내려오던 것이기 때문에 체계화가 덜 되어 있어 앞으로는 서류화, 악보화를 통해 고구려 소리가 한국 음악의 한 획이 될 수 있도록 작업도 해 나갈 예정이다.
부루나예술단은 “저희 소리는 남북과 종교를 아우를 수 있는 소리입니다. 모든 것을 아우를 수 있는 예술단이 포항에 자리잡고 있는 만큼, 앞으로 포항뿐만 아니라 전국에, 또 더 나아가 전 세계적으로 알릴 수 있도록 발돋움할 수 있게 도와주시면 좋겠습니다” 라는 부탁을 전하기도 했다.
고구려시대부터 전해져 내려온 너무나 소중한 가락들이고 귀중하게 배운 것이라 계승해 나가고 알리고 싶은 욕심뿐인 부루나 예술단. 그 간절함을 담은 우리 민족 고유의 소리가 전국을 넘어 전 세계로 울려퍼지는 날이 곧 오리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