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동강을 옆에 끼고 있는 3천 평의 너른 평야에는 직접 가꾼 메주콩이 자라난다. 그렇게 열린 메주콩은 옛날 전통방식 그대로 손으로 메주를 띄우는 과정을 거쳐 전통옹기에서 발효, 숙성된다. 쏟아지는 햇살 아래 가득 늘어선 항아리마다 그렇게 ‘백야농원’의 장들이 완성된다. 일체의 첨가물을 넣지 않고, 땀과 정성으로 장을 담그고 있는 백야농원의 이갑자 대표를 만났다. 장맛이 좋기로 소문이 자자한 곳이다.
소규모로 시작했던 사업, 입소문 타고 저절로 성장해
백야농원은 처음에는 콩 농사를 지으면서 믿을 수 있는 장을 만들어 지인에게만 판매하던 것이 입소문을 타고 규모가 커진 경우다. 2003년부터 조그맣게 시작되었던 백야농원의 장은 먹어본 사람들의 입소문만으로 4~5년 만에 급속도로 성장했다. 어찌나 인기가 좋았는지. 구미시에서 직접 찾아와 정식으로 허가를 내고 구미시를 대표하는 곳으로 키워나가기를 권유했을 정도다.
이갑자 대표는 “발효식품이 몸에 좋다는 것은 누구나 알지만 원산지를 속이는 경우가 많아 된장, 고추장 등을 믿고 사 먹을 수 없다는 주변의 말에 직접 시작하게 됐습니다. 아픈 사람들에게 믿을만한 제품 주고자 시작 했던 것이에요. 상표도 없이 소규모로 지인에게 좋은 재료로 만든 좋은 장을 만들어 주기 위해 알음알음 그냥 판매했던 것이 점차 찾는 사람이 많아 졌습니다.”라고 전했다.
백야농원은 2011년에 정식 허가를 내자마자 경북 농업 CEO사업 우수농가로 선정되었다. 우수여성농업인 1호로 방송에 다뤄지기도 하고, 도지사 상도 받았다. 전국에서는 장류 체험객과 고객들의 발길이 이어진다. 얼마전 식약청 주관으로 지정하는 ‘나트륨 저감업체’에는 개인 업체로서는 전국에서 유일하게 선정되는 쾌거를 올리기도 했다.
“직접 농사를 짓는 1차 농업에서 더 나아가 가공도 하고, 체험장까지 운영하며 6차 산업까지 나아간다는 데에서 좋은 평가를 받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렇게 세월이 지나면서 인지도도 높아지고 있는 것 같아요.”
전통맛된장, 간장 외에 보리막장, 청국장까지 인기 높아
백야농원은 전통맛된장, 간장, 보리고추장, 보리막장, 무염생청국장, 불만청국장, 통청국장 등 직접 재배한 원재료만으로 다양한 장을 만들고 있다. 특히 보리를 이용한 전통 보리 막장이나, 간 기능에 도움을 주는 약콩 청국장, 오래 숙성된 재래된장은 고향 어머님의 손맛을 느끼게 하는 명품장류로 각광받고 있다. 그 장맛에 감탄해 대량 생산을 권유해 오거나 판로 확대를 요청하는 곳도 많다.
하지만 이갑자 대표는 직접 손으로 콩을 갈고, 메주를 띄우는 옛날 방식을 고집하고 싶다고 말한다. 모든 장은 순수 자가 생산한 메주콩으로 전통 방식에 의한 수작업으로 생산된다. “손으로 음식을 만들 때와 기계로 할 때는 맛에 차이가 있는 것 같아요. 대량으로 해도 그 맛을 낼 수 있을까 자신도 없고 전통 방식을 이어간다는 자부심이 있기 때문에 이 방식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이갑자 대표는 “장은 모든 음식의 근본입니다. 반찬은 즉석에서 맛있게 하면 되지만 그 맛을 결정짓는 것은 장이에요. 전통 장에 대한 관심을 가지고, 명맥을 끊어지게 하면 안 될 것 같다는 책임감을 갖고 있습니다.”고 전했다.
전통장 레시피와 전통장을 활용한 요리방법 공유
이갑자 대표는 오래도록 장을 담가온 경험과 그 간의 노하우는 멘토-멘티 사업을 통해 전수하고 있기도 하다. 장맛은 지역에 따라, 또 해마다, 일조량, 기후 등 사소한 조건에 따라서도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장담는 기본 레시피는 정해져 있어요. 염도, 메주 얼마 정도 숙성한 것 넣기 등 기본 방법은 똑같지만 같은 방법으로 해도 장 맛은 다릅니다. 담아 놓는 단지에 따라서도 맛이 미묘하게 달라져요. 두꺼운 단지, 얇은 단지 등 장독 두께에 따라서도 달라지죠. 같은 데 띄워도 기후 따라 맛이 달라지기도 합니다. 오랜 세월 하다 보니 이제야 알게 된 것 같아요. 시행착오를 겪다 보니 변수에 적응하는 노하우가 생겼습니다. 실패해보면서 알게 된 노하우를 알려주고 싶습니다”
구미시에서는 최초로 교육농장으로 지정받아 전국에서 관광객들이 체험을 위해 찾고 있기도 하다. 여행사를 통해 단체로 고추장 담그기, 시골 밥상 체험 등과 함께 구미시 관광을 연계해 진행하는 상품등이 인기다. 이갑자 대표는 “장류는 다른 농산물보다 부가가치도 높고, 체험까지 연계할 수 있어 관심 가지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물건을 판매하는 것보다도 장류를 키워 오는 과정, 노하우를 전수하는 기회를 줄 수 있다면 더 보람찰 것 같습니다.” 라며 얼마든지 벤치마킹을 위해 오시는 분들에게 도움을 주고 싶다고도 전했다.
“한참 동안 잊었던 할머니의 장맛을 기억나게 해 줘서 감사합니다” 어느 식품박람회에서 백야농원을 맛본 학생이 남겼다는 말이다. 오직 땀과 정성으로 숨 쉬는 전통옹기에서 숙성 발효되고 있는 고향의 맛. 음식을 먹는 순간 추억까지 기억나게 하는 백야농원의 장맛을 나도 당장 맛보고 싶어만 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