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에도 명품이 있다. 밀양얼음골 사과는 오랜 역사와 높은 인기를 자랑하며 고객에게 지속적인 신뢰와 만족을 주고 있는 사과계의 명품이다. 한 번이라도 맛본 사람들은 그 맛을 잊지 못한다. 생산량의 대부분은 직거래로 판매되며 국내 사과 중 유일하게 생산자가 직접 가격을 결정한다. 패션계의 명품이 그러하듯 가격이 비싸더라도 사람들은 기꺼이 자신의 지갑을 연다. 이는 생산지의 자연환경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 뒤에서 엄격한 관리로 키워내고 있는 얼음골사과발전협의회의 숨은 노력 덕이기도 하다. 밀양얼음골사과발전협의회의 손제범 회장을 만나 얼음골사과에 대해 자세히 들어봤다.
높은 일교차, 긴 숙성기간으로 육질, 당도, 새콤함 탁월해
밀양얼음골사과의 산지인 산내면은 천혜의 사과 재배 조건을 갖추고 있다. 일교차가 큰데다가 일조량 역시 다른 어느 지역 보다 풍부하기 때문이다. 그 비결은 ‘얼음골’이라는 지역명 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얼음골은 주위가 해발 400m의 높은 산악지대로 여름에도 얼음이 언다는 데서 명명됐다. 낮 동안 밀양의 햇볕을 쬐다 해가 지면 얼음골의 냉기를 머금어 그 일교차가 단맛을 빚어내는 것.
더불어 사과가 나무에 매달려 숙성되는 기간이 타 지역에 비해 월등히 길다. 손제범 회장은 “일교차가 큰 지역이야 전국적으로 밀양 산내면만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밀양은 나무에 사과가 달려있는 기간이 상대적으로 훨씬 길다. 최남단에 위치해 전국에서 사과꽃이 가장 먼저 핀다. 사과도 10일 이상 먼저 열린다. 하지만 수확 시기는 또 11월 중순부터 12월 초까지로 10월 중순부터 말이면 모두 거둬야 하는 타 지역과는 다르다. 다른 지역보다 나무에 달려 있는 기간이 한 달에서 한 달 반 이상 긴 셈이다.”라고 설명했다.
이런 이유로 밀양얼음골사과는 아삭한 육질과, 당도, 새콤함을 모두 갖췄다. 손제범 회장은 “육즙이 풍부하고 아삭하다. 다른 곳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한 입만 베어 먹어보면 다른 사과와는 확연한 차이가 있다는 것을 바로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입안에서 녹아 없어진다. 여타 사과와는 달리 이물감이 전혀 남지 않는다. 당도는 기본으로 하고 거기에 새콤한 맛까지 가미 되어 인지도가 높은 것이다.”라고 그 맛을 설명했다. 그저 듣기만 해도 입에서 침이 고이는 듯 했다.
엄격한 관리감독과 기술 교류로 지속적 발전 이끌어
뛰어나 얼음골사과를 더욱 특별한 명품으로 만들어 주는 것은 밀양얼음골사과발전협의회다. 산내면의 1,300여 사과재배 농가를 대표해 개화 시기부터 수확, 저장, 유통에 이르기까지 엄격한 기준을 마련하고, 관리·감독을 진행한다. 이를 통해 다른 지역과 차별성을 확대하며 명품사과 브랜드 가치를 지켜나가고 있는 것이다. 특히 각 농가별로 경험과 기술 및 정보교류를 통해 어려움을 함께 극복하고 발전을 이루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 주관의 공모사업인 ‘2018 농촌융복합산업 지역단위 네트워크 구축지원사업’에도 최종 선정되었다.
손제범 회장은 “올해는 특히 얼음골사과 재배 농가 전체적으로 품질의 상향표준화를 이루고자 한다. 기존에도 발전협의회 내 교육장에서 1년에 10여 차례 이상 재배 기술향상을 위한 교육 및 경영지도를 진행해 왔다. 개별 농가들이 오랫동안 농사를 지어 오며 자기만의 기술과 노하우는 있지만 통일되지 않은 측면이 있다. 모든 농가가 고르게 고품질의 사과를 수확할 수 있도록 주요 시기마다 필요한 교육을 선별해 체계적인 교육을 진행하는 것에 중점에 두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 해 부터는 수출 길도 열었다. 베트남에 2차례 수출을 성사시킨 것. 프리미엄 과일로 VIP 고객용으로 판매되었다. 손제범 회장은 “이것을 기점으로 수출을 점차적으로 늘려나갈 계획을 갖고 있다. 베트남뿐만 아니라 동남아 국가나 미국까지도 눈을 돌려 판매처를 확대하겠다.”고 계획을 전했다.
매년 밀양얼음골사과축제로 홍보, 소비 촉진 나서
매년 11월초에는 밀양얼음골사과축제가 개최된다. 최근 22회 밀양얼음골사과축제는 밀양이 아닌 부산에서 진행됐다. 통상적으로 해당 지역 내에서만 열리는 지역 축제와는 확연히 다르다.
손제범 회장은 “부산은 얼음골사과의 최고 소비지다. 얼음골사과의 우수성을 널리 홍보하고 소비를 촉진하기 위해 밀양 내에서 손님을 기다리고 맞이하는 것이 아니라, 대도시로 직접 나가서 얼음골 사과를 적극적으로 알리고 있다. 양일간 진행된 지난 축제에도 2만 명 이상이 방문해 다양한 행사를 즐겼다. 다만, 다른 지역에서 하다 보니 지역민들이 참여할 수 없다며 서운해 하기도 해 안타깝다.”
생산자가 가격 결정하는 유일한 농산물
보통 상품의 가격은 수요와 공급에 의해 시장에서 자동적으로 결정되기 마련이다. 그러나 밀양 얼음골 사과만은 예외다. 영농법인과 사과발전협의회 이사들이 모여 매년 가격을 자체적으로 결정 한다. 소비자들은 다른 사과에 비해 가격이 높다 해도 기꺼이 지갑을 열기 때문이다.
판로 또한 여타 사과와는 다르다. 통상적으로 다른 지역에서는 사과를 마트나 공판장 등 판로를 통해서 판매한다. 하지만 밀양얼음골사과협회의 회원들이 농협에 출하하는 양은 10~20%밖에 되지 않는다. 나머지 70~80%는 전부 직거래로 판매된다. 한 번 얼음골사과를 먹어본 사람들은 계속적으로 얼음골사과만을 찾기 때문이다. 농가 수익이 훨씬 높을 수밖에 없다.
손제범 회장은 “대부분 농가들이 각자 거래선을 가지고 있다. 열대과일 수입으로 사과 전체 소비량이 줄어드는 등 사과산업이 전반적으로 어렵지만 견뎌내고 있는 것은 그런 소비자가 있기 때문이다. 먹어본 사람은 다른 곳의 사과를 찾지 않는다. 별다른 광고 없이도 얼음골사과의 판매가 활발한 이유다.”라고 설명했다.
손제범 회장은 끝으로 “밀양에는 얼음골사과 오에도 대추부터 고추, 딸기, 단감 등 시 안에 특산물이 많은 편이라 우리에게만 지원을 집중해 줄 것을 부탁하기란 쉽지 않다. 시장님께서 많이 신경 써주고는 계시지만 생산 지역이 면 단위이다 보니 기타 군 단위인 사과재배 경쟁지역에 비하면 지원이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더 많은 사업을 추진해가고 싶어도 하지 못할 때가 있어 보완 해 나가야겠다는 생각이다.”라고 전하며 협회 회원들에게도 협의회와 손을 맞잡아 함께 발전하고 위기는 넘길 수 있도록 화합 되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