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봉을 배우려면 끝이 없습니다. 양봉을 30년 넘게 하신 분들에게 여쭈어 봐도 아직도 배울 것 많다고 말씀하실 거에요” 이삭꿀벌농원의 고희준 대표와의 만남은 단순 양봉을 통해 수입을 올리는 농가와 이야기를 나누는 자리가 아니었다. 개인의 이익 보다는 청송 지역의 양봉 농가와 더 나아가 한국 양봉 산업 발전을 위한 지속적인 연구와 도전, 진심 어린 조언이 가득한 만남이었다.
고희준 대표는 원래 신문사, 출판사 등에서 편집 기자 생활을 하다가 8년 전 귀농을 선택한 경우였다. 첫 해 고추 농사를 시작으로 3년 동안 마카 등 다양한 작물 농사를 시도해 봤지만 성과 없이 힘들어 하던 끝에 “양봉을 해 봐라”라는 주변의 조언에 양봉을 시작한 지는 이제 5년 차. 처음 5통으로 시작해 그 규모를 점차 늘려 현재는 계상으로 약 100 군정도 규모를 운영하고 있다.
20년 정도 부업으로 양봉을 해 오신 아버지를 통해 어릴 때부터 어렴풋이 양봉을 접했던 것이 도움이 됐다. 어릴 적부터 곤충에 관심이 많아 아버지가 가지고 있던 양봉 관련 책은 섭렵하다시피 했다. 양봉으로 길을 정한 뒤에는 농민청의 ‘농사로’ 홈페이지에서 온라인으로 양봉 과정 교육을 수강하고, 경북농민사관학교에서도 1년 반 동안 공부를 했다. 이후에도 예천의 유명 양봉 농가를 찾아 2박 3일 동안 하루 10시간씩 배움의 강행군을 이어갔다. 요즘에는 유투브, 밴드에서도 지속적으로 기술을 습득하고 있다. 양봉에 대한 끝없는 애정으로 현재는 한국양봉협회 청송지부에서 사무장을 역임하고 있기도 하다.
역동적인 청송양봉협회의 도전들
고희준 대표는 “청송양봉협회는 굉장히 역동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자체적으로 ‘연구소’라고 부를 정도로 기술 공유를 멈추지 않으며 새로운 연구와 도전을 이어가고 있다”고 자신했다. 이미 영농조합법인을 조직했고, 올 하반기에는 전체적으로 사과꿀을 판매할 계획에 있다. 청송 지역에는 사과농사가 흔하고 사과 밭이 넓은 만큼 사과 꽃을 활용한 특화 상품을 브랜드 하겠다는 계획이다.
“청송은 지리적으로 지대가 높고 여름이 선선해 여름벌을 키우기 좋다고 알려져 있다. 이에 따라 아카시아, 밤꿀이 채밀이 끝난 후에 잡화꿀을 따기 위해 외지에서도 청송으로 들어오는 경우가 많다. 또한 산에는 도라지부터 약초들이 많아 약초꿀도 인정받고 있다. 농진청 연구 결과 이런 꿀보다 사과꿀은 성분이 더 좋은 것으로 판명됐다. 일본에서는 사과꿀이 일부 수입되지만 국내에서는 사과꿀이 없는 만큼 앞으로 체계적으로 농가를 관리하고 특화 시켜 사과꿀 공급을 이어갈 계획이다” 시범적으로 지난해 청송 사과축제에서 판매한 사과꿀은 비싼 가격에도 불구하고 소비자들의 호응이 이어졌다고 하니 앞으로의 행보가 더 기대되는 바였다.
꿀을 활용한 다양한 상품화에도 주목하고 있다고 한다. 갓 딴 꿀은 새콤한 맛이 있음에 주목해 꿀 식초를 제작하고, 이를 발표시켜 꿀 와인을 제조하는 농가도 있다. 또한 일반 소비자들이 꿀을 일상생활 속에서도 쉽게 섭취할 수 있도록 스틱 형태의 투명한 패키지로 판매하는 것도 실행 중이다.
고희준 대표는 “점차 건강식품을 찾는 인식이 증대되어 꿀 수요가 늘어나고 있는 만큼, 기존에 설탕을 사용했던 여러 종류의 식품에 꿀을 첨가하는 움직임도 많아지고 있다. 이미 과일청의 경우 꿀을 활용하고 있는 만큼 카페에 시럽 대신 꿀을 활용하는 방법도 모색 중이다”라고 밝혔다.
한국양봉산업의 현 주소
양봉 농가의 권익을 위해 힘쓰고 있는 만큼 한국 양봉 산업 발전을 위해 쓴 소리도 아끼지 않았다. 우선, 정부에는 양봉 사업에 대한 관심과 현실적인 지원을 부탁했다. 그는 “현재 국가가 양봉 농가에 제공하는 지원은 기자재, 설탕, 벌통 구매 등에만 머무르고 있다. 다른 나라에서는 양질의 꿀 채밀을 위해 좋은 벌 종자를 개발하고 보급하는 데 국가가 앞장서고 있다. 일례로 꿀 뜰 날짜만 지정하면, 체계적으로 관리 된 1년 치 데이터를 확인하고 어떤 종자를 활용할지 주문하고, 신청을 금방 산란할 수 있는 여왕벌을 보급 받을 수도 있다. 한국은 잡종화 되어 외국의 우수종자와 비교해 보면 부족한 부분이 많은 만큼 여왕벌 보급 사업에도 앞장서 주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강군벌을 위해서는 밀수도 이뤄지고 있는 만큼 체계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는 입장이었다.
또한 불합리한 법적 규제도 현실에 맞게 적용할 수 있도록 건의를 이어가고 있다. “현재 국내법상에서는 양봉농가가 운영하는 규모가 100군이 넘으면 개인 사업자 등록을 해야 한다. 부가세를 포함한 가격으로 판매를 진행하고 세금을 내야 한다. 수입 2천만 원 정도의 영세한 농가도 세금을 내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농업 활성화를 위해 농민들은 면세 적용 범위가 넓은 데 반해 양봉만은 가축법에 의거해 이런 법적 테두리를 적용하고 있어 안타까움이 크다”는 것이 그의 입장이었다. 이런 법은 실효성이 없어 지키지 쉽지 않고, 양봉 농가를 범법자로 만들고 있으므로 개정이 요구된다고 밝혔다.
끝으로 한국양봉협회 중앙회에도 양봉 농가의 어려움에 앞장서 줄 것을 당부했다. “지난해 이상기후로 아카시아가 죽어 전체 양봉농가의 평균 소득이 10분의 1로 줄어들었을 정도로 어려움이 컸다. 다른 농업의 경우 보상 체계가 잘 잡혀 있는 데 반해 양봉은 재해 상황에서 보상 받기 어려웠던 만큼 한국양봉협회는 양봉농가를 응집시키고, 단합된 모습으로 직면한 여러 문제들을 해결하는 데 앞장서 주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