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년 평상 옹기를 만들면서 후회한 적은 없다. 내 모든 것이 부족하다 여겨지지만 다른 이에게 도움 주는 것을 창조할 수 있다는 마음에 보람이 크다. 내 나이 이제 80이지만 옹기 만들기는 멈추지 않을 것이다”
경상북도 무형문화재 제25호인 이무남 장인은 한 평생 옹기를 만들어 왔다. 고향인 상주에서 좋은 흙을 찾아 전국을 헤매다 청송에 정착했다. 그가 만드는 청송옹기는 숨 쉬는 그릇으로 알려져 있다. 사과나무, 뽕나무 등 천연 재료로 만들어진 유약을 사용하기 때문에 옹기표면에는 공기가 통할 수 있도록 미세한 구멍이 뚫려 있다. 이는 각종 발효과정에서 충분히 숨을 들이쉬고 내쉬게 하여 나쁜 균을 막아주어 음식의 맛과 신선도를 유지하도록 돕는다.
그는 아직도 순수한 재래식 공법으로 옹기를 제작한다. 흙 고르기, 밟기, 두드리기부터 시작해 전 공정 일체를 수작업에 의존하는 맥을 이어오고 있다. 지금도 가마에 장작불을 태워 옹기를 굽는다. “가마 불을 떼어야 온도가 높게 올라가 더 단단하다. 일반적으로 가스 불을 이용해 뗀 것 보다는 내구성이 더 좋을 수밖에 없다” 이무남 장인은 “사실 가마에 불을 뗄 때는 힘들다. 한 일주일을 불을 떼는데, 옹기의 생명이 여기 달렸기 때문에 잠도 제대로 자지 못하고 밤을 새워 지킨다. 이번만 하고 그만해야지 생각한 것도 여러 번이다. 하지만 옹기를 끄집어 낼 때면 그런 모든 고뇌가 사라진다. 고생한 것이 한꺼번에 보상을 받는 느낌. 그래서 견뎌내고 또 다시 옹기를 하는 세월이 이어져 왔다”라고 전했다.
이무남 장인은 음식 자체도 중요하지만 담는 그릇도 중요함을 강조했다. “겉보기 좋으라고 번지르르하게 약품처리를 한 것은 오히려 독이 된다. 옹기뿐만 아니라 다른 것도 그렇지 않은가? 소비자들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은 고려하지 않고 보기 좋도록 만든 겉모습에 홀려, 외형만을 따지는 현실이 안타깝다. 젊은 층이 방문하면 신신당부를 한다. 절대 음식을 담을 그릇으로 물감이 들어가고, 약품 처리를 한 것을 사용하지 말라고.”
그는 똑같은 그릇처럼 보여도 음식을 담아 보면 그 차이를 알게 될 것이라 말한다. “그릇은 그 가치를 음식을 담아 보면 알게 된다. 그 동안 옹기를 만들어 오면서, 장 단지를 가져갔던 사람들이 ‘장맛이 좋다, 음식 맛이 좋다, 물건 잘 만들었다’ 그 인사를 건네 줄 때마다 자부심과 보람을 느껴왔다”
“요즘은 식기처럼 주거지도 시멘트 같은 해로운 자재들로 뒤덮이는 느낌이다. 자연, 흙과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이 줄어들고 있다. 흙을 만지면 인성도 좋아지고, 자연과 가까워지는 만큼, 이 곳 체험장을 찾아 흙집에서 자고, 흙길을 걸으며 예전의 정취를 느꼈으면 한다”
청송전통농기에서는 전통 방식대로 그릇이나 컵 등을 만드는 옹기체험프로그램도 운영 중이다. 누구든 그림을 그려 오면 옹기 작품으로도 만들어 준다. 개인, 단체 모두 사전에 예약만 참여 가능하다고 하니 옛 정취를 느끼러 방문해 보는 것은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