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끗하고 친절한 마을, 삭막하기 이를 데 없는 도시에서도 경상북도 문경시의 청명한 공기는 명성이 높다. 이러한 문경시의 이야기를 하면서 그 대표 특산물인 오미자(五味子)에 관한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다. 오미자, 달고 시고 매우며 여기다 짠맛과 쓴맛이라는 다섯 가지 맛이 아울러 난다고 하여 그 이름이 붙었다는 문경 지역의 특별한 선물이다. 해발 고도 300m 이상의 준고랭지 청정지구에서 친환경농법으로 생산되어 더욱 유명한 문경 오미자, 덕분에 지역 전체가 전국에서 제일가는 오미자 산업 특구로도 지정된 바 있다.
문경 지역 오미자 산업에 최근 새바람이 불고 있다. 모두 최초 설립자인 네 명의 귀농인이 모여 만든 문경의 사회적기업, 함께 힘을 모아 서로에게 상처를 주지 않는 따뜻한 회사, 지역민과 더불어 상생하는 클린 기업을 꿈꾸며 설립한 오미자 가공식품 생산 전문 기업 ㈜문경 미소의 이야기다. 굴지의 글로벌 커피 프랜차이즈 스타벅스와 오미자청 공급 제휴 계약을 체결하기도 한 ㈜문경 미소의 대표적인 판매 상품은 오미자김이다.
네 명의 뜻이 모여 사회적기업을 이루고, 고향을 바꾸다
사회적기업으로서 문경 미소 오미자를 시작하게 된 계기에 대해 기자가 묻자, 김경란 대표는 “혼자서 하라면 절대 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처음 운을 떼며, “당시 뜻이 맞는 동료들이 함께 있었습니다.”라는 이야기를 연이어 들려주었다.
저마다 도시에서 한두 가지씩 마음의 상처를 안고 문경시로 떠나온 좋은 사람 넷, 그 네 사람의 마음이 모여 만든 회사가 바로 문경 미소 오미자라는 이야기다. 그렇기에 문경 미소 오미자는 처음부터 사회적기업을 목표로 하고 있었다는 것이 김 대표의 말이다.
“그냥 사회적기업이 아니라, 제대로 된, 바른 사회적기업을 꿈꿨습니다.” 요컨대 김경란 대표의 말에 따르면, 문경 미소 오미자를 설립하면서 서로 배경도 나이도 다른 네 사람의 마음이 모여 하나가 될 수 있었던 것도 바로 그 때문이었다고 전했다. 아울러 본래는 흑자가 나기 시작할 시점에 함께 사회적기업을 하려고 계획했다고 밝힌 김 대표는, 문경시에서 사회적기업 전환을 해보는 게 좋지 않겠느냐고 꾸준히 말씀을 주셔서 계획을 변경하게 되었다며 환하게 웃었다. 그 의미 있는 도전의 이유는 명료했다. 김경란 대표의 말이다.
“돈이 있어서 나누는 게 아니고 없는 가운데에서도 콩 한 쪽을 쪼개 먹는다는 옛 속담처럼 없는 상황에서도 나눌 수 있어야 진정한 나눔이라는 사실을 깨달았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문경 미소 오미자가 정식으로 사회적기업의 반열에 이름을 올린 지 이제 올해로 꼬박 2년 차가 되었다. 그때부터 주변의 독거노인 분들을 찾아가 꾸준히 인사드리고 문경 미소 오미자에서 생산한 오미자 김을 전해드렸다는 김경란 대표는, 처음에는 지역, 우리 동네라는 작은 단위에서부터 시작했지만, 나아가 문경시, 더 나아가 인근 지역인 대구도 가고 군포까지도 나가며 어려운 소외계층의 찬거리가 될 수 있는 김을 전달했다며 미소 지었다.
스타벅스와의 제휴를 넘어, 미주 지역까지도 향해서
한편, 김경란 대표의 문경 미소 오미자는 최근 글로벌 커피 프랜차이즈 대기업 스타벅스와 오미자청을 제휴했다. 바로 이 오미자청 제품을 활용해 만든 스타벅스의 메뉴가 ‘스타벅스 오미자 셔벗 블렌디드’다. 곧바로 세간의 호평이 터졌다. 오미자를 잘 몰랐고 평소 즐겨 먹지 않는 젊은 층의 입맛까지 완벽하게 사로잡았기 때문이다. 그에 힘입어 문경 미소 오미자의 제품은 현재 서울 양재동 하나로마트에서도 판매하고 있다. 아울러 인터넷 판매뿐만 아니라 전국 우체국쇼핑몰에 다 입점해서 절찬리에 판매되고 있다는 이야기를 보태며, 문경 미소 오미자 김경란 대표는 “향후 미주 지역 수출도 준비 중입니다.”라며 당차게 말했다.
“당시만 해도 문경시에서 오미자 제품를 생산할 때 씨를 다 빼서 버렸습니다.” 문경 미소 오미자의 오늘을 있게 한 첫 번째 제품, 오미자 김의 개발과정을 이야기하는 김경란 대표의 첫 한마디다. 정작 관련 학술논문 등을 보면 씨 속에 항산화 유효성분이 80% 가까이 들어있었지만, 그 누구도 주목하지 않던 상황이었습니다. 이러한 오미자 씨앗까지 포함한 건오미자 판매 가능성에 맨 처음 눈을 뜬 것이 바로 김경란 대표의 문경 미소 오미자였다.
결과적으로 건오미자 분말 자체가 내포한 여러 감칠맛 덕분에 MSG를 넣을 필요가 전혀 없었고 소금 역시 덜 사용하게 되어 조미김의 나트륨 함량이 감소하는 유의미한 결과를 낳았다고 김 대표는 자신 있게 이야기했다. 확실히 문경 미소 오미자의 주력 판매 제품, 오미자 김의 맛은 상당했다. 그러나 개발할 당시만 해도 지역에서는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다고 기억한 김경란 대표는, 일 년째에 접어들면서 점점 유의미한 결과를 얻게 되자 문경시에서도 큰 관심을 주시고 지역 분들의 반응도 달라졌다며 환하게 미소 지었다.
포기하지 않았기에 이루어낸 내 인생의 다섯 가지 맛
김경란 대표는 이전에는 어린이집을 했다고 고백했다. 문경에서 태어났다는 그는, 본래부터 꾸던 유아복지의 꿈을 IMF라는 어려운 시기 속에 잃고 난 뒤, 우리나라는 자본이 없으면 아무리 꿈을 가지고 있어도 아무것도 이룰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 현실을 이기고 싶어서 고향으로 떠났고, 그곳에서 네 명의 친구들을 만나 함께 사업을 시작했다는 것이다.
귀농 첫해에 연합회 부회장을 맡기도 했다는 김경란 대표, 그러나 평생 지어도 힘든 것이 농사인데 평생 해보지 않은 일을 귀농인들이 당장 쉽게 할 수 있을 리 없다고 생각했다고 그는 전했다. 그래서 귀농인들이 문경시에 정착해 오랫동안 제2의 터전을 가꾸고 사실 수 있게끔 종래 도시에서 하던 일을 문경시에서도 할 수 있게끔 도왔다고 김 대표는 설명했다.
그 이후 문경 미소 오미자를 설립하며, 김경란 대표는 경기가 어려운 당시에도 지역에서 유일하게 10명의 일용직 근로자 동네 어르신들을 정규직으로 전환했다. 결과는 유의미했다. 아끼기만 하던 어르신들이 조금씩 지역에서 돈을 쓰기 시작하신 것이다. 김 대표는 바로 이러한 고향의 변화에서 세대가 함께 어우러질 희망을 찾았다. “문경 미소 오미자는 어르신들과 처음 함께 시작했지만, 이 시골 마을이 더욱 발전하려면 젊은 친구들이 일찍이 들어와야 한다는 것을 압니다. 그 친구들이 들어올 터전을 제가 어르신들과 함께 닦고 있겠습니다.” 그가 전하는 따뜻한 나눔의 인사가 더욱 미쁘게 느껴지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