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년에 단 한 번, 자연이 주는 소중한 선물을 만나다 새재토종꿀 작목반 권오복 회장

일 년에 단 한 번, 자연이 주는 소중한 선물을 만나다 새재토종꿀 작목반 권오복 회장

관리…


토종꿀은 토종벌들이 1년 동안 자연에서 자유롭게 여행하며 채밀한 꿀을 말한다. 어디서 어떤 꿀을 옮겨 왔는지 알 수 없다. 산에서 나는 온갖 약초들의 꽃을 찾아다니며 꿀을 채밀했으니 일반 꿀과는 확연히 다를 수밖에 없다. 허준의 동의보감에 만병통치약으로 소개되는 꿀은 바로 이 토종꿀을 지칭하는 것이다. 좀처럼 구할 수 없는 귀한 토종꿀을 문경의 새재토종꿀 작목반에서 만났다. 좀 구할 수 있을까 했더니 올 12월까지 기다려야 했다. 지난해 수확한 꿀은 이미 모두 소진됐다. 


허준의 동의보감에 의하면 토종꿀은 만병통치약에 가깝다. 각종 미네랄과 영양소가 들어있어 완전식품으로 소개되고 있는데 피로회복, 원기충전, 숙취해소, 성장발육, 피부미용, 위장병, 눈, 면역력 등에 효능이 있다고 알려져 있다. 이렇게 몸에 좋은 토종꿀이지만 구하기가 쉽지 않다. 양봉처럼 대량 생산되는 것도 아니고 채집도 일 년에 딱 한번 뿐이다.


백두대간, 천혜의 환경을 가지고 있는 문경에 새재토종꿀 작목반이 있다. 2000년도에 구성된 이 작목반은 현재 28명이 가입해 있는데, 모두 전업이 아닌 부업으로 토종꿀을 생산하고 있다. 새재 토종꿀 작목반은 여느 작목반과 달리 각자가 채집한 꿀은 각자가 판매하는 형태로 운영하고 있다. 이는 소비자와 판매자간에 신뢰와 믿음이 바탕이 되어야 판매가 이루어진다는 토종꿀의 특성 때문이다. 토종꿀을 구분해 내는 방법이 분명 있지만 소비자는 판매자에 대한 믿음을 더 중요시 생각했다.


진짜와 가짜를 구별하는 방법

진짜와 가짜를 구분하려면 꿀을 15℃이하에서 보관해 보면 알 수 있다. 보통 꿀에 결정이 생기면 소비자들은 그 꿀을 가짜라고 생각한다. 결정이 설탕 덩어리라는 것이다. 새재 토종꿀 작목반의 권오복 회장은 그 말도 맞지만 토종꿀도 낮은 온도에서 결정을 이룬다고 설명했다. 단, 이 경우 토종꿀과 설탕 꿀을 구분해야 하는데. 결정을 이룬 꿀을 수저로 떠 보았을 때 천천히 아래로 물 흐르듯이 떨어지면 토종꿀이고 덩어리지듯 뚝뚝 떨어지면 설탕 꿀이라고 설명했다. 또 토종꿀은 처음에는 밝은 빛을 띠다가 시간이 지날수록 짙은 흙 갈색을 띠게 된다. 색이 변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구분법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소비자들은 믿고 살 수 있는 단골 농장에서만 꿀을 구입했다. 때문에 작목반은 각자가 채집한 토종꿀을 각자가 팔 수 밖에 없다.


토종꿀에 결정이 일어나는 경우

토종꿀에 결정이 일어나는 것을 ‘서린다’, ‘소린다’, 또는 ‘솔이다’로 지방마다 다소 차이는 있지만 이렇게들 말을 한다. 토종꿀에 결정이 일어나는 경우는 세 가지다. 첫째 온도가 18℃~15℃이하로 낮아질 때이고 둘째 꿀 속에 포도당이 과당보다 많을 때도 솔이게 된다.(결정이 생긴다) 셋째 화분 등의 혼입이 많을 때도 이 같은 현상이 일어난다. 권오복 회장은 “솔이지 않는 꿀이 오히려 가짜”라며 “꿀은 솔이는 것이 맞다”고 했다. 단, 설탕을 먹인 꿀과는 반드시 구별을 해야 한다. 

이렇게 ‘솔인다’는 것은 토종꿀을 눈으로 구분하는 방법이고 무엇보다 토종꿀은 맛이 남다르다. 설탕을 전혀 먹이지 않기 때문에 달지 않은 자연의 단맛을 느낄 수 있다. 권오복 회장은 “토종꿀을 많이 먹어본 사람들은 맛만 봐도 바로 구분해 낼 수 있다.”고 덧붙였다. 

 

권오복 회장은 한 해 동안 목청 22통에서 꿀을 채밀한다. 그 양을 따져보면 많아야 벌통 한통에 닷 되(10리터) 정도다. 일은 어렵지 않다. 일 년에 단 한 번 채밀과 봉분만 하면 되는데, 전업으로 하고 있는 사과 농장과 비교하면 토종꿀이 훨씬 수월하다고 말했다. 나이가 더 들어 사과 농장을 못하게 되는 날이 오면 토종꿀을 좀 더 확대해 전업으로 운영해 볼까 생각 중이다. 한때는 토종꿀 160통을 운용하기도 했으나 낭충봉아부패병으로 22통까지 축소하게 되었다고 말했다. 


토종과 양봉의 차이

토종꿀은 봄부터 가을까지 토종벌들이 벌집에서 반경 4키로 까지 여행을 다니며 자유롭게 채밀한 꿀이다. 양봉처럼 아카시아꿀, 밤꿀로 구분되지 않고 1년 내내 자연에서 모은 꿀이니 약초에 가깝다. 그렇다 보니 양봉보다 덜 달고 약효가 뛰어나 만병통치약으로 쓰인다는 게 특징이다. 권오복 회장은 “꿀은 부작용은 없지만 약효가 뛰어나다보니 꿀 몇 술에 취하는 이들도 보았다.”며 “그만큼 토종과 양봉에 큰 차이가 있다.”고 강조했다. 


토종꿀은 1.5kg~1.8kg이 15만~20만원, 2.5kg~ 2.8kg이 35만 원 선에 판매되고 있다. 지난해에는 날씨가 너무 뜨거워 생산량이 많지 않았다. 12월에 꿀을 떠 1월에 판매를 시작하는데, 이미 다 팔리고 남은 게 없다. 권오복 회장은 “지난해  바이어 100여명이 왔을 때 회의실에서 토종꿀을 맛보게 했는데, 모두가 극찬을 하며 구입을 원했지만 꿀이 없어 팔지 못했다.”고 아쉬워했다. 토종꿀을 구하려면 오는 12월까지 기다려야 한다. 이것도 서두르지 않으면 내년 상반기에 다 소진될 것이다.


낭충봉아부패병 치료약 하루 속히 개발되어야

권오복 회장이 토종꿀을 하게 된 것은 지난 1995년부터다. 그때는 집에서 기르기도 했는데 낭충봉아부패병이 발생해 최근에는 집에서 기르지 않고 있다. 낭충봉아부패병은 꿀벌 유충에 발생하는 바이러스성 전염병으로 유충이 이 병에 걸리면 번데기가 되지 못하고 말라죽게 된다. 일벌들은 병든 유충들이 들어있는 벌방을 청소하고 죽은 유충들을 제거하는 과정에서 함께 감염돼 결국 벌통 전체가 괴사하게 되는 무서운 병이다. 권오복 회장은 “낭충봉아부패병에 걸리면 1주일 만에 벌통이 모두 전멸해 버린다”며 “치료약과 예방약이 하루 속히 개발되기를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토종꿀은 자연이 인간에게 준 완벽한 선물이 아닐 수 없다. 꿀벌들의 질병을 하루 빨리 예방하고 보호하여 토종꿀을 좀 더 쉽게 접할 수 있기를... 좀 더 많은 이들이 토종꿀의 혜택을 누려볼 수 있기를 간절히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