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이 평안하고 행복해 지는 것은 한 사람에게 달렸다.” 천태종 봉화사 주지 혜석 스님

“세상이 평안하고 행복해 지는 것은 한 사람에게 달렸다.” 천태종 봉화사 주지 혜석 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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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상북도 울진군 울진읍에 자리한 천태종 봉화사는 송림이 우거진 삼봉산자락에 고즈넉이 앉아 있다. 경내는 아늑하면서도 조경이 가꾸어져 아름다웠다. 법당에서 피어오르는 향의 내음과 바람 따라 퍼지는 풍경소리에 심신이 차분해 졌다. 절에 오면 마음이 편안해 지라고 누군가 마법을 거는 듯하다. 법당의 탱화 속에 앉은 신장들이 마법을 부리는 것일까, 일주문의 사천왕이 요술을 부리는 것일까, 그도 아니면 빙긋이 웃는 부처님이 마법을 부리는 것일까. 누구의 마법에 걸린 것인지 알 수 없으나, 절에 오면 나도 모르게 마법에 걸린 듯 늘 편안해 진다. 


상월원각대조사에 의해 재탄생한 천태종

천태종의 역사는 중국에서 시작되었다. 중국의 불교 13종 중 가장 대표적인 종파로 법화경을 중심으로 창종되었다. 우리나라에 천태종이 들어온 것은 일찍이 삼국시대부터다. 신라와 백제에서 중국의 천태교학인 ‘법화경’의 진리를 설파했다는 기록이 남아있다. 그리고 고려시대 대각국사가 중국에서 천태교학을 배운 후 귀국하여 천태종을 창종했다고 전해온다. 고려 불교는 조선시대로 넘어가며 숭유억불정책으로 탄압을 받아 유명무실해 졌지만 왕실과 민간에서는 불교의 맥을 놓지 않았다. 현대에 와서 천태종이 다시 세상에 나오게 된 것은 상월원각대조사 스님의 원력 덕분이다. 소백산 자락 연꽃 위(풍수지리에 의한 명칭)에 작은 법당을 세우며 재탄생한 것이다. 이곳이 바로 구인사다.


‘관세음보살’을 찾아 무아지경에 빠지다

천태종은 기도 도량으로 유명하다. 구인사를 비롯해 모든 천태종에는 부처님을 모신 법당 외에 신도들이 기도를 하는 기도실이 있다. 봉화사도 마찬가지다. 가부좌를 틀고 앉아 ‘관세음보살’을 읊는다. 우는 아이 입에서 ‘엄마’라는 단어가 무의식 적으로 흘러나오듯이 기도실에 앉은 이들의 입에서는 ‘관세음보살’이 무아지경이 되도록 터져 나왔다. 큰 소리로 ‘관세음보살’을 외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들릴 듯 말 듯 작은 소리로 ‘관세음보살’을 부르는 사람도 있었다. 기도하는 동안에는 옆에서 무슨 일들이 일어나는지 알 수가 없다. 오로지 자신의 번뇌와 고통을 극복할 수 있도록 ‘관세음보살’을 하염없이 부르며 관세음보살이 그에게 오기를 갈망하는 듯 했다. 기도 시간은 따로 정해져 있지 않다. 낮에 일하고 밤에 와서 기도하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주말마다 찾아와 기도하는 사람들도 있고 시간이 여의치 않는 사람들은 자주 오지 못하더라도 답답하고 막히는 일이 생기면 찾아와 밤낮으로 기도하는 이도 있었다. 기도실은 항시 열려있어 언제라도 찾을 수 있는 마음의 쉼터이기도 했다.


아는 것보다 실천하는 것이 더 중요

봉화사의 주지 혜석 스님은 “경전도 중요하지만 그 경전의 말씀을 실천해 나가는 게 더 중요하다.”고 했다. 아는 것과 행하는 것의 차이가 크기 때문이다. “알면서도 그렇게 못하는 중생들이 너무 많다. 때문에 자신의 마음을 스스로가 닦는 것이 가장 중요한데 기도를 통해 그것이 가능해 진다.”고 설법했다. ‘관세음보살’을 하염없이 찾으며 관세음보살의 원력을 받게 되면 스스로가 정화되어 바른 길을 가게 되고 결국에는 과거에 쌓은 업장을 소멸하게 되어 복을 누리게 되는 것이다. 혜석 스님은 “기도를 하면 스스로 느끼게 되는데, 하지 않으면 아무리 말해도 이해 할 수 없을 것”이라며 “내가 이루고자 하는 바가 있으면 내가 지성을 다해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어느 누구도 대신 도를 이루게 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천태종에서는 1년에 한 번 씩 단기출가를 한다. 4박 5일 일정으로 소백산에 자리한 구인사 본사를 방문해 스님들과 같은 일정으로 생활하는데, 이곳에서 몸과 마음을 바로 하여 지성을 다해 기도를 하면 많은 이들이 소원성취를 맛보게 되고 그 원력을 알기에 불법승에 자연스레 귀의하게 된다고 했다. 단기출가를 반드시 해야 한다는 강제성은 없다. 그러나 첩첩 산중까지 찾아가서 단기출가를 하는 데에는 다 그만한 이유가 있다고 했다. 다녀온 이들은 답답했던 현실에서의 답을 구하게 되고 부처님의 법을 깨달아 바른 길을 가게 된다는 것이다.


불교는 인생을 바르게 안내하는 학교

혜석 스님은 “불교는 인생을 바른길로 안내하는 학교와도 같다”고 설법했다. “이러한 내용들은 불교의 경전에 자세히 나와 있는데 중국식 번역으로 내용의 이해도가 낮다보니 팔만대장경이 나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간략하게 줄여 말하면 불교는 ‘자비’를 가지고 살아야 한다”는 것이다. “자비스러운 마음을 가지면 고통스러울 게 없다. 그 마음을 못 가져서 스트레스를 받고 불행을 느끼는 것이다. 마음하나 잘 쓰면 다 부처가 되는데 그 마음을 못 잡아서 중생도를 걷고 있는 것이다.”고 강조했다. “그러니 중생들이 불교를 배우고 이해하고 수행하면 이 세상은 점차 밝아지고 자연스럽게 좋은 세상이 오게 되는 것이다.”고 설법했다.  

혜석 스님은 “승려들은 중생들의 소원을 들어주는 사람들이 아니다.”고 말했다. “중생들이 바른 길을 가도록 인도하고 그 길에서 스스로 업장을 녹여 도를 이루고 복을 받을 수 있도록 방법을 알려주고 이끌어 주는 존재”라고 말했다. 그러니 스스로 이루고자 하는 바가 있으면 지성을 드려 기도하고 스스로를 바꿔나가라고 말했다. 

절에 가면 마음이 편하다. 누구의 마법인지 이제 알 것 같다. 부처님과 부처님이 법 그리고 승단이 갖추어진 이곳이 바로 극락이기 때문이었다. 부처가 가는 곳은 모두 극락이 된다고 한다. 그러니 부처가 있는 곳에 가면 그 곳이 바로 극락인 셈이니... 마음이 편안해 지는 것은 바로 그 때문이었다. 내가 만약 부처가 된다면 내가 가는 곳도 모두 극락이 된다. 그리하면 내 주변의 사람들이 내 곁에서는 편안함을 느끼게 될 것이다. 나 하나로 인해 모두가 편안해진다면 내가 곧 부처가 되는 것이니, 그것은 나의 마법이 아니겠는가. 


봉화사에는 어린이회부터 학생회, 청년회가 운영되고 있다. 단합도 좋다. 음력 4월 8일 부처님 오신 날에는 모두가 일심하여 그날을 장식하고 맞이한다. 울진군에서 용등, 코끼리 등을 설치하며 부처님 오신날을 크게 준비하는 곳이 봉화사인데 모두 신도들의 정성이 있기에 가능하다. 용등도 그냥 용등이 아니다. 입에서 불을 내뿜듯 연기를 쏟아낸다. 목탁을 두드리는 스님 인형도 있고 인도에서 온 듯, 머리에 화려한 장식을 얹은 코끼리 등도 있다. 초파일에는 방문하는 방문객들에게 작은 미니 연등도 만들어 볼 수 있도록 체험행사도 하고 있고 맛있는 절밥과 간식은 언제나 별미로 준비되어 있다. 곧 초파일이 다가온다. 그날이 오면 울진군의 바닷바람도 쐴 겸 겸사겸사 봉화사로 다시금 발길을 옮겨볼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