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경은 오래전 탄광촌이었다. 그때만 해도 인구 20만 명이 넘었던 시절, 축구를 즐기던 이들도 지금보다 2배는 많았다. 탄광이 문을 닫자 경기가 나빠졌다. 광부들의 이주가 시작됐다. 동시에 축구클럽도 반 토막이 났고 동호회원 수도 그만큼 줄어들었다. 축구협회 류한철 회장은 25년을 협회에 몸담아 오며 축구의 부흥을 꿈꾸었다. 조금이라도 동호회원과 클럽수를 늘리고 유소년 축구를 활성화 시키고 싶었다. 갈수록 인구가 줄어드는 터에 갈 길이 멀어 보였지만, 꿈을 포기하지 않았다. 문경시가 긍정적으로 지원하고 있고 축구를 깊이 사랑하는 600여명의 회원들이 그의 곁에 있기 때문이다.
지난 2017년 협회장에 취임해 2년의 임기를 끝낸 그는 다시 2년의 임기를 재임 받았다. 재임기간 그가 간절히 이루고자 하는 소망은 문경 축구의 미래를 위해 초.중,고 학원축구를 신설하는 것이다. 현재 문경에는 신기초등학교와 문경대학교에만 엘리트 축구부가 있을 뿐 중학교와 고등학교는 글로벌선진학교가 있지만 대안학교로서 입학하기가 어려운 상황 이다 보니 전무하다. 초등학교에서 축구부로 활동했던 선수가 진학할 중학교가 문경시에 없는 것이다.
“축구의 열기는 뜨거운데 경제적 여건상 발전하지 못하는 게 아쉬워요.”
류한철 회장은 25년 전 오로지 축구에 대한 열정 하나로 협회에 입회해 활동을 시작했고 사무차장, 사무국장, 전무이사, 부회장을 거쳐 회장의 자리에 올랐다. 밑에서부터 한 계단 한 계단 밟고 올라온 터에 협회일이라면 누구보다 훤히 꿰뚫고 있다. 협회가 문경 축구의 저변확대와 활성화를 위해 노력해 온 것은 대회 유치였다. 대회를 치를 때 마다 축구의 붐을 일으킬 수 있었고 지역경제에도 도움이 되는 일이었다. 류한철 회장은 “축구협회 회원은 600여명에 불과하지만 문경에서 축구시합이 열린다 하면 운동장에 관객이 꽉 찬다.”며 “그만큼 문경시민들이 축구를 좋아한다는 반증”이라고 말했다. 류한철 회장은 지난 3년간 경북에서 열리는 메이저 대회는 모두 유치했다. 경상북도 협회장기, 경북리그 결승전 그리고 도지사기 생활체육대회. 도지사기 생활체육대회는 올해도 문경에서 열릴 것이다.
지난해 경상북도민체전 에서 문경시가 시부에서 5위에 입상했고 올해는 3위를 차지했다. “문경시가 생기고 3위는 처음이다.” 류한철 회장은 “경북 10개 시 중 문경시가 늘 하위권을 도맡고 있었는데, 지난해부터 이렇게 좋은 성적을 받아, 과연 내년에는 몇 위에 오를지 기대가 된다.”고 말했다.
경북에서 제일 잘 빌려주는 천연 잔디 구장... 문경의 자랑거리
공만 있으면 어디서나 즐길 수 있는 운동이 축구일까? 그렇지 않다. 축구를 위해서는 축구구장이 마련되어야 한다. 문경에는 문경시가 축구 협회에 위탁 관리를 맡기고 있는 시민체육공원내 운동장이 있다. 또 문경시 모전동에 위치하고 있는 문경시민운동장은 1만 5,000명의 관객을 수용할 수 있는 종합운동장 규모로 관리하기 어렵다는 천연 잔디가 깔려있다. 천연 잔디가 깔린 구장들은 대부분 중요한 경기만 치르고 일반인들에게 잘 오픈하지 않는 게 대다수인데, 이곳은 상시 개방해 누구나 와서 축구를 즐길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류한철 회장은 “천연잔디는 자라면 깎아 주어야 하고, 잡초도 뽑아 줘야 하고, 물도 줘야하고, 영양제도 줘야 하고, 늘 가꾸고 보살펴야 하는 까닭에 유지 관리가 쉽지 않지만 회원들이 편히 이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문경시에서 축구발전을 위해 흔쾌히 운동장을 제공하게 된 것”이라며 “경북에서 제일 잘 빌려주는 곳”이라고 자랑하듯 강조했다.
협회는 최근 문경에 소재한 체육부대와 MOU를 맺어 축구장 빌렸다. 그 외에 인조잔디가 설치된 인근의 학교 운동장도 대여하고 있다. 그런데 삼삼오오, 또는 초등 8대8 풋살경기를 펼쳐야 하는 전용 풋살구장이 전무하다. 류한철 회장은 “재정이 어렵다 보니 풋살구장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며 “기회가 된다면 꼭 전용 풋살구장도 만들고자 한다”고 바랐다. 현재 초등 8대8경기와 같은 풋살시합은 학교 운동장을 반으로 나눠 치르고 있다고 말했다.
국군체육부대와 함께 하는 전지훈련의 메카. 그러나...
‘상무 부대는 문경에, 프로축구단은 상주에, ’
사실 문경은 국군체육부대와 함께 하는 전지훈련의 메카로 유명하다. 프로축구팀인 상무부대가 문경에 있다는 사실은 관계자가 아니고는 아무도 모른다. 상주상무라는 말만 들어본 터라 당연히 상주에 있을 것이라 여겼다. 문경인들은 문경상무FC가 되어야 하지 않느냐고 안타까워하지만 그게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무엇보다 재정이 뒷받침 되어야 하는데, 문경시의 재정자립도는 넉넉한 편이 아니었다.
얼마 전 문경시에 반가운 소식이 들려왔다. 바로 유소년 축구클럽이 오픈한 것이다. 학부모들은 클럽 오픈을 반겼다. 학원축구를 다니게 되면 축구부가 있는 학교로 전학을 가야 하지만 FC는 방과 후에 다니는 축구교실이기 때문에 학교를 옮길 필요가 없다. 류한철 회장은 협회에서도 협회소속의 FC를 만들려고 구상중이다. 축구화와 유니폼 등 장비까지 모두 제공할 수 는 없지만 회비 없이 운용되는 클럽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확정된 것은 아니다. 어디까지나 계획이고 소망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이 또한 재정문제 인데, 문경시와 긴밀하게 협의를 거쳐야 한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문경시 공무원들이 언제나 응원을 보내고 있다는 점이다.
류한철 회장은 “실질적으로 가장 중요한 것은 좋은 환경에서 시합도 많이 하고 공을 실 컷 찰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 말했다. “대회기간 시의 지원이 없다면 대회유치도 어려웠을 것”이라 털어놓았다. “문경시 관내 48개 종목의 체육활동을 모두 지원해야 햐는 문경시의 입장을 고려하면 감사한 일이다.”고 소회하며 회원들에게도 감사의 인사를 남겼다.
“협회가 최선을 다하고 있지만 언제나 부족함을 느낍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언제나 협회와 소통하며 문경을 지키고 있는 우리 600여명의 회원님들에게 늘 고맙다는 말씀을 전하고 싶습니다. 함께 끝까지 파이팅 합시다!”
불모지와 다름없는 곳에서 축구의 꽃을 피우고자 노력하는 문경인들의 열정에 응원을 보내지 않을 수 없다. 지금은 어렵지만 이러한 열정대로라면 언젠가는 축구의 향기로 가득한 문경이 되어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