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의 장점 중 하나는 정보를 쉽고 빠르게 확산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보령우유 이수호 대표는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시대의 흐름에 언제나 한 발 앞서 움직이는 그의 행보가 남달랐다. 지난 2017년 12월 문을 연 유기농 우유 가공 공장은 가동한지 채 1년도 되지 않았는데, 스타벅스, 한살림, 마켓컬리, 올가홀푸드에 납품하며 벌써부터 성공의 큰 삽을 뜨고 있다. 선견지명과 신념을 믿고 달려가는 우직함이 성공의 열쇠였다.
보령우유 ‘우유창고’ 이수호 대표의 고향은 당진이다. 젊은 시절 목장을 하려고 보니 당진은 땅값이 너무 비쌌다. 싼 땅을 찾아 온 것이 지금의 자리다. 1982년 당진에서 젖소 두 마리로 낙농업을 시작했다. 이름만 대면 누구나 아는 국내 유명한 우유회사에 납품하며 젖소를 조금씩 늘여나갔다. 지금은 300두의 젖소가 그의 목장을 거닐고 있다.
낙농업이 천직이라고 생각했던 이수호 대표는 우루과이 라운드, 한미FTA로 농산물이 개방되며 위축을 느끼기 시작했다. ‘이대로 가도 괜찮을까’, ‘우리가 과연 미국과 경쟁해서 이길 수 있을까?’, 수많은 고민들이 그의 머리를 어지럽혔다. 그러나 그런 고민들이 있었기 때문일까. 그는 미국 축산업을 들여다보며 미국의 전 국토가 GMO로 오염되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이들과 경쟁하려면 유기농이 답이다’, ‘유기농만이 살길이다.’ 그는 확신을 가지고 유기농법으로의 전환을 진행했다.
납품하던 우유회사에 “유기농 우유를 팔자”고 수차례 건의했다. “한국에서 누가 유기농 우유를 하느냐.”, “못한다.”는 답변이 돌아왔지만 이수호 대표는 포기하지 않고 낙농팀장과 회장을 설득해 나갔다. 결제 도장이 떨어지기 까지 11개월이 걸렸다. 그렇게 해서 2010년, 납품업체에 첫 유기농 우유가 생산, 판매되기 시작했다. 인근 낙농업의 젊은 친구들도 이수호 대표를 따라 유기농법으로 생산 라인을 전환하기 시작했고 보령은 전국 유기농 원유 생산량의 30%를 차지하게 되었다.
2013년 납품하던 우유 업체의 갑질 사태가 터지며 위기가 찾아왔다. 소비자들의 불매운동으로 가장 큰 타격을 받은 제품은 가장 비싸게 팔리던 ‘유기농우유’였다. 본사에서는 목장에 ‘더 이상 유기농을 생산하지 말라’는 청천벽력과도 같은 내용이 하달됐다. 이수호 대표는 영업 전략을 바꿔보자고 재차 애원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그는 유기농을 포기하고 싶지 않았다. 방법은 본사와의 거래를 끊는 것이었다. 이수호 회장은 목장 앞에 150평의 가공공장을 짓고 직접 유기농 우유를 만들어 팔기 시작했다. ‘아무도 팔아주지 않으면 내가 직접 팔겠다.’고 고집을 부렸다. 목장에서 우유만 생산해 납품했던 터라 가공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아는 게 없었다. 그래서 가공과 유통 경력을 가진 사람을 찾아 운영을 맡겼다. 그때 한살림과 거래를 트게 되었다. 3년 정도 운영했지만 적자를 면치 못했다. 많은 돈을 잃었다. 돈을 생각하면 가슴 아프지만 돌이켜 생각하면 이것이 다가올 미래의 큰 경험이 되었다.
2016년 농림식품부에서 ‘향토산업육성사업 지원사업’ 공모전을 개최했다. 이수호 대표는 낙농업 유기농 가공 사업을 지원했고 당선되는 기쁨을 안았다. 농식품부로부터 지원금을 받아 지금의 공장을 건설했다. 공장 시설에도 이수호 대표의 남다른 안목이 엿보였다.
‘우유 가공으로 판매를 하려면 국내 대기업과의 경쟁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이수호 대표는 대기업과의 경쟁을 피해 가는 방법을 생각했다. 대기업이 생산 할 수 없는 설비 라인을 설치해 차별화된 전략으로 나아가기로 한 것이다. 그것이 지금의 유기농 우유와 요구르트, 치즈 등이다. 지난 2017년 12월 공장이 가동됐다. 공장 가동이후 뜻을 함께할수 있는 곳에 상품제안을 하였고 그중 한곳이 스타벅스였다. 제안후 1년간의 기획회의및 시험생산을 통해 현재의 스타벅스 그린요거트를 생산할수 있었다.
스타벅스에서 필요로 하는 제품이 이수호 공장의 설비라인에서만 만들어 질 수 있었기에 가능했다. 그의 선견지명이 맞아 떨어진 셈이다. 이곳에서 가공, 생산해 낸 제품들은 현재 한살림, 마켓컬리, 올원푸드 등으로 납품되고 있고 인터넷은 물론 목장 앞에 지어놓은 카페, ‘우유창고’에서도 즐길 수 있다.
우유창고는 체험교실도 운영하고 있다. 향토산업육성사업 지원을 받았기 때문에 사회적 의무와 책임을 가지고 해야 했다. 이수호 대표는 체험교실도 남달라야 한다고 생각했다. 일반적인 치즈 만들기, 젖소 우유주기 등이 아닌, 우유가 변하는 원리를 가르쳐주었다. 이곳에서는 젖소 우유 먹이기 체험은 없다. 그는 “젖소를 위해서도 우유짜기는 하면 안 된다.”고 말했고 그 이유는 수업 중에 충분히 설명해 주었다. 목장체험, 아이스크림 만들기 체험, 치즈 만들기 체험 등이 있다. 체험료는 6,000원~1만5,000원 선이다.
우유창고는 SNS를 통해 많은 사람들에게 퍼져나갔고 많은 사람들이 다녀갔다. 주말에는 최고 1,800명이 다녀간 적도 있다. 평일에도 200~300명이 다녀간다. 이들은 우유창고에서 파는 유기농 가공품을 맛보기 위해 오는 젊은 연인들과 친구들 그리고 체험과 건강을 찾아오는 가족단위의 손님들이었다. 덕분에 우유창고는 늘 활기를 띠고 있다.
못난이 유기농산물 구하는 것이 남은 과제
납품업체가 늘어나면 생산가동량도 늘어날 전망이다. 유기농 우유수급은 어렵지 않다. 인근에 유기농 목장들이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유기농산물이다. 이수호 대표는 유기농으로 생산된 농산물 중 규격에 맞지 않아 버려지는 잉여농산물을 가져다 가공식품을 만들면 농가와 함께 윈윈할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단호박, 딸기 등 다양한 맛을 내는 요구르트를 개발, 시판 중에 있기 때문에 유기농산물을 구하는 것이 지금의 과제다. 그는 농가에 “판매되지 못하고 남은 유기농산물이 있으면 연락을 달라고 했다.” 가공식품은 어차피 갈아버리기 때문에 모양이 중요하지 않다. “못나서 못 파는 유기농 제품들을 좋은 가격에 서로가 사고 팔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농민의 자식으로 지금까지 농업으로 살아왔기에 농업인으로의 신념을 버릴 수 없다는 그는 낙농업과 농업이 함께 어울려 상생하는 큰 그림을 그리고 싶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