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에 하면 누에고치, 비단을 연상케 한다. 조선시대 궁궐에는 누에를 키우기 위해 뽕나무를 많이 심었다. 누에 애벌레의 먹이가 뽕나무 잎이기 때문이다. 잎을 먹고 자란 누에 애벌레는 자라면서 4번째 허물을벗고 7일이 지나면 서서히 몸에서 실을 뽑아 고치를 만들었다. 궁궐의 여인들은 그 고치를 삶아 풀어 비단실을 만들었다.
1970년대까지만 해도 누에를 이용한 양잠산업은 전국이 농가 소득원으로 활기를 띠었다. 그러나 1980년대 이후 인건비 상승과 비단산업이 하락세를 맞으며 양잠농가도 쇠퇴의 길을 걷게 되었다. 1990년대 후반 농촌진흥청과 부경대학교, 경희의료원이 누에 산업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결정적 발표를 하게 되며 양잠농가는 다시 활기를 띠기 시작했다. 누에 애벌레가 혈당을 강화시켜 당뇨와 고혈압에 도움을 준다고 발표했기 때문이다. 서산 고북면, 1만 5,000평, 국내 최대 누에 농장을 자랑하는 ‘성원누에’의 윤성원 대표도 지난 97년 도회지 생활을 접고 아버지를 돕기 위해 고향으로 돌아왔다.
누에 애벌레 몸속에 혈당 조절하는 DNJ 축적
뽕잎에는 DNJ라는 물질이 있다. 뽕잎을 먹는 애벌레가 비단 누에만은 아닐 터인데 DNJ를 몸속에 보관하고 있는 애벌레는 누에뿐이었다. 윤성원 대표는 새들이 다른 애벌레는 잡아먹어도 누에는 잡아먹지 않는데 그 이유가 DNJ 때문이라고 말했다. “DNJ는 몸속의 당 분해를 억제하는 작용을 한다. 음식을 먹으면 탄수화물을 아밀라제(침)가 분해시키고 그게 포도당으로 바뀌어서 내 몸에 흡수되는데, DNJ가 탄수화물 분해를 방해하기 때문에 새들은 누에를 잡아먹지 않는다.”고 했다 “때문에 다른 곤충들은 보호색을 가지고 있는데 누에는 보호색도 없다. 잡아먹힐 일이 없기 때문이고 이를 아는 누에는 계속에서 몸에 DNJ를 비축하게 되는 것이다”고 설명했다.
뽕잎의 DNJ가 당뇨에 특효라면 뽕잎을 바로 먹는 게 더 좋지 않을까 생각하지만 이는 오산이다. 윤성원 대표는 “뽕잎의 DNJ는 수용성이 아니기 때문에 물에 푹 고아먹거나 쪄먹어서 효과를 보려면 소가 여물을 먹는 만큼 많이 먹어야 할 것이다”고 말했다. “뽕잎 차는 녹차와 달리 카페인이 없어 남녀노소 누구나 음용하는 것은 좋으나 당뇨를 해결하기 위해 먹는 것은 아니다”고 했다. “뽕나무 뿌리에도 DNJ성분이 많은데, 독성도 강해 한의학에서는 헛개나무를 넣어 중화시켜 복용한다.”고 말했다. 뽕나무의 뿌리는 당뇨보다 해열과 이뇨작용으로 사용되어왔다. “당뇨를 잡으려면 뽕나무가 아니라 누에 애벌레를 먹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진공냉동건조 통해 고약한 냄새를 잡다
성원누에농장에서는 누에 종자를 농촌진흥청으로부터 받아온다. 윤성원 대표는 “정부에 누에를 신청하면 농촌진흥청에서 우리가 원하는 종자(알)를 보내준다”고 했다. “이미 국내에서는 누에에 대한 생물학적 정보가 완성된 단계다. 때문에 우리가 신청한 누에와 유전형질이 99.9% 맞아떨어지는 종자가 온다. 5령이 되기 전까지 잘 키워서 약 영하 200℃의 액체질소 샤워 처리로 급냉을 시키고 곧바로 진공냉동건조를 통해 파우더화 해 다시 환 형태의 알약으로 제조해 낸다.” 윤 대표는 “모든 생명체는 몸속에 미생물이 있고 이 미생물은 생명체가 죽게 되면 몸 밖으로 빠져나오는데 이때 몸속의 암모니아 같은 악취가 유발되는 것”이라며 “진공냉동건조기술을 통해 고약한 냄새를 잡게 되었다”고 덧붙였다.
양심과 정직함이 단골을 잡는 유일한 무기
먹기 좋게 만든 누에정제는 성원누에 농장에서만 판매되고 있다. 대부분이 단골이어서 전화로 주문하고 택배로 발송한다. 윤성원 대표는 “재구매 고객이 70~80%에 이른다.”며 “한해 농장에서 판매되는 양은 500명분”이라고 했다. 그 이상은 받고 싶어도 받지 않는다.
윤성원 대표는 성원누에 농장에서 만들어지는 누에알약에 대해 자부심을 가지고 있었다. “아버지에게 전수받은 기술 그대로 더 넣지도 더 빼지도 않고 정확하게 만들어 내기 때문에 항상 같은 효과를 보고. 이는 우리식구들이 바로 느낄 수 있다.”고 했다. “식구들이 믿고 구매할 수 있도록 정직하게 만들어 주는 것, 이것이 식구들을 놓치지 않는 이유다”고 설명했다.(윤성원 대표는 고객을 식구라고 표현했다. 같은 한솥밥(누에알약)을 먹으니 식구라는 것이다.)
누에가 가장 많은 DNJ를 축적했을 때가 4령이 좀 지날 무렵이다. 이때 가공을 시작해야 한다. 누에 알약은 무게로 판매되는데 일부에서 하루라도 더 키워 무게를 늘리려고 하면 자칫 DNJ의 효능을 보지 못하게 된다. 누에 애벌레가 5령이 되어 실을 뽑게 되면 이미 몸 안에 실로 가득 차 DNJ성분이 사라지기 때문이다. 윤성원 대표는 “이윤을 얻기 위해 이러한 얄팍한 수법을 쓰게 되면 결국 약효를 못 느낀 식구들은 말없이 떠날 것이고 결국 농가는 문을 닫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양심과 정직함이 단골을 잡는 유일한 무기라는 것이다.
윤성원 대표는 어린이 체험누에교실을 무료로 개방하고 있다. 주변에서는 비용을 받지 않는 윤 대표를 비난하지만 윤 대표는 이것이야 말로 농가가 오래오래 유지될 수 있는 기반이 되는 것이라고 했다. “재래시장에 장을 보러 안 가는 이유가 주차 때문만은 아니다. 지금 소비주체인 젊은 여성들이 재래시장을 안 가봤기 때문에 모르기 때문이다. 자꾸만 와서 보게 하고 보여주고 해야 좋은 것도 즐길 수 있고 누릴 수 있는 것이다. 무료로 개방해 자꾸만 와보라고 하는 것은, 어린이들이 미래의 소비 주체가 되었을 때 누에 농가가 있다는 것을 잊지 않게 해주는 것이다.”고 밝혔다.
누에는 담배 밭의 뽕잎을 먹어도 죽는다고 한다. 농약이 심한 곳에서도 못산다고 한다. 때문에 누에를 키우기 위해서는 물과 공기가 맑은 청정 지역이어야 한다. 이러한 누에를 키우는 윤성원 대표도 누에 같은 사람이었다. 사람과 사람사이에 맑고 깨끗한 관계로 오로지 식구들의 건강을 챙겼다. 윤 대표는 “2019년 새해에 성원누에의 모든 식구들이 건강하고 활기찬 한해가 되길 바란다.”며 “모두가 건강을 위해 노력하는 한해가 되자.”고 전했다. 성원누에농가도 모든 식구들을 위해 오래오래 장수하기를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