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산은 마늘 재배에 천상의 조건을 갖췄어요. 우선, 비옥한 토질로 마늘 재배에 적합합니다. 또 왼쪽 천수만(가로림만)에서 불어오는 갯바람과 오른쪽 간월도에서 불어오는 갯바람, 겨울에는 따뜻하고 여름에는 시원한 해양성 기후, 높이 뜨는 태양……. 바람과 공기, 토질, 햇빛 등 자연적인 조건에 서산시 농업기술센터의 연구, 부지런한 서산 농민들의 노력까지 3박자가 모두 맞아 떨어지죠”
육쪽마늘이 서산의 대표 특산품이 될 수 있었던 이유를 묻자 서산마늘연구회 한준희 회장은 한시도 쉬지 않고 이유를 설명해 줬다. “자, 직접 보세요” 백문이 불여일견 이었다. 한준희 회장이 내민 고운 빛깔의 마늘에서 짙은 향과 건강한 기운이 고스란히 전해졌다.
뛰어난 맛과 향에 항암효과까지 입증된 서산 육쪽마늘
이미 서산의 육쪽마늘은 수입산은 물론 국내 다른 지역의 마늘보다 맛과 향이 뛰어난 것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육질이 단단해 덜 상하기 때문에 장시간 보관도 가능하다. 한국식품개발원에서 분석한 결과 항암효과에도 탁월한 효과가 있는 것으로 밝혀졌으며 식중독 예방효과도 있어 그 효능이 끝이 없을 정도다.
“서산 지방에서는 마늘이 200여년 전부터 음식 조미료로 사용되었다는 기록이 있어요. 서산 근처에 정박했던 영국 상선에서 육쪽마늘을 보고 '향도, 맛도 신기하다'며 그 당시 최고급품이었던 이불종류와 교환해 갔다는 일화가 전해져 내려올 정돕니다. 간월도의 유명한 어리굴젓을 담글 때 넣는 것도 육쪽마늘, 임금님 수라상에도 올라간 진상품이었지요.” 이번에는 서산 마늘의 효능에 대한 한준희 회장의 끝없는 자랑이 이어졌다. 마치 자식을 자랑하듯, 서산 마늘에 대한 어떤 질문에도 열정적으로, 막힘없이 설명하는 그에게서 서산마늘에 대한 자부심과 애정이 느껴졌다.
지속적인 연구와 타지역 벤치마킹으로 발전시키는 중
한준희 회장이 대표로 역임하고 있는 ‘서산시 마늘연구회’는 충남농업기술원 품목농업인연구회 소속으로 기술센터 40여개의 연구회 중에 '마늘'만을 전문적으로 연구해 결과를 공유하고 있다. 현재 48명 정도가 활동 중인데 매년 자체 교육을 실시하고 실제 농업에 적용하고 있다. 매년 5~6회 이상 현장 견학도 실시한다. 타 마늘 재배지를 견학하며 지리적 차이에 따른 마늘 차이를 확인하고, 좋은 기술을 접목시키기는 기회다.
한준희 회장은 “의성의 마늘은 모를 심는 논에 재배 하고, 단양은 무른 황토에 재배하는 등 국내 유명 마늘 산지라고 해도 토질 별로 조금씩 다른 특성을 지닙니다. 또 의성은 너른 평지에 대규모로 마늘을 재배하기 때문에 기계화가 잘 이뤄져 있지만 서산은 고르지 않은 밭에 재배한다는 차이도 있지요”라며 견학을 통해 분석한 결과들을 알려줬다. 얼마 전에는 일본 다코마치와 자매결연을 맺어 방문해 일본의 '백마늘'에 대해서도 직접 보고 접목할 방안 등을 논의했다고 한다.
한준희 회장은 벌써 51년째 마늘농사에 전념하며 품질 좋은 한지형 토종마늘만을 생산해 왔다. 마늘은 크게 한지형과 난지형의 2가지로 나뉜다. 난지형은 수입종으로 스페인산, 중국 산 등이다. 껍질이 두껍고, 대가 굵지만 일찍 심고, 일찍 수확이 가능한데다 풋마늘로 소비자에게 도달하기 때문에 좀 더 손이 덜 가는 편이다. 이에 반해 한지형은 대한민국 토종 마늘이다. 건조한 후에 판매해야 하고 장마를 겪고, 수확을 해야 하기에 손이 더 가지만 한지형이 알리신이 더 많다. 한준희 회장은 서산에서도 대부분 난지형을 심고 있다며 서산 마늘 농가들이 우리 토종인 한지형을 많이 심었으면 좋겠다는 바람도 함께 전했다.
한준희 회장은 “농협기술원에서 농학 박사에게 '유황비료'의 장점을 듣고 바로 유황 비료를 활용함으로써 다른 마늘보다 더 육질이 단단하고 저장성이 좋은 마늘을 생산할 수 있았다”앞으로도 품질 고급화를 위해 마늘 관련 연구를 이어갈 것을 밝혔다. 이런 연구가 수익 창출로 이어져 농가 소득이 증대되고 젊은 생산농가도 육성되기를 함께 바라게 됐다.
서산의 마늘 널리 알려졌으면
물론, 아쉬운 점도 있다. 예산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저온창고를 턱없이 부족하게 제공받고 있기 때문이다. 수확 후 마늘의 고품질의 보관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저온창고가 필수적이다. 비닐하우스를 활용하는 농가도 있지만 태풍, 비, 습기에 약하고, 색이 변질되는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한준희 회장은 “올해 5평 규모의 창고 10개 정도밖에 제공받지 못할 것이라고 들었다”며 “서산에 마늘 농사짓는 분이 4천 명 정도이고, 면적도 꽤 넓은 편인데, 예산 부족으로 저온창고를 이렇게 부족하게 공급받는 현실이 안타깝다”고 말한다.
마늘연구회의 대표로서 쓴 소리도 아끼지 않았다. “농민이 약해요. 모르는 것은 잘 알려주면서 농민을 위한 행정을 했으면 합니다.”
그 중에서도 가장 바라는 것은 전국적으로 서산의 마늘 브랜드를 널리 홍보하고 광고도 적극적으로 진행했으면 하는 것이다. 이는 효능 좋고, 정성 깃든 서산이 마늘을 좀 더 많은 사람들이게 널리 알리고 싶은 바람 때문이다.
연구회원회 회원들이 생산한 마늘은 일부는 서산의 대표적인 마늘브랜드인 '산수향'으로 소비자를 만나게 되거나 가락시장 상회에 판매된다. 개인적으로 인터넷을 통해 직거래로 판매하기도 한다. 직접 서산육쪽마늘을 구매하고 싶다면 해마다 진행되는 서산 마늘 축제를 찾아가 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벌써 12회를 맞이한 서산의 대표적인 축제로 7월 두 번째 주, 금토일 3일 동안 진행된다. 지난 해 해미읍 등에서 진행된 마늘축제에는 무려 3만 명 이상이 방문해 많은 마늘 판매가 이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