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 섭취를 줄이고 미네랄을 좀 더 섭취하기 위해 일부러 덜 정제된 갈색설탕과 흑설탕 등을 사다 먹었는데 최근 갈색설탕과 흑설탕이 흰설탕에 카라멜을 입힌 것이란 보도를 보고 경악을 금치 못했다. 설탕의 색깔 차이는 음식에 색을 입히기 위해 차별을 둘 뿐 맛과 영양에는 아무런 차이가 없다는 것이다.
미네랄이 풍부하다는 원당도 잘못된 상식이다. 원당에 함유된 미네랄도 극소량 이어서 설탕과 큰 차이가 없다. 부엌에서 설탕을 대체하기 위해 꿀과 올리고당을 사용하지만 당 섭취를 줄일 수는 없다. ‘정녕 설탕을 대체할 식품이 없단 말인가?’ 참으로 답답해 하던 중 두 눈을 번쩍 뜨게 할 정도로 반가운 작물을 만나게 됐다. 설탕보다 20배 달지만 체내에 전혀 흡수 되지 않는다는 신비의 작물, 보령 성주산 기슭에서 자라고 있는 ‘스테비아’다.
이름이 생소하고 낯설다. 이게 무엇인고 하니 남아메리카에서 건너온 수입작물이다. 그런데 이 스테비아가 반갑게도 한국에서 재배되고 있다는 거다. 공기 좋고 물 좋은 충남 보령의 성주산 기슭, ‘박병호자연농장’에서 친환경 농법으로 재배되고 있다는 소문을 듣고 만사를 제치고 달려가 보았다.
5년 전 이곳으로 귀농해 스테비아를 재배하기 시작했다는 박병호 대표는 스테비아 잎을 따주며 먹어보라고 권해다. 잎을 입안에 넣고 오물오물 먹어보니 단 맛에 쌉싸름한 맛이 올라왔다. 박 대표는 초록색 가루를 내어오더니 스테비아 잎을 갈아 놓은 것이라며 이것도 맛보라고 한다. 그래서 조금 집어 입에 넣었다. 신기하게도 쌉싸름한 맛은 온데간데 없고 단맛만 가득히 퍼져나왔다. 스테비아의 당도는 무려 설탕의 20배, 그에 반해 칼로리는 1%라고 했다.
스테비아가 소비자들, 특히 고지혈, 당뇨환자들에게 주목받고 있는 이유는 따로 있었다. 당을 섭취해도 모두 체외로 빠져나와 당 흡수가 전혀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실제로 당뇨환자들이 스테비아를 먹고 당수치를 검사했더니 수치가 전혀 오르지 않은 것을 확인하고 늘 단골처럼 구매하고 있다고 한다. 스테비아는 일명 면역초, 항암초로도 불리는데, 100여가지 식물성 영양소에 항산화활성이 뛰어난데다, 항암효과도 일반작물들보다 1만 배가 더 많다는 것이다. 스테비아의 카테킨은 녹차보다 5배 많다고 한다. 스테비아 잎을 우려 차로 마시니 달근한 녹차를 마시는 듯 했다.
일본에선 30년 전부터 대중화, 하얀 스테비아는 100% 아니야
스테비아의 원산지는 파라과이와 아르헨티나, 브라질 등 남아메리카다. 파라과이에서는 이미 1500년전부터 스테비아 잎을 차와 약으로 사용해 왔고 가까운 일본에서는 이미 30년 전부터 대중화 되어 사용되고 있다. 박병호 대표는 “각종 요리에 설탕처럼 사용할 수 있고, 여름철 별미인 시원한 미숫가루에 타먹어도 좋고, 아이들이 먹기 싫어하는 토마토에 뿌려먹어도 영양소가 전혀 파괴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시중에 하얀색 분말 형태의 스테비아가 유통되고 있는데, 이는 100% 스테비아가 아니니 주의해야겠다. 박병호자연농원의 스테비아는 잎을 통째로 갈아 진한 초록빛을 띠고 있다. 박병호 대표는 이것이 ‘100% 무농약 스테비아’ 라고 소개했다.
스테비아는 다년생으로 한번 심으면 여러해 재배가 가능하다. 봄에 씨를 뿌려놓으면 가을에 하얀꽃을 피운다. 잎을 수확하고 나면 볒짚을 덮어 겨울을 나야 하는데, 박병호 대표는 뿌리째 캐서 하우스에 보관해 두었다 이듬해 봄에 다시 식재를 한다고 했다.
이곳에서는 체험농장도 운영하고 있다. 스테비아 모종심기, 생잎 따먹기, 직접 수확한 스테비아로 아이스크림, 쿠키, 비누 만들기 등을 진행하고 있다. 박병호 대표는 아이들이 생잎을 따먹으며 두 눈 동그랗게 뜨고 “우와 이거 디게 달아~” 라고 말할 때 귀엽고 흐뭇하다고 말했다. 스테비아 체험을 예약한 사람들에게는 스테비아 묘목을 선물하고 있다. 가정에서도 잘 자랄수 있을까 걱정했더니 “7가지 환경을 조성해 시험재배를 해 보았는데, 대체적으로 병충해 없이 잘 자랐기 때문에 각 가정에서도 무난히 키울 수 있을 것이다.”고 설명했다.
성공을 위해 달리는 젊은 농부, 청년 귀농인
박병호 대표는 35살 비교적 젊은 나이에 귀농을 했다. 그 전에는 무역회사에서 4년을 근무하며 매출을 올렸는데, 남의 물건만 팔다주다 보니 내 물건을 팔고 싶다는 간절함이 생겨 창업을 결심하게 되었다. 정부의 당류 저감화 정책과 웰빙 바람을 고려해 스테비아를 선택했다. 기술센터에서 교육받은 후 손수 땅을 일구고 씨를 구입해 묘목을 키웠다. 가공 공장을 짓기 위해 충남도에 사업계획서를 발표해 청년창업지원금도 따 냈다. 공장을 세워 스테비아 분말을 출시한 건 지난해다. 하나로마트 양재점과 창동점에 입고시키고, 농장 홈페이지에서도 판매하고 있다. 공장 설비 라인을 추가해 커피와 같은 차에 타 먹기 좋은 농축액도 상표등록을 마치고 출시를 앞두고 있다.
귀농 5년차, 박병호 대표는 열심히 달려왔다. 지난 5월 대전 무역전시관에서 열린 ‘충남 농촌융복합산업 한마당 큰잔치’에 참가했고 고양 킨텍스에서 열린 ‘서울국제 식품사업대전’에도 참여해 국내외로 스테비아를 홍보했다. 아직은 인지도가 높지 않지만 금새 붐을 일으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박병호 대표는 스테비아에 대해 “많은 사람들을 건강하게 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매력적이다.”며 “소비자들이 안전하게 먹을 수 있도록 가공 과정에도 정성을 들일 것이다.”고 말했다.
설탕과 달리 몸에 흡수되지 않고 모두 체외로 배출된다고 하니 요즘 같이 성인병이 만연하는 시대에 스테비아는 신의 선물이 아닐 수 없다. 설탕에 비해 가격이 비싼게 다소 흠이지만 설탕의 1/20만 넘으면 된다니 그나마 다행이다. 그래도 가격이 좀 더 착해져서 많은 사람들이 즐겨 이용할 수 있는 그런 작물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