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땅에서 난 우리 쌀로 정성껏 빚어내는 우리 술, 그 중에서 막걸리는 한때 배고픔과 시름을 달래던 서민의 술이었다.
또한 순한 맛을 지닌 건강주로서 다른 술과 달리 유산균, 비타민, 식이섬유 등이 풍부하다. 이와 함께 막걸리의 건강 효능이 속속 검증되면서 주류시장에서 소비자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고 있다.
이러한 인기에 힘입어 수많은 종류의 막걸리들이 쏟아져 나와, 치열한 맛의 경쟁 속에서 옥석이 가려지는 가운데, 차원이 다른 자연의 맛을 그대로 보여주는 생덕산막걸 리가 주목받고 있다.
건축물부터 예사롭지 않은 덕산양조장은 1930년부터 약 90년 동안 전통의 비법을 고스란히 전수하며 3대까지 이어온 그야말로 ‘막걸리 명가’이다. 특히 맑고 청정한 진천지역의 암반수와 곡물로만 빚어 타 막걸리에 비해 특유의 냄새와 트림이 적고, 빛깔이 곱고 부드러워 목 넘김이 편안하다. 또한 감미료도 넣지 않고 저온살균하기 때문에 생막걸리의 풍미를 풍부하게 느낄 수 있다.
이곳 덕산양조장에서는 전통 생막걸리 뿐만 아니라, 덕산약주, 덕산재례주를 비롯해 건강에 좋은 한약재를 넣은 천년오자주(구기자·복분자·토사자·사상자·오미자), 흑미로 빚은 와인 로즈앙까지 다양한 전통주를 생산하고 있다.
지난 2015년 7월 덕산양조장을 인수받은 이방희 대표는 “1930년대에 건축된 덕산양조장은 백두산에서 벌목해온 전나무와 삼나무를 압록강 제재소에서 다듬어 수로를 이용해 이곳 진천까지 가져와 양조장 건물을 과학적이면서도 독특한 방식으로 건축했다”고 전하며, “서쪽에는 물이 흐르고 동쪽에 산이 솟아있어 바람방향에 맞춰 건물 위치를 잡았기 때문에 통풍성과 환기성이 뛰어나고, 양조장 앞에 심은 측백나무는 해충방지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고 덕산양조장의 건축방식에 대해서 설명했다.
한편, 1930년부터 지금까지 한 세기 가까이 쉬지 않고 술을 빚어낸 덕산양조장의 목조건축물은 지난 2003년 문화재청의 ‘근대문화유산’으로 등록되는 쾌거를 이루기도 했다.
三杯通大衜, 一斗合自然
덕산양조장에 들어서자 향긋한 누룩과 막걸리 냄새가 실내를 감싸고 있었다. 고유의 숫자가 적혀있는 오래된 옹기 안에서는 톡톡거리며 술 익는 소리가 경쾌하게 들렸다. 이 옹기들은 지금까지 족히 한 세기 가까이 쉬지 않고 막걸리를 빚어낸 셈이다.
양조장 내부의 깨끗한 벽에는 이백의 시와 그림이 눈에 띄었다. ‘三杯通大衜(삼배통대도), 一斗合自然(일두합자연)’로서, 즉 ‘석 잔을 마시면 대도에 통하고, 말술을 마시면 자연의 도리에 합한다는 뜻’이다.
우리나라에도 예부터 막걸리에는 오덕(五德)이 있다고 했다. 허기를 면해주고, 취기가 심하지 않으며 추위를 덜어준다. 또 일할 때 기운을 돋워주며, 평소 못했던 말도 하게 해 소통을 시켜준다고 했다.
그러나 막걸리라고 다 같은 막걸리는 아니다. 한 연구기관에 의하면, “자연발효 시킨 막걸리를 적당히 섭취하는 성인 남성과 여성의 인체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결과 남성에게는 피로완화와 피부재생, 지력 증진 효과를 쉽게 볼 수 있었고, 여성에게는 다이어트 효과와 변비개선, 심혈관 질환 예방 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연구결과를 내놓은 바 있다. 그러나 최근 대기업들이 막걸리 시장에 뛰어들면서 막걸리 맛이 점점 획일화되고 있는 현실이다. 더욱더 큰 문제는 우리나라의 전통주를 만드는데 수입산 재료를 쓴다는 점이다. 이런 수입 곡물로 건강을 생각하며 빚어낸 우리의 전통술처럼 위장한 것은 소비자에 대한 기만행위나 마찬가지다.
이방희 대표는 “대부분 주조회사에서는 수입산 쌀을 사용하거니 누룩을 사다가 대량으로 생산하고 있지만 우리 생덕산막걸리는 국(효모)을 직접 띄워서 자연발효 시키기 때문에 목 넘김이 부드럽고, 취해도 금방 깨고, 머리 아프거나 뒤탈이 없어서 술자리 많이 하는 분들은 몸 생각해서 많이 찾는다”면서, “이 지역에서 생산되는 좋은 곡물, 그리고 가장 중요한 전통 제조방식과 노하우 등이 서로 어울러져 자연스런 색깔과 지금의 맛이 나오게 된 것”이라고 자부했다.
특히 지금 함께 일하는 대부분의 직원들도 양조장의 주인이 바뀐 지금까지 소중한 효모를 옛 방식 그대로 지켜오며, 15년 이상을 이곳 덕산양조장에서 전통주를 빚어왔다. 이렇게 오랜 기간 전통방식 그대로 빚어낸 덕산양조장의 술은 은은한 연노랑 빛으로 우리 전통주만이 지닌 빛깔이다. 그 이유는 자동식으로 찍어낸 것이 아닌, 옛것을 소중히 여기는 마음으로 일일이 거르고 뜨는 작업으로 완전히 발효시켜 자연 숙성해낸, 그야말로 정성어린 손길로 가득 담겨서일 것이다. 그래선지 목 넘김이 부드럽고 취해도 금방 깨며, 그 다음날 뒤끝이 없다.
막걸리의 패러다임 전환 필요
경영학을 전공한 이방희 대표는 전공과는 다소 다르지만 기계를 취급하는 회사에 취업해 30년이 넘는 기간 동안 술 관련 기계를 제작, 설계하게 된다. 그동안 안동소주, 산사춘, 가시오가피, 구기자, 동동주 등 여러 종류의 술과 관련된 기계설치 및 콘셉트 관련 일을 하다가 4년 전, 존폐의 위기에 놓여있는 덕산양조장을 인수하면서 이곳만의 전통과 노하우까지 고스란히 이어받았다.
이 대표는 “우리의 전통주인 막걸리를 우리나라를 대표해 세계에 내놓을 수 있는 술로 만들기 위해서는 소비자를 만족시키고 감동시킬 수 있는 다양한 기술 개발이 필요하다”고 강조하며, 이에 따라 “전통을 지키면서도 하우스맥주처럼 자체 제조할 수 있는 방식이나 파우더 방식의 새로운 패러다임에 대해서도 도면을 그리고 연구 및 기획을 하고 있다”고 기술개발에 대한 의지를 전했다.
이어, “한류열풍과 더불어 세계로 뻗어나가고 있는 우리의 전통주도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자랑스러운 전통의 술로 내세울 수 있다”며, “사견이지만 덕산양조장이 저 개만의 것이 아니라, 대한민국의 대표적인 전통주가 되기 위해서는 정부나 지방단체에서 협조해 사단법인으로 이끌어갈 수 있다면 100년, 200년, 더 나아가 천년을 이어갈 수 있다”고 포부를 밝히는 그의 전통주에 대한 애정과 술을 빚는 마음가짐이 엿보였다.
우리 전통 막걸리는 한국에서 역사가 가장 오래된 술로, 서민들의 일상 곁에서 함께해온 벗과 같다. 특히 최근 한류의 물결이 아시아를 넘어 전 세계로 확산되는 이즈음 우리 전통주인 막걸리도 전 세계에 그 우수성을 인정받는 그 날이 오기를 바라며, 덕산양조장 이방희 대표의 소중한 마음이 좋은 결실을 맺기를 바란다. 또한 쌀의 안정적 소비기반을 확보와 농가소득 증대 및 상품화를 통한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