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손으로 만드는 맛깔스런 전통 재래장 청매촌 조명동 대표

내 손으로 만드는 맛깔스런 전통 재래장 청매촌 조명동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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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에서 심은 마을의 매실나무가 청매촌의 시작인 셈이다. 차가 많이 다니지 않던 10여 년 전, 진천읍 문봉리에는 신작로 가로수에 매실나무를 심었다. 6월이면 매실이 주렁주렁 열렸는데, 당시 이장이었던 조명동(현 청매촌 대표)씨는 이 매실을 활용해 보자는 마음으로 마을 주민들과 힘을 합쳐 생 매실을 따 상품화 하고 남은 것으로 매실청과 매실장아찌를 만들어 팔았다. 3년간 해마다 천 만 원이 넘는 수익을 올렸다. 매실이 문봉리 마을의 효자가 된 것이었다. 그러나 매실 사업은 지속되지 못했다. 이장이 바뀌고 마을 주민들이 고령화 되며 점차 시들해 졌고, 결국 사양의 길을 걸었다. 조명동 대표는 아쉬운 마음에 이때의 경험을 살려 2012년 청매촌을 설립했다. 매실을 시작으로 한국 고유의 전통 재래장까지 섭렵한 그는 많은 사람들이 전통 재래장을 직접 담가먹을 수 있도록 하겠다는 취지로 ‘내 손으로 장 담그기 체험 행사’를 시작했다. 최초 20여명으로 시작했는데 7년이 지난 지금 100여명에 이르렀다. 


청매촌이 자리한 곳은 진천군 진천읍 문봉리 허준주막이 자리하고 있는 곳이다. 허준 주막은 조선의 의학자인 허준 선생이 과거를 보러 가던 길에 이곳에서 병자를 만나 치료해 주다 과거시험을 놓치게 되었던 일화가 있던 곳이다. 진천군은 개인의 영달 보다 이타심으로 환자를 돌본 허준 선생 행적을 높이 평가해 그 뜻을 기리고자 허준 주막을 조성했다. 이곳 주막 앞마당에 지난 정월, 100여명이 모인 가운데 청매촌 주관의 ‘내 손으로 장 담그기 체험행사’가 열렸다. 정월로 날을 잡은 것은 정월에 담근 장이 액운을 막아주어 가장 맛있기 때문으로 정성을 다한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었다. 

“이게 메주가” “쥑이네” 구수한 경상도 사투리부터 “아따 메주 한번 거시기하네~”, “낮밥묵으냐?” 재밌는 전라도 사투리까지 전국 팔도에서 장을 담그기 위해 청매촌을 찾았다. 신청자는 100여명이지만 가족, 형제자매, 친구들이 함께 하다 보니 총 인원은 150~200여명이 되었다. 참가자들은 조명동 대표와 그의 아내 강희삼 선생의 지시에 따라 맛있게 띄어진 메주 8장(콩 한 말 기준 8kg)과 소금물 그리고 지역에서 나는 참숯, 고추, 짚을 받아 장을 담갔다. 처음 장을 담가본다는 이들도 설명에 따라 쉽게 따라할 수 있었다. 장을 담고 항아리에 이름표를 두르면 정월의 장담그기는 끝이 난다. 몇 달 후 가르기를 할 때 다시 모일 것이다. 이렇게 만든 장은 다음해 4인 가족이 1년 동안 넉넉히 먹을 수 있는 양이다. 

‘내 손으로 장담그기 체험행사’는 이것으로 끝이 아니다. 이후 맛있는 점식식사가 제공되고 내손으로 만든 인절미와 군고구마 시원한 탁주도 한 사발 할 수 있다. 청매촌 주인장의 넉넉한 인심을 엿보게 된다. 장 담그는 법을 배우기 위해 이곳을 찾았던 한 새댁은 된장의 맛과 주인장의 인심에 해마다 친정에 오듯 이곳을 방문하게 된다고 말했다. 주변에 입소문을 내 이웃사촌들과 함께 찾는 연례행사가 되었다며 “장맛은 청매촌이 최고!”라고 외쳤다. 


조명동 대표 내외는 처음부터 장을 담근 것은 아니다. 매실 생과에서 매실 엑기스, 매실 장아찌를 만들다 같은 발효 식품인 전통 재래장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강희삼선생의 친정어머니에게 어깨 너머로 배운 장맛을 정확한 레시피로 만들기 까지 긴 시간이 걸렸다. 조명동 대표는 장류 부문에 자격증을 땄고 강희삼 선생은 장 담그기 교육과정을 이수 받아 수료증을 받았다. 그렇게 하고서도 장을 만들어 판매하기 까지 쉬운 길은 아니었다. 처음 몇 해 동안은 장을 만들어 지인들과 나눠먹기만 했다. 조명동 대표는 담그는 방식은 재래식이더라도 담그는 곳은 재래식이 되면 안 된다는 생각에 위생적이고 깨끗한 현대식 시설로 공장을 세워 본격적으로 장을 담가 판매하기 시작했고 한걸음 더 나아가 장을 판매하는 것보다 메주를 팔 면 더 좋겠다는 생각에 이르렀다. 이러한 취지로 ‘내손으로 장 담그기 체험 행사’를 주최하게 되었는데... 결과는 메주를 사가지고 가는 이들보다 장 담그는 체험행사를 해마다 기다리는 참가자들이 늘고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그도 그럴 것이 이곳에 오면 장만 담그는 것이 아니라 즐거운 꺼리들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진천군 내에서 생산되는 콩중 많은 양이  청매촌으로 들어온다고 봐도 무방하다. 항아리 한 개에 들어가는 메주 8장에 콩 한말, 약 8Kg, 100항아리면 800kg의 콩이 필요하다는 셈이 나온다. 메주 외에 들어가는 모든 부재료도 진천읍에서 가져오는 것들이 대부분이다. 물 좋고 공기 좋은 곳에서 좋은 재료로 만들어지는 장이다 보니 발효되는 균도 맛있는 장맛을 만들어 낸다. 조명동 대표는 “장맛은 균이 좌우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만드는 사람의 정성과 온도 주변 환경도 중요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발효되는 균이 맛있는 암모니아를 내뿜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 균이 다 같은 균인 것 같지만 지방마다 다 다르고 집집마다 다 다르다고 했다. 장맛은 여기에서 결정되는 것이었다. 


청매촌의 제품들은 인터넷 보다 코엑스, 백스코와 같은 전시장과 전국의 직거래 장터, 로컬푸드 마켓에서 만날 수 있다. 전통장에 관심을 가지는 50세 이상의 중, 장년층들은 온라인 쇼핑보다 현장에서 시음을 통해 맛을 확인하고 구매하는 경우가 더 많고 입소문으로 홍보가 되어 전화로 주문하는 경우가 많았다. 

“수익만 따지면 이 일을 못 하죠” 청매촌의 조명동 대표와 그의 아내 강희삼 선생은 재래장의 명맥을 이어간다는 사명감과 보람으로 청매촌을 운영해 가고 있다고 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해가 갈수록 적자폭이 줄어든다는 것이다. 조명동 대표는 “물 좋고 공기 좋은 곳에서 정성 드려 담근 장이 그 가치를 더 할 수 있도록 자부심을 가지고 계속해서 노력해 나갈 것이다.”고 밝혔다. 


맛있는 재래장을 지키기 위해 하루하루를 분투하는 청매촌의 구슬땀이 헛되지 않도록 올해 담근 장도 맛있게 발효되어 많은 이들의 식탁을 풍성하게 해주기를 바라고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