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집 같이 편안한 곳 노인요양시설 ‘평안의 집’ 김문자 원장

내 집 같이 편안한 곳 노인요양시설 ‘평안의 집’ 김문자 원장

관리…


· 수도권에서 하루 생활권... 아침에 출발해서 저녁에 도착

· 요양원은 선택이 아닌 필수, 가고 싶은 곳 미리 알아보고 선택해야.

· 살던 집보다 편안하고 즐거운 곳... 월 2회 왕진, 상주 간호사 매일 건강 체크


‘물 좋고 공기 좋은 곳이면서 하루 생활권이 가능한 곳’, 평안의 집 김문자 원장은 두 손 모아 하나님께 소원을 빌었다. 그렇게 자리를 잡게 된 곳이 바로 충청북도 진천군, 지금의 자리다. 

2003년 서울 신월동에서 개원한 평안의 집은 2005년 진천군으로 시설을 옮겼다. 19명 정원인 작고 아담한 노인요양시설로 내 집 같은 편안함을 제공한다. 서울에서 하루 생활권에 들어 보호자들이 오가기도 좋다. “소개받아 이곳에 왔는데, 와보니 마음이 편안하더라구요. 하나님이 주신 선물이다 생각하고 기꺼이 오게 됐어요.” 김문자 원장은 14년 전을 회상하며 정착하게 된 계기를 설명했다. 

요양원 하면 고려장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김문자 원장은 80대 이상의 세대들은 대부분 그렇게 생각하지만 그 이하 세대들은 자신들의 노후를 책임져 줄 수 있는 곳으로 인식 전환이 되고 있다며 엄밀히 요양원은 노후를 관리해 주는 고마운 시설이지 고려장이 아니다 고 말했다. “처음에 들어올 때는 불편한 마음으로 들어오시지만 시간이 지나면 이곳이 얼마나 편안한지 느끼게 되고 나중에는 집보다 낫다고들 말씀하세요. 자식들도 부모를 요양원에 보냈다는 가책을 느낄 필요가 없어요. 요양원에 못 모시는 자식들도 얼마나 많은데요. 요양원에 모시는 것도 자식들의 능력이랍니다. 보고 싶으면 언제든지 와도 되요. 하루 종일 놀다가도 되구요.” 실제로 평안의 집에는 치매로 입원한 80대 할머니가 계시는데, 그 남편인 90대 할아버지가 매일 와서 하루 종일 함께 놀다가 집으로 돌아가신다고 했다. 힘겹게 돌보는 것은 간호사와 복지사 등 전문가들의 몫이고 가족들은 함께 즐거운 시간만 보내면 되기 때문에 요양원은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곳이 되어 주었다. 

요양원에 들어와서 친구들과 보내는 하루 일과도 집에서 보내는 시간보다 낫다. 전문가들의 관리와 보호아래, 삼시세끼와 하루 두 번의 간식이 제공되고 한 달에 2회 의사가 왕진을 온다. 상주하는 간호사들이 늘 건강을 체크하고 ‘똥칠’하는 노인들도 복지사들이 깨끗이 관리해 준다. 이곳 평안의 집에 들어오는 노인들은 대부분 치매, 중풍, 뇌출혈 등과 같은 노인성 질환을 가지고 있다. 가정에서 이러한 노인들을 돌보려면 한사람으로는 역부족이다. 대가족시대에는 여러 형제자매들이 함께 부모를 봉양했지만 3, 4인 가족의 핵가족시대에 만사를 제쳐두고 부모만 봉양해야 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 하다. 내가 직접 부모를 모시는 것이 ‘효’라고 생각할 필요가 없다. 부모 마음이 편안하면 그것이 ‘효’라는 것을 알고 좋은 요양원을 찾아 좋은 시설과 따뜻한 곳에 부모를 모시는 것도 현명한 선택이라고 할 수 있다. 

김문자 원장은 평안의 집을 개원하며 ‘내 집 같은 곳’을 꿈꾸었다. 그래야 입소하는 노인들도 빨리 적응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낯설고 어색하고 불편하면 하루도 못 있죠. 하루하루 지내면서 집보다 낫네. 더 좋네. 이렇게 느낄 수 있도록 만들어 가는 게 저의 역할이고 사명이라고 생각해요.” 요양원에 입소하게 되면 새로운 사람들과의 관계, 이해도. 친밀감 이런 것들이 형성되는데 평균 3개월이 소요된다고 했다. 그 시간이 지나고 나면 내 집 같이 편안하게 이곳 생활에 적응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단체생활이다 보니 간혹 어르신들이 싸우는 경우도 있지만 큰 소리 한번 내지르는 것일 뿐 큰 싸움은 아니라고 했다. 김문자 원장은 “그 정도는 싸워야 사람 사는 세상이고 사는 맛이 나죠. 저는 그게 더 생기 있고 정겨운 모습이라고 생각해요.”라며 웃었다. 

김문자 원장은 40대에 요양원 사회복지사 자격증을 획득하며 복지사로서의 활동을 시작했다. 삼성병원과 목동제일병원에서 봉사활동도 하고 또 요양원에 들어가 개인간병도 해 보며 현장의 모습을 배우고 익혔다. 그리고 평안의 집을 오픈했는데 그때가 60대 초반 이였다. “평안의 집에서 16년의 세월이 흐르고 보니 저도 어느새 70대 후반이 되었네요. 입소하시는 분들이 이제는 친구 같죠. 물론 연배로 보면 아직 한 참 어리지만 말이에요.” 김문자 원장은 “한식구라는 마음으로 어르신들과 어울린다.”고 했다. “이야기도 많이 하고, 하나 되는 느낌. 그래야 보호자와도 소통할 수 있고 또 보호자도 마음 편하게 믿고 맡기게 되더라.”고 말했다. 

죽음을 앞두고서 사후 세계를 생각지 않을 수 없다. 어르신들의 사후에 대해서도 함께 공감하고 소통하며 그들의 고민을 들어주고 편안한 마음을 가질 수 있도록 돕는다고 했다. 평안의 집은 기독교로 매일 오전 10시 예배를 보지만 어르신들에게 강요도 강제도 하지 않는다. 스스로가 마음이 동화되어 참여하게 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판단했다. “신앙적인 부분은 강요할 사항은 아니에요. 다만 마음의 동화가 생기면 신앙적으로 좀 더 다가가서 하나님께 귀의할 수 있도록 도와는 드려요. 또 사후 세계에 대해 방황하시는 분이 계시면 종교적으로 안정을 주려고 노력하고 하나님을 볼 수 있도록 해드리고, 죽음이 두려움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하고 편안하게 가실 수 있도록 돕는 것, 그것이 제 역할이라고 생각해요.” 보호자들에게 “우리엄마 얼굴이 좋아졌어요. 환해졌어요” 하는 말을 들을 때가 가장 보람되다는 김문자 원장은 국가적인 정책과 시스템이 보다 완벽하게 구축되어 노인요양보호시설에 사각지대가 없어야 한다고 말했다. “저도 노인성 질환으로 일상생활이 안 되면 요양원에 들어갈 생각을 당연히 하고 있고, 초 고령화 사회로 요양원은 더 늘어날 거예요. 일부 부패한 시설로 많은 좋은 시설들이 욕을 먹고 부정적인 인식이 만연해 지는 것이 안타까운데, 사실 좋은 시설들이 더 많거든요.” 김문자 원장은 정부 차원에서 요양원에 사각지대가 생기지 않도록 더 관심을 가지고 관리감독해 줄 것을 요구했다.  

‘요양원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김문자 원장은 “요양원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잠시 비켜두고 자신이 들어갈 요양원을 직접 찾아 선택하는 것도 현명한 방법”이라고 했다. “이사를 갈 때 누가 가라고 해서 가는 아니라 직접 부동산을 찾아다니며 발품을 팔아 좋은 집을 찾고 이사를 가잖아요. 요양원도 내가 노후에 들어갈 곳이라는 것을 알고 미리 발품을 팔아 나와 맞는 집, 내 집 같은 곳, 내가 편안하게 지낼 만한 곳을 미리 찾아야 해요” 김문자 원장은 이것 또한 노후를 준비하는 중요한 과정임을 다시 한 번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