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토가 빨갛게 익으면 의사 얼굴이 파랗게 된다”는 유럽의 속담이 있다. 그만큼 토마토는 의사가 필요치 않을 정도로 건강에 좋은 식품이라는 말이다. 그런데 이 토마토에 클로렐라를 먹인다면 이 세상 최고의 슈퍼푸드라고 해야 하지 않을까.
생거진천 토마토영농조합법인은 클로렐라를 이용해 토마토를 재배하고 있다. 농약 대신 클로렐라를 배양해 4~5일 간격으로 살포해 주면 클로렐라 미생물이 곰팡이 균을 잡아내 토마토가 건강하게 자라더라는 것이다. 생거진천 토마토영농조합법인 김병구 대표는 “농약을 살포하면 잔류농약 때문에 며 칠 동안은 토마토를 따 먹을 수 없는데, 클로렐라는 아무 때고 토마토를 따먹을 수 있어 여러 면에서 건강해진 농산물을 생산하게 되었다.”고 밝혔다.
클로렐라는 민물 녹조류에서 발생하는 플랑크톤의 일종으로 매생이, 파래 등과 유사하며 단백질, 비타민, 철분, 칼륨, 인, 칼슘, 식이섬유 등 60여 가지의 영양성분을 골고루 갖추고 있어 미국 항공우주국(NASA)이 우주인식품으로 선택해 연구하며 유명해 졌다. 일찌감치 고령화 사회로 들어선 일본에서는 50대 이상의 남녀 70% 이상이 클로렐라를 복용한다고 할 정도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클로렐라는 세포의 기능을 활발하게 하고 면역력을 높여 외부에서 침입하는 세균이나 바이러스에 대한 저항력을 강하게 하고 종양억제작용을 한다. 조혈작용을 활발하게 해 빈혈예방에도 좋고 골다공증, 중금속 배출, 장기능 개선, 콜레스테롤 감소, 혈액순환 등 다양한 효능을 자랑한다. 김병구 대표는 “클로렐라를 이용해 토마토를 키우면 저장성도 오래가고 상품가치도 좋아진다.”며 “배양기를 가지고 클로렐라를 키워 농가들에게 모두 나눠주고 있다.”고 밝혔다.
생거진천 토마토영농조합법인에 가입된 농가는 80여 가구다. 작목반 형태로 10년을 함께 해온 농가들인데, 2년 전 함께 뜻을 모아 토마토영농조합법인으로 새롭게 출범했다. 김병구 대표는 “이윤 추구를 목적으로 한다기 보다 재배 과정에서 필요로 하는 여러 가지 물품을 공동구매해 농가 가계에 부담을 덜기 위해 만든 법인”이라고 밝혔다. 영농조합법인에서 출하하는 토마토는 80%가 서울 가락동 시장으로 납품되고 일부는 대구와 청주로 들어간다.
토마토는 보통 한해 두 번 농사가 가능하다. 첫 농사는 2월에 시작해 5월에 수확을 하고 두 번째는 6월에 시작해 8월에 수확한다. 그러나 최근 봄에 출하하는 토마토 시세가 형편없어 생거진천영농조합법인은 봄철 농사를 하지 않고 6월에 첫 모종을 심는 것으로 토마토 농사를 시작한다. 김병구 대표는 26동의 하우스(약 5000평)에 토마토 농사를 짓는데 노란대추방울토마토, 빨간대추방울토마토 그리고 완숙토마토 3가지를 생산했다. 빨간대추방울토마토는 물과 거름만 잘 줘도 잘 자라는데, 노란대추방울토마토와 완숙토마토는 보다 더 세심한 관심과 기술을 필요로 했다. 물과 비료가 조금만 모자라도 안 되고 넘쳐도 좋지 않다.
토마토가 싫은 이유는 껍질 때문..
익혀서 껍질을 벗기면 맛있게 섭취 가능.
토마토에는 라이코펜, 베타카로틴 등 항산화 물질이 많다. 토마토의 빨간색은 ‘카로티노이드’라는 물질인데 라이코펜의 주성분이다. 토마토는 빨갛게 익은 것이 좋고, 생으로 먹는 것 보다 익혀 먹는 것이 흡수율을 높인다. 주스처럼 갈아먹을 때는 완숙 토마토를 이용하면 수분함량이 많아 맛있게 먹을 수 있다. 끓는 물에 살짝 익히면 토마토 껍질이 자연스럽게 벗겨지는데 이것을 갈아먹으면 시중에 파는 토마토 주스보다 더 건강하고 맛있는 생과일주스가 된다. 김병구 대표는 “토마토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에게 껍질을 벗긴 토마토를 주면 잘 먹는다.”며 “식사 전에 토마토를 하나 먹으면 식사량을 줄일 수 있어 다이어트에 효과가 있을 뿐 아니라 소화도 돕고, 신진대사도 촉진시켜 우리 몸을 건강하게 해주는 좋은 식습관이 된다.”고 설명했다. 또 “토마토를 먹으면 뇌졸중, 심근경색, 암 등 3대 성인병을 예방할 수 있고 혈관을 튼튼하게 해 고혈압 환자에게 특히 좋은 천연 식품”이라고 강조했다.
농촌진흥청 사업으로 진천 토마토 농가에 관비기가 설치될 예정이다. 관비기는 척박해진 토양에 자동으로 물과 양분을 적절히 공급해 토지 이용율을 증대 시키는 역할을 한다. 또 자동화 시스템으로 운영돼 인건비를 줄일 수 있다. 지난해 10월 진천의 33개 농가가 농촌진흥청이 주관하는 ‘관비기’ 지원 사업에 합격해 곧 설치를 기다리고 있다. 김병구 대표는 “관비기가 설치되면 물과 비료를 주는 일에 얽매이지 않고 다른 일도 병행할 수 있어 일의 효율성도 높여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토마토 농사가 끝나면 한 여름에는 수박이 시작되고 겨울에는 시금치를 재배한다. 토양의 관리가 반드시 필요한 이유다.
아직 관비기를 설치하지 못하는 농가들도 많다. 원하는 농가는 많은데 공급이 부족하다 보니 사업받기가 힘들다고 말했다. 농촌진흥청은 농가의 사업성과 타당성, 실질적 효과를 조사해 우수 농가를 선정한다. 김병구 대표는 “고령화 사회로 인력이 감소하고 최저임금 인상으로 고용도 불안한 상황에서 사업성을 따지기보다 어려운 농가를 돕는다는 취지에서 진행해야 하는 것이 아닌지 안타깝다.”고 말했다.
최저임금 올라 물가 상승했는데 그 책임은 농가에 전가
최저임금이 올라 물가가 상승했는데 그 불똥이 농가에 튀었다. 임금 인상에 따른 물가 상승분을 왜 농가에서 책임져야 하냐는 것이다. 김병구 대표는 각종 매스콤이나 뉴스에서 농산물가격이 비싸다고 경쟁적으로 뉴스를 내보내면 바로 농산물 가격이 떨어져 농민들만 울상 짓게 한다.”며 “봄철 토마토 농사를 접은 것도 다 그런 이유”라고 토로했다. 비료대고 투자한 원금도 못 건지는 상황이면 농사지을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클로렐라를 이용해 건강하고 맛있는 천연보약과도 같은 토마토가 한 철 사라진 셈이다. 제 값을 인정받고 농가에 든든한 소득원이 될 수 있도록 바른 먹거리를 책임지는 농민을 위한 정책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히 요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