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순기 대표가 양봉을 시작한 것은 무려 지금으로부터 43년 전 일이다. 1973년 고향인 홍천을 떠나 친영을 따라 영월에 정착하면서 자연스레 시작하게 된 것. 4년 정도 선배 양봉인 밑에서 배우는 과정을 거쳐 80년대 초에 10통으로 시작하게 됐다. 지금처럼 양봉인이 많지도 않고, 기술도 발달하지 않았던 시절이었다. 43년 동안 양봉 산업은 어떻게 변해왔을까. 양봉 역사의 산 증인과도 같은 그에게 양봉 산업의 과거와 현재에 대해 물었다.
43년째 양봉 전업, 그 때와 지금 양봉 비교해 보자면...
그는 가장 큰 변화로 기술의 발전과 기후 온난화를 꼽았다. “당시에는 소규모라도 밀원이 풍부해 상대적으로 작은 군수로도 많은 양을 채밀할 수 있었다. 하지만 최신 기술에 비하면, 기술 수준은 낮았다. 요즘에는 기술 자체도 발전했고, 농업기술센터 등 관련해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기회도 증가했다. 따라서 키울 수 있는 군수도 들어났고, 군 당 담을 수 있는 마리수도 크게 늘었다. 예전에는 단상이라고 해서 1단, 2단을 가지고 다녀도 한 통을 채우기 힘들었다면 지금은 벌을 가득 채우고 있다. 당시에는 꽃가루를 받을 지도 몰라 자연에 의존해 자연 그대로 길렀고, 프로폴리스라는 것의 존재도 몰랐지만, 지금은 꽃가루를 받아 일찍 받아 먹여 일찍 기를 수도 있다.”
“또 한 가지 두드러진 변화는 기후 변화다. 온난화로 인해 봄이 빨리 와 벌을 일찍 기르기 시작한다. 전에는 2월 중순에서 3월에 시작을 했지만 지금은 12월 중순부터 시작한다. 겨울이 없어진 것만 같다. 따라서 이동양봉을 하는 데도 차이가 있다. 전국적으로 꽃 개화기간이 짧아져 전국을 빠르게 부지런하게 다니고 있다. 한 군데 머무는 시간이 확실히 짧아진 것이다. 전에는 한 곳에 보통 일주일에서 10일 정도 머물렀다면 요즘은 한 자리에서 4~5일 있기도 바쁘다. 바로바로 이동을 해야 한다.”
양봉하려면 부지런해야죠,
새벽 5시부터 10시까지 이어지는 일과
그렇게 직접 변화를 온 몸으로 겪으며 박순기 대표는 양봉 규모를 점차 확대해 나갔다. 당시에는 농사도 겸해 10군으로 시작했던 것이 점차 50군 100군 규모로 늘어나다가 90년대 후반 들어 300군 이상 하면서 궤도에 올라섰다. 2천년대 초반에는 아카시아 꿀만 무려 100드럼을 생산했다. 국내에서는 최초로 세운 1인당 생산량 최대 규모 기록이었다. 2003년에는 양봉협회의 추천을 받아 KBS 프로그램 ‘6시내고향’에 방영되기도 했다. 현재까지도 700~800군을 기르고 있다. 식구2명과 직원 5명 등 총 7명이 함께 하고 있을 정도로 큰 규모를 자랑한다.
박순기 대표는 이렇게 발전시켜올 수 있었던 요인으로 ‘부지런함’을 꼽는다. “벌을 기르는 데 특별한 기술이 요구되는 것은 없다 본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남들보다 부지런해야 한다는 것이다. 양봉은 타이밍이다. 벌을 기를 때에도 제때에 먹이를 공급해야 하고, 남들보다 더 많이 들여다보면서 타이밍을 놓치지 않고 필요한 것을 채워주며 길러야 한다. ‘벌도 농부의 발자국 소리를 듣고 큰다’는 말이 있는 것처럼, 신경을 많이 쓴다면 확연한 차이가 있다. 꿀을 딸 때도 이동할 때도 시간을 잘 맞춰야 한다. 하루 이틀 늦으면 생산량에 엄청난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그의 일과는 새벽 5시면 시작된다. 그 때 기상해서 준비를 하고 각종 작업을 하다 보면 매일 밤 9시~10시까지 일과가 이어진다. 탁월한 부지런함을 바탕으로 박순기 대표는 현재는 로얄젤리 생산에 치중하고 있다. 봉산물 중에 으뜸으로 여겨지는 여왕벌의 먹이 ‘로얄젤리’는 생산하기 위해 정말 손이 많이 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박순기 대표는 “로얄젤리 생산은 더욱이 부지런 해야만 할 수 있는 작업이다. 시력도 좋아야 한다. 힘든 작업이긴 하지만 로얄젤리의 효능은 신진대사가 원활해지고 피로회복에도 좋은 등 뛰어나기 때문에 높은 가격에도 불구하고 수요가 많은 편이다. 고부가가치를 가진 상품이다”라고 밝혔다.
강원도 대표 브랜드 허니원 대표로서...
김삿각벌꿀농원을 운영하고 있는 박순기 대표는 현재 강원도의 대표 브랜드 ‘허니원’의 대표로도 활동 중이다. 강원허니원영농조합법인은 강원도의 청정이미지를 살려 전국을 대표할 수 있는 벌꿀 브랜드를 만들어 보자는 취지에서 시작된 브랜드이다.
박순기 대표는 “강원도 내 양봉 생산농가들이 벌꿀을 허니원이라는 하나의 브랜드 시스템으로 생산, 관리 및 유통을 하여 강원 특산물 브랜드 이미지를 확보하고, 철저한 검사와 브랜드 관를 통해 강원 벌꿀의 우수성을 공식적으로 인정받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농협에서도 다른 지역의 꿀보다 더 높은 가격으로 구매해 가고 있다. 그에 따르면 강원도 지역의 꿀은 수매할 때도 드럼 당 10만원 씩 추가되고 있다고.
그 결과, 2013년에 출범된 허니원 브랜드는 현재 정착기에 접어들었다. 강원도의 전폭적인 지원 하에 확고한 품질 관리로 기준을 확고히 하고 있기 때문에 소비자들에게 인지도도 높아지고 신뢰도도 높아졌다. 2015 대전세계양봉대회에서는 벌꿀산물부문 금상을 수상하는 쾌거도 올렸다. 강원도 농가들은 대부분 허니원에 수매를 진행하고 있을 정도다.
그는 끝으로 양봉산업 발전을 위해 정부에 밀원수 식재에 적극적으로 나서줄 것을 부탁했다. “우리나라의 벌 기르는 기술은 세계적으로 으뜸이라고 확신한다. 따라서 밀원만 풍부하다면 수출을 통해 경제 활성화 효과도 이룰 수 있다. 특히 강원도 지역은 산지가 많아 밀원을 조성할 수 있는 여건이 좋은 편이다. 일반 묘목을 식재하는 것보다는 밀원을 식재한다면 부가가치가 높은 투자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정부에서 미래를 내다보고 밀원 식재에 큰 관심과 지원 쏟아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