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뻔한 자연과 관광지 벗어나 콘텐츠로 경쟁할 때

제주, 뻔한 자연과 관광지 벗어나 콘텐츠로 경쟁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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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레하우스 대표 김은희


제주는 명실 공히 ‘국민 관광지’로 자리 잡았다. 눈을 돌릴 때마다 맑고 푸른 바다가 가득 담기는 데다, 한라산을 필두로 각 코스 별로 고유한 특징을 간직한 올레길은 걸음만으로 진정한 쉼을 선사한다. 하루에도 몇 차례씩 제주로 향하는 비행기가 하늘을 가르는 탓에 경제적, 시간적 부담도 줄었다. 이국적인 정취에 풍부한 자연경관을 즐길 수 있고 각종 테마파크까지 속속 들어서면서 해마다 관광객은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어째 제주 여행을 다녀온 사람들의 후기를 들여다보면 맛집과 호텔에서의 수영, 국적을 가늠할 수 없는 카페에서의 인증 사진들만이 가득한 것 같다. 해안가를 따라 비슷비슷한 느낌의 카페, 음식점들만 즐비해지면서 제주 본연의 정취가 옅어져 가는 것은 아닐까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다. 푸른 바다와 산, 풍부한 먹거리와 커피도 제주의 매력임은 틀림없지만 제주가 품고 있는 것은 비단 이런 것만은 아니리라는 안타까움이다. 몇 번이고 찾을 때마다 새로운 제주를 선물하기 위해서는 보다 제주를 깊이 들여다 볼 수 있는 무언가가 필요하다. 제주의 문화와 역사가 담긴 새로운 코스나 제주의 전통, 스토리를 간직한 콘텐츠가 있다면 제주를 찾는 기쁨은 더 커지지 않을까. 


그런 의미에서 제주 4.3 사건 70주년을 기념해 지난해부터 진행 중인 제주도의 다크투어는 여러모로 추천하고픈 경험이다. 다크투어는 전쟁, 대학살, 감옥, 자연재해 등 비극, 슬픔 등으로 기억하고 있는 장소를 찾아 과거의 어두운 역사에서 그 의미와 교훈을 얻는 여행이다. 제주 다크투어 ‘100년 역사의 시간여행’은 3.1운동 100주년을 기념해 제주의 항일정신과 제주4.3의 저항의 역사 속에서 보여준 제주인의 삶을 보여준다. 관덕정에서 출발해 제주서부와 동부지역으로 나누어 제주의 역사와 아픔을 간직한 장소를 둘러보면서 역사가 주는 교훈을 배울 수 있는 코스로 구성되어 있다. 전문 해설사 분의 해설과 4.3 사건의 생존자의 증언을 들으며 아름다운 관광지에 숨어있는 아픈 역사를 음미해 보는 시간이 될 것이다. 


제주해녀가 궁금한 이들에게는 ‘해녀의 부엌’도 호기심을 자극하는 공간이다. 20여 년 전 생선을 경매하던 활선어 어판장을 해녀문화 복합공간으로 탈바꿈시켰다. 해녀의 첫 물질 이야기를 담은 연극공연과 해녀들이 직접 채취한 해산물을 활용한 해녀의 밥상, 오랜 세월 바다와 함께한 해녀들의 생생한 삶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해녀 인터뷰 등 다채로운 경험으로 인기가 높다. 


제주는 아름다운 풍경과 관광지 뒤에 더 커다란 선물을 감추고 있는 곳이다. 뻔하디 뻔한 제주 말고, 색다른 체험을 통해 새로운 제주를 만나보는 것은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