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란 무엇인가

종교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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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성성원 김준규원장 (위덕대학교 박사과정)


“유엔미래보고서 2045”에 의하면 지금으로부터 30년 후 미래의 세계는 현재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와 매우 다른 모습으로 예측되고 있다. 보고서에서는 주로 과학기술의 발전으로 인한 인공지능, 에너지, 환경 등의 변화를 다루고 있는데 그 가운데에서 인체와 관련된 내용으로 건강을 위한 새로운 의료보건기술의 발달을 언급하고 있다. 요점은 신체적ㆍ정신적으로 인간의 조건이나 능력을 향상시켜 주는 기술과 각종 치료기술의 발달로 세계 인구의 평균수명이 연장된다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언급하면 합성생물학, 신경과학, 뇌공학이 질병치료의 단계를 넘어 건강 유지로 의료의 패러다임을 바꾼다. 생명공학과 의료가 융합하여 재생학이 부상하고 이로 인하여 수명연장 및 장수가 손쉽게 된다. 모바일 헬스 어플리케이션이 의료를 강화시켜 더욱 빠르고 정확하게 진단하여 저비용, 개인맞춤 약제, 유전자 분석을 더 저렴하고 손쉽게 해준다. 장기 재생 및 노화중지 프로젝트 뿐만 아니라 신체의 일부를 기계화할 수도 있으며, 유전자를 통해 자신을 복제할 수도 있다. 심지어는 치료할 수 없는 질병의 경우 냉동 보존하여 치료약이 나올 때까지 생명을 연장시킬 수도 있다. 

이러한 내용이 전세계 모든 사람들에게 공통된 내용일지는 모르겠지만 전반적인 내용은 발달된 과학 및 의료기술에 의해 우리가 알고 있는 ‘모든 사람은 죽는다’라고 하는 명제가 깨질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복제를 통해 생명을 탄생시키고, 냉동인간을 통해 죽음을 늦춤으로써 인류는 스스로 생사문제를 좌지우지하게 되었다. 지금까지 절대적 존재 및 절대상황으로 인식하고 있었던 생사의 문제가 우리들로부터 멀어짐에 따라 그 생사문제를 담당하던 종교가 함께 멀어져간다. 미래가 현실이 될수록 종교의 종말이 가까워진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정말 종교는 미래사회에서 사라질 것인가?

이 물음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서는 먼저 종교의 의미와 그 본질 및 역할에 대해 알아볼 필요가 있다. 종교(宗敎)란 글자 그대로 풀이하면 근본[宗]이 되는 가르침[敎]을 의미하며 원래 불교에서 사용된 용어였다. 그런데 그 말이 19세기 말 일본 메이지 시대(明治時代)에 서양의 ‘religion’의 번역어로 쓰이게 되면서 아시아권에서 널리 일반화되었다.

사전적인 정의를 빌리면 종교(宗敎)에 대응하는 서양의 ‘religion’은 그 어원이 라틴어의 ‘religio’로서, 초자연적인 존재와 그 힘에 대해 인간이 경외·존숭·신앙하는 것과 그것을 표현하는 의례 등의 행위를 포함하는 의미이다. 현재 ‘religion’의 번역어로서의 ‘종교’는 불교·기독교·이슬람교·유교·도교 등의 개별 종교들을 하나의 부류로 총칭하는 개념으로서 이해되고 있다.

상식적으로 종교는 신이나 부처 등 초자연적인 존재에 관한 신앙을 가리키는 것으로 생각된다. 초자연적인 절대자의 힘에 의존하여 인간 생활의 고뇌를 해결하고 삶의 궁극적 의미를 추구하는 문화 체계로서의 종교는 생사 등 인간의 능력이 미칠 수 없는 불가항력적인 분야까지 포함하여 심리적 고뇌의 해결이라는 구원의 형태를 갖는다. 여기서 종교는 인간이나 자연의 힘을 초월하는 존재에 대한 경험에 기반을 둔 교의ㆍ의례ㆍ시설ㆍ조직을 갖춘 사회 집단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더 나아가 종교는 개인적인 면뿐만 아니라 사회가 경험하고 겪어나가야 하는 문제에 대한 해결이라는 역사의 발전 단계를 반영하고 있는 구체적인 문화 현상으로 인식된다. 종교학자들에 의하면 종교는 정치·경제·사상·예술·과학 등 사회의 전 영역에 깊이 관련되어 있는, 절대적이며 궁극적인 가치 체계로서 기능해 왔다고 한다.

이렇게 종교에 관해서 여러 학자들의 정의와 의미설정이 주어지고 있는데 그렇게 정의할 수 있는 것은 모든 종교에 대한 보편적 관점을 가지고 판단할 때에만 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종교에도 무수한 부류가 있어서 하나의 잣대로만 판단하기에는 섣부른 감이 있다. 동일하게 종교로 분류된다고 하여도 동양의 종교·철학과 서양의 종교·철학에는 엄밀한 차이가 있으며, 심지어 같은 동양의 종교라고 해도 공통분모를 발견하기가 어려울 수가 있다. 

왜냐하면 종교는 유신론(有神論)과 무신론(無神論) 등으로 나누듯이, 그 기본 요소로서 절대자라거나 원리[法] 등으로 불리는 초월적·절대적 존재나 체험에 대한 종교 경험을 핵으로 하여 그러한 경험을 공유하고 또한 공유하고자 하는 일정한 공동체(종교 집단)를 형성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러한 경험에 도달하기 위한, 혹은 그런 절대 경험을 서술하기 위한 교리적·이론적 체계를 갖는다. 또한 기도, 예배, 수양 등 궁극적 실재와 만나거나 합일(合一)하기 위한 실천 체계를 갖는데 여기에서 세계의 종교는 천차만별로 달라진다. 하나로 이해하기에는 범주가 너무 넓어서 그 어떤 정의(定義)도 모두를 포괄할 수 없다는 것이다.

실천을 통해 도달하고자 하는 목적에서 논하자면 발전된 과학기술이 꿈꾸는 목적과 다를 수 있다. 이러한 점이 필자로 하여금 종교가 모두 동일한 것이 아니며, 과학기술이 아무리 발전한다고 하여도 종교를 없애지는 못할 것이라고 예상하는 근거이다. 

참고로 현대 한국사회에서 현재형으로 진행되고 있는 다양한 종교에 대하여 종교학자 윤이흠(尹以欽)이 종교적 신념 체계의 유형(types of belief system)이라는 정신적 동기로써 한국 사회의 역사적 변천과 결합시켜 한국 종교의 유형을 다음과 같이 제시하고 있다.

그는 종교적 신념 체계의 유형을 ① 기복형(祈福型), ② 구도형(求道型), ③ 개벽형(開闢型)의 세 가지로 나눈다. 이 세 가지 유형은 각각의 사상적 동기 및 사회ㆍ윤리적 태도를 보여 준다.

① 기복형 : 사상 내용에서 현실적·현세적이다. 

② 구도형 : 개인의 고행과 자아 완성을 통한 진리 추구가 제일의 목표이다. 

③ 개벽형 : 현존의 사회 조건에 불만을 가지고 이를 변혁시키고자 하는 급진적 태도를 가진다. 


윤이흠은 이상에서 열거한 기복ㆍ구도ㆍ개벽의 3대 동기를 인간의 종교적 염원의 3대 범주로 파악하며, 이 세 가지 종교적 신념 유형은 각각 혹은 둘 이상이 상호 작용하면서, 또는 시대마다 각 신념 유형이 그 강도를 달리하면서 한국 종교의 역사적 전개 과정에 드러난다고 보고 있다.

이 세 가지 유형을 달리 표현하자면 ①은 신이나 절대자 등과 인간과의 관계로서 보는 정의이고, ②는 신성감, 외경의 감정 등 종교에서 보이는 특정한 심리 상태를 기준으로 하는 정의이며, ③은 특정한 가치 체계를 갖춘 인간의 생활 활동으로서의 정의로 볼 수 있다.

종교에 대한 이 세 가지 정의 가운데 어느 하나가 옳다고 판단내리기는 어렵지만, 인간이 삶을 영위하는 데에 있어서 어떠한 목적으로 종교를 선택하는지를 파악하는 것이 좀 더 본질에 가까운 접근이라 할 수 있다. 

이제 이들 세 가지 분류에 대해 목적의식을 집어넣음으로써 종교가 미래사회에 어떻게 작용하고 변화할 것인가를 살펴보기로 하자.


필자는 불교학을 전공하므로 세계의 모든 종교 가운데 불교에서 추구하는 이념과 과학기술의 발달은 어떤 관계를 갖는지를 예측해 보고자 한다. 앞서 미래보고서에 의하면 과학과 의료기술의 발달은 생명복제와 수명연장에서 획기적인 발전이 있을 것으로 살펴본 바 있다. 이에 반해 불교의 궁극이념은 생사라는 문제로부터의 해탈이다. 사실은 불교 뿐만 아니라 인도를 발원지로 하는 모든 종교의 궁극적 목적은 해탈에 있다. 해탈이란 무수한 생사가 반복되는 윤회(輪廻)로부터 벗어난다는 것이다. 왜 이 점을 강조하는가 하면 세상의 모든 과학기술 및 의학과 사회도덕, 그리고 거의 모든 종교에서 중심이 되는 목적은 이 삶의 질을 높이고 안락한 삶을 누리도록 하는 데에 있다. 

그러나 불교에서 추구하는 것은 삶이 아니다. 불교의 가르침 가운데 삼법인(三法印)의 첫 번째는 일체개고(一切皆苦)이다. 모든 것은 괴로움이라는 것이고, 그 모든 괴로움 가운데 대표적인 것으로 생(生)ㆍ노(老)ㆍ병(病)ㆍ사(死)의 네 가지 고(苦)를 들고 있다. 괴로움 가운데 가장 먼저 등장하는 것이 생(生)이다. 노ㆍ병ㆍ사의 원인이기도 한 생은 일반인들이 알고 있듯이 즐거움이 아니라 모든 괴로움의 원인이고 출발이다. 괴로움이란 불교에서 추구하는 목적이 아니라 벗어나야 할 번뇌에 속한다. 다시 말하면 불교는 삶을 위한 가르침이 아니라는 것이다. 여기에서 일반 과학기술 및 여타의 학문ㆍ철학ㆍ종교와 그 목적을 달리하는 불교의 특징이 있다. 물론 불교 외에도 인도의 여러 종교에서도 생사윤회로부터의 해탈을 목적으로 한다. 


과학기술과 전혀 다른 목적을 갖는 불교라는 종교에 대해서 유엔의 미래보고서에서 예측한대로 미래사회에서 과학기술의 도전을 받고 사라질 수 있겠는지는 좀더 생각해보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