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동조합 모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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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

 

원주시 특집/ 김원호 대표

 

협동조합 모월 양조장 김원호 대표

아버지, 당신의 쌀로 만든 술이 대통령상을 받았습니다.” 

 

모월인국가 공인 ‘2020 대한민국 우리 술 품평회대통령상 수상

- 농업융복합사업 지원 요청, 원주의 특산물로 키워 낼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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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모든 사람이 월드컵에 열광할 때 아버지는 농민 대표로 서울행 버스를 타야 했다. 우루과이라운드가 체결되고 WTO가 생기면서 수입 쌀에 대한 저항운동으로 농민들이 일제히 봉기했기 때문이다. 평생 농사만 지어오신 아버지는 투쟁을 몰랐고 좋아하지도 않았다. 그러나 수입 쌀이 들어온다는데, 가만히 앉아 있을 수가 없었다. 명색이 농민 대표가 아닌가. 제정신으로 버스를 탈 수 없었다는 아버지는 막걸리를 거나하게 드시고 버스에 올랐다.

 

내가 양조장을 한다고 했을 때 누이들은 물론이고 부모님도 격노하시며 반대했다. 그래서 내가 말했다. “아버지, 그때 수입 쌀 반대한다고 서울 가셨잖아요. 그런데 그건 왜 모르세요? 아버지가 드시고 있는 막걸리, 소주가 다 수입산으로 만들어지고 있다는 것을요?” 아버지는 그 말에 충격을 받은 것 같았다. 이후에는 미안하다며 오히려 적극적으로 지지해주셨다. 나는 2014년 아버지가 농사지은 쌀로 술을 빚기 시작했고, 양이 부족해 이웃집, 마을로 넓혀가며 우리 땅에서 나는 우리 쌀로 최고의 술을 빚고자 노력했다.

 

그리고 지난해 드디어 대한민국 우리 술 품평회에서 영광의 대통령상을 받았다.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몇 달 후에 일어난 일이다. 아버지 생전에 이 상을 받아 보여 드렸다면 얼마나 더 좋아하셨을까. 어쩌면 하늘에서 아버지가 주신 상인지도 모른다. ‘당신이 평생을 일군 밭에서 생산한 쌀로 최고의 술을 빚었습니다. 아버지 존경하고 감사합니다.’

 

지난해, 강원도 원주시 판부면에 위치한 모월 양조장에서 생산한 41도 증류수 모월인이 국가 공인 주류 품평회인 대한민국 우리 술 품평회에서 대통령상을 수상했다. 증류식 소주임에도 알코올 향이 강하지 않고 편안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모월 양조장의 김원호 대표는 물 맑고 공기 좋은 우리 고장에서 유기농법으로 생산하는 우리 쌀 토토미(삼광벼)로 술을 빚는다.”재료가 좋으니 맛도 좋은 것은 당연하다.”고 자신했다.

 

하반기, 3년간 숙성한 고도의 증류주 모월산출시 예정

 

술을 빚는 과정은 어느 양조장과 같다. 기본에 충실한다. 서두르지 않고 전통 발효법을 고수한다. 맛과 향을 위해서라면 최고의 순간까지 숙성과정을 거친다. 때문에 술 한 병이 나오기까지 16개월이 걸린다. 협동조합으로 운영되고 있는 양조장 모월에서는 증류수 모월인을 비롯해 13도의 모월연’, 16도의 모월청’, 25도의 모월로가 판매되고 있고, 닥나무 성분을 넣은 막걸리 모월닥주가 원주 지역 내 어르신들에게 판매되고 있다. 올 하반기에는 55도의 고도주 모월산을 출시할 예정이다. ‘모월산3년간 숙성한 증류수로 벌써 많은 이들이 기대를 모으고 있다.

 

대통령상을 받은 후, ‘모월인에 대한 대량구매 문의가 빗발치고 있지만, 현재 생산량 및 재고량이 많지 않아 그 수량을 못 맞추고 있다. 김원호 대표는 현재 생산 방식이 재래식으로 모두 수작업으로 이루어지고 있어 아쉽게도 충분한 공급을 못 하고 있다.”곧 공장이 마련되면 자동화 시스템으로 가동해 수량을 맞춰 볼 계획이다.”고 밝혔다.

 

치악산을 바라보며 자연 속에 안겨 있는 모월 양조장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빈 공장이 있다. 김원호 대표는 이 공장을 리모델링해 양조장으로 변경할 계획이다. 땅을 매입해서 공장을 새로 짓는 것 보다, 있던 공장을 재활용하는 것이 보다 손쉽고, 고장을 위해서도 좋다고 판단했다. 7년간 모월 양조장을 운영하며 쏟아부은 돈도 만만치 않다. 사실 지난해 대통령상을 받지 않았더라면 올해 문을 닫았을지도 모를 만큼 어려운 경영난을 겪어왔다.

 

농업융복합사업에 공장 설비 지원 요청

당장 돈을 벌겠다고 시작한 게 아니었기에 지금까지 버텼지만, 밑 빠진 독에 계속해서 물을 댈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술을 좋아했고 우리 쌀로 우리 술을 빚어보자는 생각으로 시작했고, 당장 큰돈을 벌기보다 입에 풀칠만 할 수 있다면 훗날 제 인생의 2막을 이 술과 벗 삼아 살 수 있지 않을까 해서 시작한 일인데, 어려운 현실에 처하니 개인적으로 고민이 참 많았다.”고 소회했다.

 

때문에 김원호 대표는 얼마 전 6차 산업으로 진행되고 있는 농업융복합사업에 공장 설비 지원 요청을 했다. 이것이 통과되면 모월을 원주의 특산품으로 키워낼 당찬 포부를 가지고 있다. 안동에서는 안동소주 양조장이 8곳이 있다. 이곳에서 소비하는 안동 쌀이 생산량의 약 12%에 달한다. 김원호 대표는 모월에서도 원주의 특산미 토토미를 1% 이상은 소비하고 자 한다.”지금도 판부 농협과 MOU를 체결해 쌀을 수매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원호 대표는 현재 서울에서 현대통신 강남 서비스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양조장에서 수익이 전혀 없기 때문에 서울에서의 업무가 본업인 셈이다. 생계를 이을 수 있는 이 일이 아니었다면 양조장 운영도 어려웠을 것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서울 업무가 전산화로 가동돼 일주일에 이틀만 전념하면 나머지 시간은 양조장에서 보낼 수 있다는 것이다. 김 대표는 양조장에서 수익이 발생하면 본업이 양조장이 될 것이라며 우리 고장의 농산물을 살리고 우리 농산물로 만든 귀한 술이 사랑받는 날을 지금 간절히 꿈꾸고 있다.”고 밝혔다.

 

원주의 옛 지명이 모월이었다는 것을 아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지역민이 아니고는 잘 모르는 게 현실이다. 원주는 텃세 없는 고장으로 유명하다. 외지인이 들어와도 어머니의 마음과 만물을 비추는 달처럼 안아주는 마을이라는 뜻이다. 양조장 母月은 그 뜻을 이어받았다. 자식을 품에 안는 어머니의 마음처럼, 온 세상의 만물을 비추는 둥근 달처럼 그런 술을 빚고자 한다.

 

어릴 적, 어머니는 늘 집에서 술을 빚었다. 나는 그 옆에서 늘 어머니를 도왔다. 담근 술이 맛이 없을 때면 맛없다.”고 볼멘소리를 했다. 어머니는 그런 내게 똥싸는 소리 하고 있네라며 웃으셨다. 술과의 인연은 그때가 시작이 아니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