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그린포도연구회 민병길회장

하늘그린포도연구회 민병길회장

김태…

천안시 특집/ 하늘그린 포도연구회 민병길 회장

 

입장보다는 천안포도로 이름을 내걸고 생산량 높여야 한다.

하늘그린 포도연구회 민병길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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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3번 국도에서 만나는 청포도, ‘샤인머스캣시배지 씨알 농장

천안시 대표 브랜드 하늘그린 천안포도’, ‘거봉샤인머스캣생산

비가림 지원, 신속한 행정 부탁

 

여름 하면 떠오르는 과일이 몇 가지 있다. 더운 여름을 시원하게 해주는 수박이 있고, 곱게 생긴 복숭아도 있다. 그런데 왜 여름 하면 이 과일이 가장 애틋하고 설레게 다가오는 걸까? 뜨거운 여름 햇살을 가득 먹고서 주렁주렁 매달려 있는 포도 넝쿨만 봐도, 알알이 박힌 포도송이만 봐도 낯선 곳을 여행하며 만나는 설렘을 느끼게 한다. 포도송이를 한 알 한 알 따먹는 재미 때문일까? 아니면 외갓집 뒷마당에서 만났던 포도나무와의 첫 만남을 잊지 못해서일까? 비단 기자만의 생각인 건지 아니면 대다수도 그렇게 생각하는지 막 궁금해진다.

 

충청남도 천안시 입장면, 23번 국도변에는 포도 농가가 많다. 이곳이 포도 농작물로 유명하다는 것을 아는 이들은 8월에서 9월이면 이 길을 그냥 지나치지 않는다. 어느 한 곳이라도 들러 최고의 당도를 자랑하는 포도 몇 박스를 꼭 실어 간다. SNS가 활발해 맘카페에 자랑이라도 하면 맛있는 포도를 좋은 가격에 구하기 위해 단체로 찾아온다. 서울과 멀지 않아 드라이브하기도 좋다. 입장면 중심으로 성거읍, 직산읍, 안성시 서운면까지 산줄기가 굽이굽이 이어져 있다. 지형적인 요인 때문일까. 천안에서도 입장면과 그 위로 인접한 안성 서운면은 오래전부터 포도가 맛있기로 유명하다.

 

하늘그린 천안포도

이렇듯 포도 하면 입장면을 떠올리는데, 씨알 농원 대표이자 하늘그린 포도연구회 회장을 역임하고 있는 민병길 회장은 입장보다 천안 포도로 거듭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예전에는 입장면에서 포도가 7~80% 생산됐는데, 지금은 그렇게 생산량이 많지 않아요. 입장 포도라고 하면 이제 공급량이 충분하지 못해서 큰 시장에 나갈 수가 없어요. 그래서 이제 하늘그린 천안포도라고 천안시를 대표하는 브랜드로 다 같이 상표화하고 명품화해서 나가야 해요.”

 

일본 품종 샤인머스캣, 국산화하다.

천안 포도 하면 본디 거봉으로 유명했으나 샤인머스캣이 들어오며 두 가지 상품이 함께 재배되고 있다. 샤인머스캣은 청포도로 원래 일본 품종인데, 2006년 처음 이곳에 들어와 시험 재배됐다. 민병길 회장은 2006년 당시를 회상하며 자신이 일본 농장에 견학 갔다가 묘목을 처음 가지고 와 식재했고, 2012년 정식 권리를 획득해 로열티 없이 재배와 수출을 할 수 있게 되었다고 밝혔다. 품종은 일본이지만 완전히 국산화 한 것이다. 이 이야기를 듣는 순간 기자는 그의 얼굴에서 목화씨를 몰래 들여온 문익점 선생의 얼굴이 점철됐다.

 

민병길 회장이 처음 샤인머스캣 묘목을 심었을 때는 국내 환경에서 얼마나 잘 자랄지 알 수 없었다고 했다. 일종의 모험이었다. 첫해에는 열매도 시원찮았다. 그러나 다행히도 한 해 한 해 달라졌다고 한다. 잘 자란 샤인머스캣은 500원 동전보다 큰 알에, 거봉보다도 더 큰 송이를 만들어 냈다. 처음 판매처에 나갔을 때는 거봉보다도 센 가격에 얼마나 팔릴까 걱정했지만, 18~25브릭스의 샤인머스캣은 고가에도 불구하고 없어서 못 파는 과일이 됐다. 민병길 회장은 예전과는 시대가 많이 달라졌음을 느꼈다고 했다.

 

옛날에는 있는 사람, 없는 사람 구분이 먹고, 못 먹고였는데, 지금은 그런 시대가 아니라는 걸 알았어요. 먹고 싶은 게 있으면 비싸도 먹어보고, 양보다는 질을 우선하는 시대라는 걸 알았죠. 예전에는 봄에 나오는 수박은 맛이 없어도 귀하다고 다 먹었는데, 요즘엔 그렇지 않아요. 맛없으면 그냥 바로 음식물 쓰레기통에 들어가는 거예요. 과일도 이제는 맛과 질로 승부 하는 시대예요.”

 

포도는 칠레산보다 국산

FTA로 수입 과일이 대거 들어오며 수입산 포도도 많이 들어온다. 하지만 민병길 회장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먼 곳에서 온 과일은 아무래도 신선도가 떨어지겠죠. 오래 보관해도 상하지 않는다는 걸 소비자들도 다 알아요. 껍질째 먹는 과일인데, 불안하죠. 그래서 과일만큼은 비싸도 국내에서 생산한 걸 선호하는 것 같아요. 소비자들이 똑똑해졌기 때문에 우리 생산자도 그 수준에 맞춰야죠.” 샤인머스캣을 좋아하는 한 단골손님은 이렇게 맛있는 청포도를 칠레산이 아닌 국산으로 먹을 수 있어 행복하다고 했다.

 

소비자들의 성향을 파악하다.

요즘 소비자들은 씨 있는 포도를 좋아하지 않아요. 특히 젊은이들이 씨 없는 포도를 선호하고, 또 껍질 까는 것도 귀찮아해서 껍질째 먹는 걸 좋아해요. 생산자들은 그런 부분도 다 고려해서 품종을 개발하고 양질의 과육을 생산하려고 노력해야 해요. 그래서 저는 당분간은 샤인머스캣이 계속 인기를 끌 거라고 봐요.” 새로운 품종이 계속 들어오면 새로운 과일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 이동으로 샤인머스캣이 사양 되지 않을까 걱정하는 이웃들이 있다. 그러나 민병길 회장은 워낙에 당도가 높고, 먹기 편해 이 인기는 쉽게 사그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믿었다. 샤인머스캣이 인기를 끌자 곳곳에서 묘목을 얻기 위해 민병길 회장을 찾아왔다. 현재 샤인머스캣 주산지로 이름난 상주와 김천의 묘목도 이곳에서 가져간 것이다.

 

맛있는 샤인머스캣은 노란빛이 돈다. 청포도라 연둣빛을 내는 포도가 맛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아니었다. “노란빛을 내는 샤인머스캣이 25 brix까지 가요. 보통 푸른색 샤인머스캣도 18 brix 당도가 높은데, 노란빛은 더 맛있어요. 그래서 저희 포도는 한 번 손이 가면 계속 손이 가는 포도에요.” 이 청포도를 만나려면 9월 말에서 10월은 돼야 한단다. 한여름을 고스란히 견디고 견뎌내 그렇게 알알이 맛있게 영그나 보다.

 

천안에는 포도를 연구하는 하늘그린 포도연구회가 있다. 199722명의 회원으로 시작해 지금껏 이어오고 있다. 선도 농가 18, ·원협 직원 4, 전문지도사 4명 그리고 대학교수 3명으로 구성돼 있다. 선도 농가는 직접 포도를 재배하며 겪는 과정들을 공유하고, 전문가집단은 이 결과들을 수집해 최고의 품질을 생산하는 방법을 과학적 데이터로 찾아낸다. 올해 4년간의 임기를 마무리하는 민병길 회장은 한 달에 한 번씩 만나 의견을 나누고 정보를 교환해 왔는데, 지난해부터 코로나19로 얼굴도 못 보고 산다.”코로나19가 빨리 종식돼 일상으로 돌아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현재 시에서는 농가에 비가림을 설치하는데 50% 지원을 해주고 있다. 민병길 회장은 지원금을 신청하고 기다리는데 1년이라는 시간이 걸린다.”이러한 부분이 신속하게 지원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