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흥디지털전자는 2001년에 처음 중국에 진출했다. 신흥디지털전자를 이끄는 서주찬 총경리의 말에 따르면, 주력 품목은 복사기, 프린터의 부품과 완제품으로, 요약하면 ‘이 세상에 존재하는 프린터의 거의 모든 종류, 그 핵심 부품을 전부’ 다루고 있다고. 특히 이곳에서 생산한 프린터 완제품과 부품은 전량 미국의 다국적 컴퓨터 정보 업체인 HP에 납품된다고 하니, 가히 그 기술력의 수준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참으로 놀라운 기업, 신흥디지털전자의 이야기.
10여년의 세월 동안 걸어온 신흥디지털전자의 길
HP에 생산품을 전량 납품한다는 신흥디지털전자. 본사는 신흥정밀이라는 이름으로 안성에 있다. 중국에 들어온 지 올해로 10여년이 가까운 세월, 그동안 ‘변화도 참 많았다’며 서주찬 대표는 환하게 웃었다. 무엇보다도 매출 대비 전체적인 자산의 비중이 커진 것은 확실히 주목할 만한 대목. 요약하자면 전반적으로 사세가 많이 확장되었다며 서 대표는 미소 지었다. 이런 그의 말대로 신흥디지털전자는 그동안 대내외적으로도 괄목할 만한 성과를 이루었다.
매출 역시 확연히 상승 곡선을 탔으며 공장 건물 역시 두 동으로 늘었다. 신흥디지털전자에 있어 이러한 변화의 기점은 누가 뭐래도 11월이 가장 큰 역할을 했다. 바로 이날 초일에 삼성에서 HP로 거래처를 옮긴 것. 다행히 거래처 변화에 따른 애로사항은 ‘없다’고 서주찬 총경리는 강조했다. 달라진 것이라고 해봤자 한 달에서 두 달로 대금 결제일이 늦춰진 부분 정도? 물론 이 상황에서 매출이 줄어든다면 자금 유동성이 악화될 소지는 있지만 사실 그럴 징후도 보이지 않는다며, “줄어들기는 커녕 매출은 점점 늘어나고 있는 상황”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어려운 점도 있다. 특히 무엇보다도 사람을 구하는 일이 힘들다고 서주찬 총경리는 이야기했다. 사세가 두 배로 늘어났으니 인력을 더 증원해야 하는 것은 당연지사, 그러나 적기에 이를 구하지 못하니 업무는 업무대로 밀리고 근로자는 과부하에 시달리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그야말로 만성적으로, 중국 경제 수준이 고도화됨에 따라 이곳 젊은이들도 힘든 제조업을 기피하고 좀 더 편한 사무직과 서비스직 쪽으로 가려는 성향이 짙기 때문이라고. 그 탓에 급여를 기존 근로자가 받는 임금의 50%를 더 준다고 제시해도 사람을 구할 수가 없다며 서 대표는 시름했다. 여기에 A4 프린터 시장 자체도 그렇게 두드러진 성장세가 없는, 정체 국면에 처한 사양 산업이라 더욱 인력을 수급하는 일이 난항을 겪고 있다는 것이 서주찬 총경리의 해석이다. 이러한 그의 이야기에 기자가 ‘거래처를 다변화해야 하는 것이 아니냐며 심술궂게 묻자 서 대표는 ‘HP와 거래하는 것만으로도 벅차다’면서도 ‘간혹 타사와 거래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 거래처도 있’기 때문에, 함부로 늘릴 수 없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밝혔다.
설비 자동화로 필요최소의 비용 실현을 꾀하다
‘무엇보다도 지금의 HP만한 거래처가 없다는 것이 서주찬 총경리가 전하는 작금의 가장 현실적인 고민이다. 사실 신흥디지털전자는 사업 영역을 앞으로 더욱 다변화하기 위해 자동차 부품 규격도 확보했다. 그 외에 여러 가지 할 수 있는 한 다양한 도전을 기울이고 있다. 그러나 인근에 자동차 부품 업체도 거의 없고, 있다 해도 매출 사정이 여의치 못하다는 것도 문제다. “3개월짜리 어음을 대금이라며 주는 경우가 흔합니다.” 어음은 당장의 유동 자금이 될 수 없다. 현금을 받기로 예정한, 아직 실현되지 않은 이익인 것이다. 그러나 이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서주찬 대표이지만 거래처의 사정 또한 너무나 잘 알기에 고민이라고 했다. 그래서 더욱 HP라는 거래처를 놓을 수가 없다는 것이 그의 입장이다. 주요 거래처인 hp는 누가 뭐래도 프린터 시장의 절대 강자. 그러나 복사기에 취약하다. 이에 종래 5%였던 복사기 시장 점유율을 20%로 끌어올리는 것을 지상과제로 삼고 있을 정도. 이번에 HP가 삼성의 프린터 사업부를 매입하면서 복사기 기술 또한 확보했다. 이러한 투자의 의의는 누가 보아도 명백하다.
바로 이 시장이 더는 확장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고 해도 현재 기기 대당 단가가 워낙 고가이기 때문에 그 규모가 유지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의미가 있다는 내용이 된다. HP가 삼성이 매각한 프린터 사업부에 선뜻 뛰어든 것도 바로 이러한 시장의 현상 유지 속에서 점유율을 확대하는 것만으로 충분히 큰 이익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즉 이러한 고객들의 묵시적 합의가 신흥디지털전자에는 ‘기회’라며 서주찬 총경리는 강조했다. “HP는 시장에서의 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앞으로도 더욱 투자를 가속화할 것입니다.” 따라서 그 명백한 사실을 토대로 우선 확실한 분야에 더욱 전력을 다하려는 신흥디지털전자와 서 총경리이다. 그러한 노력의 일환으로 생산 설비 자동화를 통한 필요최소단가의 실현 역시 신흥디지털전자에 있어 빼놓을 수 없는 지상과제다. 기실 아직도 작업 근로자를 확보하기 위한 인건비와 관련 보험료 지출이 상당히 뼈아프기에 장기적으로 이를 줄이기 위해서 내년 이맘때가 오기 전에 생산 설비를 최대한 자동화하려는 것이 서 대표의 계획이다. 이를 통해 고용 인력을 천명 미만으로 낮추고, 인건비 부담을 최소한으로 줄이려는 것이다.
고민은 또한 있다. 매출을 꾸준히 10~20% 이상 증가시키려고 계획하고 있고, 그중에 순이익의 비중도 가능한 한 늘리길 희망하지만 신흥디지털전자에 주어진 상황이 마냥 장밋빛 미래가 아닌 까닭이다.
서주찬 총경리의 말에 따르면, 결국 물량이 관건이다. 아직까지는 HP의 주요 거래처 중에서 신흥디지털전자가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지만, 점점 중국 현지 업체들이 그 사이에 진입하고 있는 실정. 물론 결코 쉽지 않은 상황이지만, 적어도 품질과 납기를 맞추는 성실함에 있어서는 누구보다 자신이 있다는 서 총경리이다.
그렇기에 더욱 빛이 난다. 세월이 아무리 쌓이고 시장이 변해도 늘 꾸준히 그 자리에서 달리고 있을 신흥디지털전자와 서주찬 총경리를 응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