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성정공은 중국 진출 15년 된 회사이다. 연매출 1000만 불 달성에 설비라인의 규모도 적지 않다. 삼성 프린터의 협력업체로 진출한 이래 100% 삼성에만 의존해 왔다. 그러나 2017년 11월 1일 HP가 기존 삼성전자 프린터 사업부 인수 절차를 완료하면서 HP는 삼성전자가 보유하고 있던 약 6500여건의 프린팅 관련 특허와 지적 재산권을 확보했다. 이에 신성정공에도 적색 신호가 깜빡이기 시작했다. 최병식 총경리는 문제점을 떳떳하게 공개하고, 방법을 모색하려 한다.
“HP로 납품을 하고는 있지만, 삼성에 납품할 때와는 다른 국면을 맞이한 것이 분명하다. 삼성은 국가 기업이라 희망이 있었지만, HP는 미국 기업이다 보니 언제 어떻게 될지 불안하다. 삼성 자동차, 반도체와 거래를 하고 있는 본사는 HP와는 아예 거래가 없다.”
최 총경리는 삼성에 납품을 했던 기술력만으로는 이제 경쟁의 대열에 낄 수 없다고 말한다. 미처 다변화에 대처하지 못했던 실수를 합리화시키려 하지도 않는다. 문제를 명확하게 알고, 깨닫고, 개선책을 찾아내야 답을 찾을 수 있다고 말한다.
“어떤 상황이 닥치든 철저하게 문제점을 밝히고, 개선책을 내고, 아이디어를 실행하는 과정에서 ‘변화’는 이루어진다. 우리가 삼성에만 의존을 했듯 계속 성공만 반복하는 것은 진정한 발전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이건희 회장은 삼성의 반도체가 지금은 아무리 잘나가고 있어도, 3년 후를 생각하면 자다가도 식은땀을 흘린다고 했다. 기업의 미래는 잘 나갈 때 고민하는 거라는 것을 크게 깨달았다.”
차별화로 경쟁력 확보
신성정공은 현재 모업체 등에 신규 납품을 하려고 준비를 하고 있지만, 후발 주자로 들어가는 것이 만만치가 않다고 한다. 모업체를 향한 돌진은 앞으로 중국 내수를 뚫어가는 데 좋은 매뉴얼을 축적하게 될 것이라면서 최 총경리는 긍정적인 제시를 했다. 그는 지금 가장 우선시 되는 것은 가격경쟁력이지만, 주재원이 포진되어 있는 한국 기업은 아무래도 현지 업체들 보다 가격 경쟁에서 밀릴 수밖에 없다면서 생산성과 품질로 승리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 중이라고 전했다.
“우리만의 강력한 무기가 있어야 하는데, 그건 차별화이다. 차별화란 남과는 다른 제품, 남과는 다른 가치를 창조하는 데서 비롯된다. 우리는 항상 협력 업체의 가치를 향상시킬 무언가를 개발하고, 협력 업체의 가치를 낮추는 것들은 찾아서 제거하려 노력한다. 이것만이 공생의 길이며, 다변화의 포문을 열어 줄 전략이라 생각한다.”
과장된 한국언론보도가 한인 동포들에게 상처 입혀
기업의 사드 불이익에 대한 한국언론보도에 대해 최 총경리는 깊은 유감을 표시한다.
“중국은 면적이 넓고, 불가사의한 나라이다 보니 사드로 인한 문제도 각 지역마다 다르다. 사드 뿐 아니라 사스도 그렇고, 먹거리나 제품의 품질에 대한 문제도 그렇다. 중국이라고 해서 다 부정적인 것만 있는 것이 아닌데, 한국언론의 보도는 너무 편파적이다. 그것이 중국에 주둔 하고 있는 한인들에게 상처를 줄 때가 많다. 사드 같은 경우만 보더라도 연대나 위해는 전혀 불이익을 받고 있지 않다. 한국 언론이 과장된 보도를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아울러 최 총경리는 한국인들이 알고 있는 중국 인력에 대한 오해와 진실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중국은 사회주의 국가이다. 경제는 자본주의와 비슷하지만, 정치는 사회주의를 기반으로 한다는 말이다. 그들에게는 ‘다름’과 ‘틀림’이 분명히 존재한다. 하는 일이 다를 뿐, 틀리지 않다는 문화에 훈련이 되어 있다. 그들은 직위가 다르다고 해서 사람까지 차별을 당해야 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현지 직원들을 채용할 때는 이러한 문화를 잘 이해해야 한다.”
최 총경리는 더 이상 중국은 인건비가 저렴한 곳이 아니라고 전한다. 현재 신성정공만 해도 5천 위웬화의 임금을 지불하고 있다. 한화 80-90만원이니 한국의 대졸 사원의 초봉임금과도 비슷하다 할 수 있겠다. 게다가 한 자녀 낳기의 수혜자인 중국의 젊은 세대들은 대부분 황제처럼 자랐다. 그래서 3D업종은 피하려 하고, 조금만 힘들어도 쉽게 사직서를 제출한다. 기업이 인력난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자동화 설비를 늘리던가, 그들의 문화를 이해하며 소통을 하던가, 이 두 가지를 두루 섭렵해야 한다고 최 총경리는 전한다.
중국도 합리적이고 원칙적으로 변모해
중국이 ‘꽌시’의 나라인 것은 분명하나 이제 그 수준이 매우 합리적이고 실용적으로 변모했다. 사실 ‘꽌시’만 믿고 있다가 공을 들인 직원들이 다른 지역으로 발령을 받아 떠났을 때, 낭패를 보는 경우도 허다할 것이다. 최 총경리는 이제 중국도 매뉴얼과 원칙대로 변모하고 있다면서 너무 ‘꽌시’에 의존했다가는 기업에 치명적인 피해를 입힐 수도 있다고 전했다.
“2002년 내가 처음 왔었을 때만 해도 부정부패가 많았다. 시진핑 주석이 집권을 하면서 변화가 시작되고 있다. 그의 유명한 어록에 ‘쇠를 두드리려면 자신의 몸부터 튼튼하게 하라. 자신부터 솔선수범하라.’라는 말이 있듯 지금은 공무원들의 태도도 많이 바뀌었다.
예전에는 공무원들이 점심 식사를 하면서 낮술을 접대 받고, 오후에는 일을 안 보고 퇴근해 버리는 일들도 많았으나, 이젠 아예 낮술을 먹지 않는다. 많은 부분이 개혁되었다.”
이러한 부분이 한국 기업에는 오히려 유리하게 작용한다고 전했다.
최 총경리 역시 한인 문화에 개력을 주도한 공이 있는 인물이다. 2004년 그가 창설한 축구회가 아직까지도 신나게 활기를 띠고 있다. 중국에 왔을 때 바라본 젊은이들의 음주가무 문화를 바로 잡고자 축구회를 창설해 건전한 문화를 선도한 것이다. 한국에 거주하는 두 자녀와 아내에게 감사하고 사랑한다는 말을 전한다는 그는 믿음과 사랑이 있기에 떨어져 있어도 서로를 믿고 신뢰할 수 있는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