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7년도 한국 땅에서 첫 시작, 이후 발전을 거듭하던 영림정밀은 2006년도에 중국 법인을 설립, 오늘날에는 중국 단독법인을 이루고 있다. 회사의 주력 생산 품목에 대해 기자가 묻자 방성식 대표가 다부진 목소리로 이렇게 말했다. “프레스 주변 자동화를 만들고 있습니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프레스라고 하는 것은 가전제품이나 자동차 부품 등을 만들 때 미리 만들어진 금형에 철판을 넣어 압착시켜 부품을 생산하는 방식으로, 영림정밀에서 제작하는 ‘프레스 주변 자동화’란 바로 이 프레스 생산에 필요한 재료를 자동으로 공급하는 장치를 말한다.
남이 쉽게 베낄 수 없는 나만의 아이템을 찾아
영림정밀이 태동하던 87년도만 해도 이 프레스 자동 설비는 전량 수입에 의존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외국 출장을 나갔던 방성식 대표는 현지 기업들이 프레스 시설 자동화 설비 구축을 통해 좀 더 적은 비용으로 효율적인 제품 생산을 하고 있는 것을 목격하고 큰 충격을 받았다고 털어놓았다. “자동화가 안 되면 일일이 손으로 해야 하는데 국내는 대부분 이렇게 운영되고 있었죠.” 한마디로 말해서 불필요한 인건비 지출이 늘어나는 문제가 있었다고 방성식 대표는 설명했다. 반면에 외국 선진 기업들은 이러한 프레스 설비 자동화를 통해서 프레스 생산 방식의 효율성을 극대화하고 있었던 것. 이에 대해 이 프레스 자동 설비를 우리 힘으로 한번 만들어 보자고 결심한 방 대표는 직원들과 함께 즉시 개발에 착수했다.
평생 기계 만드는 업에 종사했다고 말하는 방성식 대표. 그러던 그였지만 부지를 마련하고 본격적으로 제품 생산에 착수하기 위해 공장을 지은 직후, 딱 그해 연말에 IMF가 터지면서 어려움을 겪었다. 그 이전까지 참 바쁘게 살았었는데 완전히 일이 끊겨 버린 것. ‘하지만 포기하지 않았다’고 영림정밀 방성식 대표는 부연했다. 바로 이때가 해외진출을 할 절호의 기회라는 사실을 자각했기 때문이라고. 그래서 방 대표와 직원들은 그 이듬해에 회사에서 생산한 프레스 설비 자동화 제품을 가지고 북경 전시회에 나갔다. 그렇게 시작된 중국과의 인연이 오늘에까지 이어졌으니 참으로 각별하다 하겠다. 수출하지만 비중은 크지 않고 대부분 내수 위주라고 설명한 방성식 대표는 언어적으로 소통하기 참 힘들지만 이에 대처하기 위해 바이어에 말로 설명하기보다 직접 우리의 작업 방식을 보여주고 신뢰를 구축하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만큼 ‘기술력은 자신 있다’는 것이 방 대표의 생각이다.
단기간에 따라잡기 힘든 노하우의 간극이 분명 존재하기 때문에, 따라서 그동안 직면했던 가장 큰 난관을 이야기하려면 바로 ‘규모’라고 방성식 대표는 한마디 했다. 사업장 규모서부터 동원할 수 있는 자본력까지 조그만 기업이 혼자 버티기엔 참 어려움이 컸다는 것. “그런 부분만 해결할 수 있다면 국내 중소기업이 중국 시장에 진출하기 용이해지리라 봅니다.” 그렇다면 영림정밀과 방성식 대표는 대체 이 험지에서 어떻게 오늘의 영광을 이룩할 수 있었을까?
이에 대해 기자가 묻자 방 대표는 스스로 생각하는 영림정밀의 노하우로 ‘설계를 포함한 모든 공정에 걸쳐 바이어와 시장 상황을 고려한 맞춤화 전략’을 꼽았다. 그가 말했다. “저는 직원들에게만 맡겨 두지 않습니다.” 이렇게 이야기한 다음, 방성식 대표는 하나부터 열까지 기획과 설계를 맡은 자신이 챙기기 때문에 영림정밀은 타 기업에 비해 보다 제대로, 합리적인 가격에 고객의 니즈에 꼭 들어맞는 제품을 생산할 수 있노라고 강조했다.
두드려라, 그러면 중국의 문은 열릴 것이다
그렇다면 영림정밀 방성식 대표가 생각하는 ‘중국의 강점’은 무엇이 있을까? 이에 관해 방 대표는 ‘보편화된 기술 수준은 한국과 중국이 이미 대동소이하다’고 밝힌 다음, 해외 유수의 선진 자동차 기업이 지니고 있던 제조 기술이 중국으로 넘어온 지 꽤 오래 되었다는 사실을 전했다. 그가 말했다. “이것은 오랜 시간 그들의 하청 노릇을 하면서 중국 기업에 축적된, 땀과 몸으로 체득한 기술입니다.” 심지어 그 기술력에 가격 경쟁력까지 갖추었으니 대부분의 한국 기업들이 이겨낼 여력이 없다는 것. 따라서 한국 기업들이 이러한 상황에서 제대로 치고 나가려면 무엇보다도 원천 기술을 비롯, 남이 쉽게 흉내 낼 수 없는, ‘오리지널리티’에 방점을 찍는 것이 현명하다고 방성식 대표는 조언했다. “그래야 우위에 설 수 있습니다. 영림정밀이 오랫동안 중국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었던 것은 바로 그 때문이 아닐까요.” 이렇듯 앞으로 더욱 뻗어 나갈 영림정밀의 미래를 위한 방 대표의 노력은 비단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현지 공장 근로자들을 장차 미래의 관리자로 육성하는 한편, 공대를 졸업한 아들을 미국에 유학 보내 선진 문물을 체득하게 하는 것 또한 이러한 노력의 일환이다.
희망에 가득찬 방성식 대표를 향해 기자가 최근 베트남을 위시한 신흥 공업국들이 한국 등 중진국의 기술을 등에 업고 바짝 추격해 오고 있다는 사실을 전하자 그는 ‘베트남은 중국에 비해 아직 멀었다’며 강하게 고개를 저었다. 이른바 공업화를 가속화시키기 위한 주요 기반 시설의 수준과 질, 그리고 물량에 있어 중국을 당해낼 수가 없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베트남은 아직도 제대로 된 도로조차 보급되지 않았지만 중국은 그걸 단기간에 할 수 있습니다. 그럴 힘이 있는, 굉장한 국가인 것이죠. 때문에 많이 따라왔다고는 해도 신흥 공업국들이 중국을 추격하기엔 한계가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앞으로 더욱 무궁무진한 발전 가능성이 있는 곳, 나만의 ‘오리지널리티’를 구축한 강소기업인에게 있어 기회의 땅은 더 이상 미국이 아닌, ‘중국’이라고 말하는 영림정밀 방성식 대표, 그의 희망 가득한 미래를 응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