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가 코로나19로 위축된 경제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4월부터 도민 1인당 10만 원씩 재난기본소득을 지급하기로 했다.
특히, 이번 경기도형 재난기본소득은 재난기본소득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이뤄지고 있는 가운데 소득과 나이 상관없이 전 도민을 대상으로 시행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24일 경기도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코로나19로 맞게 된 역사적 위기 국면에서 위기를 기회로 만들며 새로운 시대를 준비해야 한다”며 경기도형 재난기본소득 지급 계획을 밝혔다.
이 지사는 경기도형 재난기본소득 지급 배경에 대해 “저성장 시대, 기술혁명으로 소득과 부의 과도한 집중과 대량실업을 걱정해야 하는 4차산업혁명 시대에 기본소득은 복지정책을 넘어 세계경제기구들이 주창하는 포용경제의 핵심수단”이라며 “이는 지속성장을 담보하는 유일한 경제정책”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우리 사회가 기본소득을 본격 도입하려면 더 많은 국민적 논의와 이해 그리고 재정적 준비가 필요하지만, 코로나19로 인한 미증유의 경제위기는 기본소득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도입을 앞당기는 계기가 됐다”며 “구성원 모두에게 동일하게 지급되는 재난기본소득이 법인세 감면 등 간접지원보다 가처분 소득과 소비의 증가로 경제회복에 훨씬 유용하다는 게 판단”이라고 덧붙였다.
특히, 이 지사는 재정자율성이 제한된 지방정부 입장에서 경기도형 재난기본소득에 필요한 1조 3,642억 원 의 재원을 마련하는 데 어려움이 컸다고 토로했다.
이 지사는 “위기에 처한 경기도민과 도내 자영업자 및 기업에 대한 지원방안으로 여러 가지를 고민했지만 부족한 재원 때문에 갈등이 많았다”며 “조세결정권이 전무하고 지방채 발행권이 제한된 도 입장에서 모든 도민의 기대에 부응하고 만족할만한 대안을 만들기 어려웠다”고 호소했다.
이어 “정부의 배려로 재난관리기금과 재난구호기금을 활용할 수 있게 됐지만 이를 다 모아도 도민 1인당 5만 원을 넘기 어려워 재원을 총동원했다”며 “소액이고 일회적이지만 경기도형 재난기본소득이 국가 차원의 기본소득 논의의 단초가 되고 새로운 시대에 걸맞은 새 정책으로 자리잡기를 소망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경기도는 다음 달부터 도민 1인당 10만 원씩, 4인 가족일 경우 40만 원씩을 재난기본소득으로 지급한다.
구체적인 경기도 재난기본소득 지급 대상은 2020년 3월 23일 24시 기준시점부터 신청일까지 경기도민인 경우에 해당한다. 행정안전부가 발표한 2020년 2월말 기준 주민등록인구통계에 따르면 경기도 인구는 1,326만 5,377명이다.
지급 절차는 최대한 간소화했다. 4월부터 거주하는 읍면동 행정복지센터에서 신원 확인만 하면 가구원 모두를 대리해(성년인 경우 위임장 작성 필요) 전액을 신청 즉시 수령할 수 있다.
경기도형 재난기본소득은 지급일로부터 3개월이 지나면 소멸하는 지역 화폐로 지급한다. 단기간에 전액 소비되게 함으로써 가계지원 효과는 물론 기업과 자영업자의 매출 증대라는 이중효과를 얻도록 했다.
이 지사는 “일부 고소득자와 미성년자를 제외하거나 미성년자는 차등을 두자는 의견도 있었으나 이는 기본소득의 이념에 반하는 것”이라며 “고소득자 제외는 고액납세자에 대한 이중 차별인데다 선별비용이 과다하고, 미성년자도 세금 내는 도민이며 소비지출 수요는 성인과 다를 바 없다는 점에서 제외나 차별을 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또 이 지사는 “필요한 재원 1조 3,642억 원은 재난관리기금 3,405억 원, 재해구호기금 2,737억 원에 자동차구입채권 매출로 조성된 지역개발기금 7,000억 원을 내부 차용해 확보했다”며 “그래도 부족한 재원은 지원 사각지대가 줄어든 것을 감안해 지난 주 발표한 극저신용대출 사업비 1,000억 원 중 500억 원을 삭감해 마련했다”고 밝혔다.
앞서 경기도의회 안전행정위원회는 지난 23일 ‘경기도 재난기본소득 지급 조례안’을 의결, 재난이 발생할 경우 도민을 대상으로 경기도형 재난기본소득을 지급할 수 있는 근거 조례안을 전국 최초로 마련했다. 해당 조례안은 오는 25일 도의회 임시회 본회의에서 최종 처리될 예정이다.
한편, 경기연구원이 한국은행 산업연관표(2017년 연장표)를 적용해 1인당 10만 원씩 재난기본소득을 시행했을 때 발생하는 경제적 파급효과를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생산유발효과는 1조 1,235억 원, 부가가치유발효과는 6,223억 원, 취업유발효과는 5,629억 원으로 조사됐다.
- 장덕천 부천시장 부정적 견해 밝혔다 꼬리내려
“복지정책은 보편적으로 펼쳐야 한다는 점에 동의한다”
한편 장덕천 부천시장은 경기도 재난기본소득 지급 발표 직후 트위터에 ‘기본소득보다 선택과 집중’이라는 제목으로 이 지사의 재난기본소득에 부정적 견해를 밝혀 논란이 됐다. 장 시장은 “기본소득을 주는 이유는 소비를 늘려 소상공인들의 매출을 늘리겠다는 것인데, 코로나19가 지속되는 한 소비패턴은 변하지 않을 것”이라며 “잘되는 곳은 더 잘되고 안 되는 곳은 계속 안 되는 상황이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부천 인구 87만 명에게 10만 원씩을 지급하면 870억 원이 소요되는데, 이렇게 하는 것보다 어려움을 겪는 소상공인 2만 여 명에게 400만원씩 (몰아)주는 게 낫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발표가 나자 이 지사는 "100% 경기도 예산인 재난기본소득을 결정 전에 건의하는 것도 아니고, 확정된 후에 SNS에 올려 공개 반대하며 2만 소상공인에게 몰아 지급해야 한다는 부천시 주장은 월권이자 도정방해다"며 “부천시가 원하지 않는다면 빼고 가겠다”는 강경수를 두었다.
장 부천 시장은 바로 꼬리를 내리며 자신의 페이스북에 '재난기본소득에 관하여'라는 제목으로 경기도형 재난기본소득에 반대하는 글을 올린 것에 즉시 사과했다.
장 시장은 “제가 경기도 재난기본소득에 관해 올린 글로 인해 많은 혼란이 발생했다”며 “이렇게 파장이 클 줄 몰랐다”고 밝혔다. 또 “복지정책은 보편적으로 펼쳐야 한다는 점에는 동의한다”며 “모든 도민에게 일정액을 주는 경기도 재난기본소득도 큰 의미가 있는 정책”이라고 평가했다. 또 “대한민국 최초로 보편적 복지의 가장 전형적인 형태라 할 기본소득이 실시된다는 의미도 있다.”며 이재명 지사를 치켜세웠다.
반면 기획재정부는 다음주 문재인 대통령 주재로 청와대에서 열리는 제3차 비상경제회의에서 논의 될 ‘코로나19 소득 지원’에 대해 “공무원, 공공기관, 대기업 임직원 등 소득감소가 없는 직업군과 아동수당 등 각종 복지 수당을 이미 받고있는 가구는 대상에서 제외하기로 했다”며 “경기도처럼 전 국민에게 똑같이 10만 원씩 주는 것 보다 진짜 필요한 분들에게 20~30만 원씩 더 주는 게 맞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