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 작가 빅토르위고는 와인을 두고 이런 명언을 남겼다. 인간이 살아가는 데 필수적인 물에 비견할 정도로 와인을 인간이 만들어 낸 최상의 작품으로 평가한 것이다. 해외 산지에서만 생산되던 와인은 이제 국내에서도 제조되어 소비자를 유혹하고 있다. 그 중에서도 특히 최고급 품질로 사랑받고 있는 조흔 와이너리의 서광복 대표를 만났다.
GAP인증 받은 친환경포도로 와인 제조
조흔 와이너리의 서광복 대표는 직장생활을 하다가 2008년 고향인 영천으로 귀농을 하면서 와이너리를 시작하게 됐다. 영천 지역에 생산이 많은 복숭아와 포도에 자연스레 관심이 갔고 아버지도 포도 농사를 지어 어렸을 때부터 친밀했던 것도 영향을 미쳤다. 영천시 농업기술센터에서 와인 교육을 받고, 전략적으로 와이너리 모집하고 있었던 것도 계기가 되어 2008년에 교육을 수료한 후 2009년 부터 본격적으로 와인 생산을 시작했다.
경북 영천은 일조량이 좋고 강우량이 적어 이미 포도 생산지로 널리 알려진 지역이다. 이에 영천시에서도 와이너리를 전략육성사업으로 지정하고 적극적으로 와인 사업을 지원하고 있다. 와인 맛을 좌우하는 것은 포도 맛인 만큼 이미 높은 당도와 신선함으로 유명한 영천 포도로 만드는 조흔 와이너리 와인은 강점을 가진다.
영천은 마스카베리에이, 일명 '머루포도'의 주요 산지다. 머루포도는 포도 중 당분이 가장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기 때문에, 조흔 와이너리 역시 주로 머루포도의 생과용, 가공용을 동시에 사용해 와인을 제조한다. 서광복 대표는 “직접 포도밭에서 재배하고 수확한 GAP인증을 받은 포도로 와인을 생산하기 때문에 관리 공정 자체를 믿고 즐길 수 있다”고 전한다. GAP인증이란, 농작물의 재배 전, 재배과정, 수확 및 수확 후 과정에서 화학적, 물리적, 생물학적 위해요소를 법적 기준치 이하로 관리하는 것으로 친환경적인 포도임을 보장하는 것이다.
아파시멘트 방식 제조로 부드러우면서도 깔끔해
조흔와이너리는 친환경 머루 포도를 11월 늦게 수확해 당을 첨가하지 않고 발효한 것이 특징이다. 아파시멘토 방식으로 포도가 완전히 익은 11월 중순경에 최고의 포도만을 직접 손으로 선별, 수확 후 바람이 잘 통하는 볏짚 위에 올려놓고 120일간 포도를 말린 후 18개월간 오크통 숙성을 하고 12개월간 병 숙성을 하는 복잡한 과정을 거친다. 서광복 대표는 “완숙의 포도로 와인을 만들기 때문에 가벼우면서도 쉬운 목 넘김을 즐길 수 있다”고 전했다. 유럽 와인의 맛이 떫고, 목넘김이 거북한 소비자라면 반가운 소식이다.
'건강'에 초점을 두어 당을 추가로 첨가하지 않은 것도 돋보인다. 국내의 4~50대 와인 소비층의 건강을 고려해 혈액순환에 도움을 주려는 조흔 와이너리의 컨셉이다. 해외의 와인에 비하면 도수가 낮은 것도 매력적이다. 해외 와인은 보통 오크통에 2년 숙성해 알코올 도수가 높은 경우가 많다. 서광복 대표는 “8개월에서 12개월 오크 숙성을 해 알코올 도수는 낮고 부드러우면서도 깔끔한 스타일의 와인을 양조하고 있다”고 전했다.
조흔와이너리의 대표 와인은 레드 와인이다. 서광복 대표는 “삽겹살, 김치 등 약간 매콤한 음식이 한국 와인과 매치가 잘된다”고 소개했다.
우리 땅에서 자란 우리 입맛에 맞는 와인 많이 찾기를
여전히 와인이라고 하면 프랑스, 칠레 등 해외 산지나 유명 와이너리의 특정 와인만을 선호하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에 국내에서 와인을 생산하는 입장에서 애로사항이 많기도 하다. 서광복 대표는 “아무래도 국내 포도를 생산해 와인을 담는 것은 양주용도 아닐뿐더러, 생과용으로 하면 가격 경쟁력이 떨어지고, 해외에서도 저가의 와인이 대량으로 수입되는 추세라 어려움을 겪고 있기도 하다”며 솔직히 밝혔다.
그러나 그보다 큰 문제는 해외의 와인만을 기준으로 삼아 국내 와인의 맛은 다르기 때문에 진정한 와인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등의 편견이라고 전했다. 서광복 대표는 그런 고정관념은 버려줄 것을 주문했다. 유럽 와인과 단순 비교를 하기 보다는 국내 와인 자체의 맛을 느끼고, 특성을 그대로 받아들여주었으면 하는 바람인 것이다. 가격도 1만 5천원에서 2만원 선으로 합리적인 가격에 누구나 부드럽고 깔끔한 와인을 맛볼 수 있다.
서광복 대표는 “국내 와이너리의 와인이 처음 등장한 초창기에는 호기심에서 판매가 많았지만 요즘은 인기를 타고 각 지자체마다 와이너리 설립을 권장하는 까닭에 요즘은 흔해진 것같다”며서 전통적으로 포도로 생산된 것만을 와인이라고 평가할 수 있는 데 반해 최근에는 딸기, 토마토, 양파까지 ‘와인’이라는 이름으로 나오는 것에도 아쉬움을 전했다.
이제는 음주문화도 변화를 겪고 있다. 취하기 위해 강한 도수의 소주나 막걸리를 즐겨 먹던 것에서 음식의 맛을 돋우고, 분위기를 즐기기 위해 더하는 와인이 각광받고 있는 것이다. 그런 달라진 분위기를 타고 와인 소비량도 점차 많아지고 있는 만큼, 우리 땅에서 우리 농산물로 만들어져 우리 입맛을 사로잡는 국내 와인의 소비역시 활성화 되지 않을까?
“지난 해는 포도농가와 조흔 와이너리에도 힘든 한 해였다. 유례없던 여름 폭염과 수확기에 쏟아진 비까지……. 2019년에는 포도 농사가 잘 되고 국내 와이너리가 더욱 활성화 되어 장기적으로 재투자가 일어나는, 와인 산업이 발전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는 서광복 대표의 바람도 이뤄지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