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양시 시각장애인 협회에 등록된 65세 이상 노령 시각장애인이 200여명을 넘어섰다. 노인들이 여가를 보내고 무료 급식도 할 수 있는 경로당에 나가 함께 생활하면 좋겠지만 두서너 번 가고나면 서로(비장애인과 장애인)가 불편해지다 보니 발길을 끊게 된다. 안양 시각장애인 협회 정태곤 회장이 이 부분에 대해 9년 전부터 ‘장애인 경로당’을 외치고 있지만 어느 누구도 관심 있게 바라봐주지 않고 있다. 제발, 이 목소리에 귀 기울여 주기 바란다!
안양 시각장애인 협회에 등록된 65세 이상 시각장애인이 200여명을 넘어서고 있다. 고령화 사회 속에 이들도 함께 고령화가 되어가고 있는데 어느 누구도 이들을 신경 쓰지 않고 있다. 이들에게 가장 시급한 것은 낮 동안 여가를 보낼 수 있는 ‘공간’이다. 마을 경로당이 있다고 하지만 시각장애인들이 마음을 나눌 곳은 어디에도 없다. 시각장애는 곁에서 도와주지 않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는데 경로당에 나오는 마을 어르신들이 이들을 챙겨줄 형편은 아니기 때문이다. 어르신들에게 도와달라고 부탁도 강요도 할 수 없다. 또 섭섭하다고 할 문제도 아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근본적인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안양 시각장애인 협회 정태곤 회장은 이에 대해 ‘장애인 경로당’을 주장하고 있다.
“정권이 바뀌면 세상이 바뀔 수 있을까 기대했지만 달라지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9년 동안 주장했지만 어느 누구도 ‘장애인 경로당’에 관심조차 두지 않았다.”
정 회장은 몇 년 전 발간되어 영화로도 개봉되며 세간의 화제가 되었던 공지영의 ‘도가니’에서 세상에서 가장 불쌍한 장애인이 농아(청각장애와 언어장애를 함께 가지고 있는 장애인)라고 설명하는데, 사실 농아보다 더 불쌍한 장애인이 시각장애인이라고 말했다. 일례로 해외에 나가면 어느 누구도 농아 장애인을 장애인으로 보지 않는다고 했다. 비장애인도 해외에 나가면 대화가 안 돼 ‘꿀 먹은 벙어리’가 되기 때문에 농아와 마찬가지가 된다는 것이다. 장애를 비교하는 것이 아니라 시각장애인이 얼마나 더 절실한지, 곁에서 누군가가 챙겨주지 않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것이 시각장애인임을 정 회장은 호소하고 있었다.
복지의 나라 스웨덴...
‘복권판매권’ 시각장애인에게만 부여.
정 회장은 시각장애인들의 유일한 직업인 안마에 대해서도 불만을 드러냈다. ‘안마’에 대한 사회인식이 퇴폐적이어서 시각장애인들도 이 직업에 대해 회의적이라는 것이다.
“최근 경기도에서 시행하고 있는 경로당무료 안마(경로당 안마 서비스, 노인들은 건강증진과 심리적 만족을 얻고, 시각장애인은 일을 통해 수익을 창출할 수 있어 긍정적으로 시행되고 있는 제도)와 시각장애인들의 재능기부로 안마에 대한 인식 변화를 기대하고 있지만 일부 비장애인들이 운영하는 퇴폐영업소가 버젓이 횡행하고 있어 시각장애인들의 노력만으로는 그 인식을 없애기가 힘들다”고 토로했다.
정부의 안일한 대책도 문제다. 시각장애인이 운영하지 않는 모든 스포츠맛사지업체가 불법인데, 이에 대해서는 강력한 단속이 없기 때문이다. “뒷 자석 안전띠 단속은 열심히 하면서 왜! 불법 스포츠맛사지 영업은 단속하지 않는지... 아니면 차라리 그들도 할 수 있게 법을 다시 제정하고 시각장애인들에게 새로운 직업을 주던지. 무법천지의 사회에서 법의 형평성을 전혀 신뢰할 수 없다.”고 밝혔다. 지구촌에서 사회복지가 가장 잘 되어 있는 나라 스웨덴에서는 ‘복권판매권’을 ‘시각장애인’들에게만 부여하고 있다. 지금 내가 두 눈 멀쩡히 뜨고 있다고 해서 100세를 살아가는 동안 멀쩡할 것이라고 오판하지 말자. 선천적 장애로 오는 시각장애보다 후천적 장애로 얻게 되는 경우가 훨씬 많다. 듣지 못하면 보면 되고, 말하지 못하면 쓰면 되지만 앞을 보지 못하면 컴컴한 세상에서 아무것도 할 수 없다. 그 절망감을 국민 모두가 공감해야 한다.
정 회장은 장애인들이 할 수 있는 직업에 ‘복권사업’부터 ‘콜센터’(전화로 듣고 말하는 것은 할 수 있다), 그리고 장애등급이 낮은 시각장애인들이 할 수 있는 ‘주차관리’를 예로 들었다. 모두가 고민하면 4차 산업시대에 장애인들이 할 수 있는 일은 분명 더 있을 것이다.
만항구 경로당 바우처 안마제도... 안양시 지원해야.
경기도에서 지원하고 있는 경로당무료 안마가 인기를 끌고 있다. 처음에는 다소 어색했지만 전문적인 교육을 받고 투입된 안마사들의 효과를 톡톡히 보며 그 진가를 알게 된 것이다. 안양시에서는 만안구와 동안구 경로당에서 경로당무료 안마를 진행하고 있는데, 최근 만안구쪽에서 안마 팀을 더 추가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만안구 지역에 거주하는 노인들의 수가 많다 보니 모두가 혜택을 받을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경기도에서는 “아직 다른 시에서는 시행도 못하고 있는데 안양에만 한 팀을 더 증설할 수 는 없다”며 안타까운 답변을 전해왔다. 정 회장은 “경로당무료 안마를 경기도에만 의지하지 말고 안양시에서도 지원 방안을 마련해 줬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낼 계획이다. 서울도 서울시에서 지원하지만 종로구와 서초구, 중구에서도 따로 똑같이 시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예산이 많이 필요로 하는 것도 아니어서 경로당 예산으로도 충분히 진행 할 수 있는 부분일 것이라고 그는 덧붙였다.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시각장애인 처우 개선 필요.
장애인이라고 하면 모두가 정부로부터 장애인 연금을 받는 것으로 오해하고 있다. 장애인 연금을 받는 이들은 전체 장애인의 30%에 불과하다. 또 장애인 연금을 받는 이 중에는 기초 생활 수급자로 채택되어 생활비로 보조받는 이들도 있다.
정 회장은 회원들에게 “기초생활수급에 연연하지 말고 재활, 단련을 통한 훈련으로 장애를 극복하고 교육에 전념해 스스로를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아는 만큼 앞서갈 수 있고 아는 만큼 이겨 낼 수 있다”고 했다. 교육의 절실함을 강조한 것이다.
그 외의 시각장애인들은 대부분이 복지의 사각지대에 놓여 아무런 혜택을 못 받고 있다. 자녀들이 돈을 번다는 이유로, 집이 한 채 있다는 이유로, 일(안마)을 하니까와 같은 이유다.
시각장애인들은 모든 활동에 있어서 다른 장애인들보다 지출비용이 두 배로 든다. 왜냐면 혼자서는 어떤 활동도 할 수 없기 때문에 도우미와 같이 동행해야하기 때문이다. 동행 시 그들의 비용(식사비, 교통비, 목욕비 등등)도 같이 지불해야하는 상황이기에 경제적인 부담도 크게 작용한다.
시각장애인에 대한 큰 그림만 바라보지 말고 작은 것들도 돌아볼 수 있는 안양시가 되어 주길 간곡히 바라며 안양시에서 먼저 그 깃발을 잡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