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동시 장발장 농원의 장발수 회장은 올해로 75세. 지금으로부터 40년 전인 1980년대에 양봉을 처음 시작했으니 인생의 절반 이상을 양봉과 함께 해 온 셈이다. 그렇게 오래도록 양봉업에 종사 하게 된 계기를 물었다. “안동에서 5대째 살고 있는 토박이입니다. 80년대 초에 소 같은 다른 가축을 키우며 양봉은 조금씩 시작하다가, 90년대 들어 농생대에서 양봉과정을 제대로 체계적으로 교육 받고 제대로 해 보자! 하는 마음으로 본격적으로 시작하게 됐지요. 다른 사람보다는 조금 빨리 뛰어들었다고 생각합니다.” 당시 50군만 가지고 시작했던 규모도 점차 커졌다가 현재는 500군 정도를 키우고 있다.
1990년대 안동시 양봉협회 창설, 기반 다져와
90년대 들어 안동시의 양봉협회를 처음 창설하고 등록해 기반을 다진 것 역시 장발수 회장이다. 한동안 다른 사람들이 회장직을 맡아오다가 지난 해 마무리 하는 느낌으로 다시 맡게 되었다. 장발수 회장은 양봉협회회장으로서 화합을 최우선적인 목표로 두고 있다고 밝혔다. 안동시에서 벌 키우는 사람이 서로 화목을 다지고 서로 신뢰하는 것을 첫째 조건으로 협회를 운영한다는 것이다. 양봉인들의 소득 증대를 위해 서로 교류하면서 정보를 나누고, 교육하는 것 역시 놓치지 않았다. 그는 “40년 경력에 이제는 전국의 내로라하는 강사들은 분야별로 모두 알고 있다고 자부합니다. 저 자신이 우선 전국을 쫓아다니며 벌에 대해 배우러 다녔다 보니 시기적으로 어떤 강사를 초청해 교육을 진행하면 좋겠다가 보이는 셈이죠” 라고 자신했다.
양봉의 인기는 전국적으로 높다. 안동양봉협회에 등록된 회원도 300명 정도이고 전업으로 하는 분은 50명 정도, 나머지는 겸업을 해 전체 양봉 인구는 7~800명 정도데 이른다. 이렇게 양봉의 인기가 높은 까닭은 무엇일까. 그 질문에 장발수 회장은 “양봉은 한 번 투자하면 재료가 소진되는 것이 아니고, 남기 때문에 양봉인은 엄청 늘어나는 것 같습니다.”라고 평가했다. 그렇지만 앞으로 양봉인들은 단순히 꿀을 채밀하는 데만 머무를 것이 아니라 벌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를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벌을 키우는 기술은 한 3년만 고생하면 모두 알 수 있지만 그 벌을 가지고 어떤 부가가치를 창조하고 어떤 제품까지 만들어낼 것인지 깊은 고민이 필요할 것 같다는 조언이었다.
건강 지키려면 벌을 키워라
양봉에 40년 가까이 임해 온 장발수 회장은 벌을 키우고자 찾아오는 사람들에게 “돈을 벌려면 벌을 키우지 말고, 건강 지키려면 벌을 키워라”라고 말해주고 싶다고 전했다. 그만큼 꿀벌을 통해 얻을 수 있는 부산물의 건강적인 효능이 좋기 때문.
“양봉을 하게 되면 우리 몸에 좋은 5가지를 모두 얻을 수 있습니다. 바로 화분, 꿀, 봉침, 로얄젤리, 그리고 마지막으로 고단백질의 꿀벌 번데기입니다. 인체에 가장 좋은 것은 자연식. 자연 그대로를 먹는 것입니다. 꿀은 누구나 알고 있듯이 함유하고 있는 성분이 워낙 많아 자연이 내린 가장 큰 선물이라고 하죠. 보통 사람들이 매실에도 설탕을 가득 넣어 매실 청을 만들어 단 맛을 가미해 먹는데, 자연 그대로 좋은 매실에 왜 설탕을 넣는지 모르겠습니다. 꿀을 더하면 최고가 될 것이죠.”라고 말했다.
아직 국내에는 생소한 꿀벌 번데기 역시 미래에 선호가 높아지리라는 분석을 내놓았다. “벌 키우는 사람은 앞으로 ‘꿀벌 번데기’에 집중해야 합니다. 아직은 국내에서는 꿀벌 번데기를 먹지 않고 있는데, 서양에서는 오래전부터 동물성 고단백질로 알려져 의무적으로 섭취하고 있을 정도입니다. 꿀벌 번데기는 여러 곤충 번데기 중에도 최고 단백질 함유량을 자랑하고 가장 깨끗합니다”라고 전했다. 벌써 유럽, 중국, 일본 등지에서는 꿀벌 번데기 관련 사업이 발달하고 있는 만큼 국내에서도 이런 쪽 연구와 시도가 있었으면 한다는 바람이었다. 다만 아직 꿀벌 번데기를 체취하는 것이 쉬운 것은 아니라 연구가 필요할 것이라는 평가였다.
안동은 양봉의 최적지, 안동이 흉년이라면 전국 모두 꿀 흉년일 것
벌에 관해서라면 둘째가라면 서러울 전문가인 장발수 회장은 안동만큼 벌 키우기에 적합한 곳이 없을 정도라고 자부한다. 강원도 철원, 봉하와 비슷할 정도로 낮은 기온이기 때문. 봄에 벚꽃이 다 지고난 후에도 안동 지역에서는 벚꽃을 볼 수 있을 정도다. “안동은 꿀을 뜨기에 가장 좋은 지역입니다. 다른 지역에서 나는 꿀도 많지만 전문가들은 단번에 알아차립니다. 안동은 중간 지역으로 다른 시 군에서 꿀을 한 번 밖에 채밀하지 못하는 반면에 안동은 2번도 가능합니다. 모든 양봉농가가 최악의 폭염으로 큰 피해를 입었던 지난해에도 안동 시내에서는 제대로 꿀을 땄을 정도죠. 안동에 흉년 들었다 하면 전국 꿀은 모두 흉년이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하지만 해가 거듭될수록 심각해지는 지구온난화는 양봉을 점차 어렵게 하는 요인이 되고 있기도 하다. “아카시아 꿀을 채밀할 수 있는 기간은 보름밖에 되지 않습니다. 예전에는 20일 정도 기간에 거쳐 3, 4차까지 꿀을 뜰 수 있었는데 지난해에는 1차로 끝나버릴 정도였죠.”
갈수록 늘어나는 양봉인구에 채밀원은 부족해지는 것도 어려운 요소다. “처음 양봉을 시작했을 때인 90년대만 해도 지금 있는 꽃의 30배가 있었고, 벌은 지금의 30%만 있어서 충분히 채밀이 가능했죠. 하지만 정책적으로 귀촌, 귀농하면 제일 먼저 양봉을 권하고 가르쳐 주는 교육기관 많아 양봉인구가 점차 늘어남에 따라 경쟁이 심화되고 있습니다”
이렇게 전체적인 양봉농가의 어려움이 커지고 있는 만큼 장발수 회장은 안동시 시장님에게 양봉에 대한 더 큰 관심과 지원을 부탁했다. “물론 다른 사업도 중요하지만 안동은 양봉을 하기에 천혜의 조건 가지고 있는 만큼 안동을 대표해 미래를 책임질 것이라 생각합니다. 일례로 소나 돼지 등 가축은 수입이 가능하지만 양봉산물은 수입도 힘든 만큼 비전이 높죠. 잘 활용해서 제발 양봉이 앞장서서 나가는데 힘써 주셨으면 합니다.”
도시에서라면 일은 멈추고 여가를 즐길 노후지만 올해 75세인 장발수 회장은 언제까지라도 양봉을 계속 하고 싶다는 바람을 전하기도 했다. 꿀벌과 함께 해 온 인생이라 건강도 지킬 수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 안동시 양봉의 살아있는 역사인 그와의 만남을 통해 꿀벌에 대해 더 이해하고, 그 놀라운 효능을 다시금 느끼게 된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