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삼의 효능은 익히 알려져 있다. 면역력을 강화하고, 신체 기능을 증강하는 효과가 커서 최근 코로나 사태 속에서 더욱 주목받고 있기도 하다. 원기를 회복하고 신체허약, 권태, 피로, 식욕부진, 구토, 설사에도 효과가 높다. 폐 기능을 도우며 진액을 생성하고 안신작용 및 신기능도 높여 준다. 오래도록 귀한 이들에게 보내는 선물로 사랑 받아왔던 이유다.
청주시 미원면에서 35년째 인삼 농사를 지어오고 있는 박기섭 인삼협회 대표를 만나봤다. 특히 미원면은 청정지역으로 토질, 수질이 깨끗해 뛰어난 인삼을 재배하고 있다고 자부한다. 미원면에서만 50농가 이상이 인삼을 재배하고 있으며 박기섭 대표는 작목반에 소속된 30농가와 함께 정보를 교류하며 최고품질의 인삼을 생산해 내고 있다.
35년 인삼 재배 인생
박기섭 대표는 1986년부터 인삼농사를 시작했다. 어느덧 35년 정도 인삼을 재배해 온 셈이다. 지금은 기계화가 되어 농사가 쉬워졌다지만 당시에는 어려움도 많았다. 사람이 직접 삽으로 두둑을 모으고 호미로 심던 시절을 거쳐 왔다. “초창기만 해도 노동집약적인 농사로 한 사람이 많이 해 봐야 500평, 1000평 정도만 재배 가능했다. 이제는 모든 과정이 기계화 되고 포장에 있어서도 피복재가 발달해서 한 사람이 4~5천 평씩 재배가 가능하다.”는 설명이었다. 박기섭 대표도 지금은 해마다 4천 평 정도를 재배하고 있다.
인삼 재배는 생각보다 더 어려운 편이다. 기후조건과 토양환경 모두 충족시켜야 하기 때문이다. 5~6년 열심히 키워도 삼이 버티지 못하고 사라져 버리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일반 작물은 그냥 씨앗을 뿌려 놓았다가 수확하면 되는데 삼은 없어진다. 10개 정도를 심어도 6~7개만 남는다. 대개 그렇게 결주가 있다는 어려움이 있다.”는 설명이다.
연작할 수 없어 외지로 나가 재배하기도
특히 동일한 땅에서 다시 재배를 하면 뿌리썩음병이 발생하므로 연작을 피해야 한다. 한 번 인삼을 재배한 땅에는 인삼을 다시 심을 수 없다는 것. 적어도 몇 년 후에 다른 작물을 심었던 뒤에야 재배를 할 수 있다. 따라서 다른 지역까지 이동해야 하는 일이 발생한다. 점점 농가는 줄어들고 고령화 되는 추세인데 집 주변에서 지을 수도 없어 외지에 나가서 심고, 관리 해야 하기에 어려움이 크다.
박기섭 대표는 “밭은 거의 소모가 되어 요즘은 논에서 삼을 경작하는 ‘논삼’도 시도하고 있다.하지만 인삼은 물을 기피하는 작물이기 때문에 수분이 많은 논에서는 농사가 어렵다. 아무래도 논에서 하는 경우에는 인삼 성분의 질이 조금 떨어질 가능성도 있다. 궁여지책으로 새 흙을 받아 위에 높은 층으로 쌓은 후에 농사를 짓기도 한다. 이 때도 인삼이 심어졌던 흙과는 섞이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삼이 그렇게 까다롭고 예민하다.”라고 설명했다.
잘못된 유통구조로 인삼 인기 많아도 이익 돌아오지 않아
코로나 사태로 인해 인삼에 관심이 쏟아지고, 소비자가격도 올라가고 있는 추세지만 정작 생산자인 농민의 입장에서는 실감하지 못한다. 잘못된 유통구조 때문이다. 중간 상인들의 마진만 너무 높아 실질적으로 농민에게는 이익이 돌아오지 않는 것. 박기섭 대표는 오히려 현재 대부분 거래가 이루어지는 금산 시장에서는 인삼의 가격이 떨어졌다고 전했다. 코로나로 인해 시장을 찾는 소비자 수가 급감하면서 가격이 하락한 것.
35년째 인삼 농사를 해 오는 입장에서 물가나 인건비 상승 비율에 비해 인삼 값의 상승폭은 더디기만 한 것도 사실이다. 오히려 옛날보다 떨어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농사를 짓기 위핸 부자재, 임대료, 인건비 등은 거침없이 올라가는데 인삼 가격은 그대로라 오히려 농사를 지을 수록 손해를 보는 경우도 생긴다. 과거에 비해 인삼으로 창출할 수 있는 부가가치가 낮아진 것이다. 새롭게 인삼농사를 짓기 위해 진입하려는 사람도 점차 줄고 있다. 옛날 건강식품이 별로 없던 시절에는 인삼이 최고로 취급 받았는데 이제는 시중에 나오는 건강식품들이 너무 많다. 인삼은 비싸다는 인식 때문에 오히려 더 안 드시는 것 같다. ”
인삼농가 수익 증대 위해 판로확보, 유통망에 지원 필요
따라서 박기섭 대표는 청주시에 인삼농가들을 위해 그 어떤 지원보다 판로확보를 위해 힘써 주실 것을 부탁했다. “지금도 지원사업은 해 주고 있지만 물자 지원 보다는 유통이나 판로 확보가 절실하다. 소비 촉진도 필요하다. 당장의 물자 지원보다는 미래까지 생각해 생산되는 인삼을 판매할 수 있도록 유통구조에 변화를 주면 한다. 코로나19의 전 세계적 확산으로 한국산 인삼제품 수출이 증가하는 추세인 만큼 외국과의 결연도 추진할 수 있을 것이다.”
코로나로 인해 지난 해 ‘금산 인삼축제’는 열리지 못햇다. 박기섭 대표는 보다 많은 이들에게 인삼을 알리고, 건강에 좋은 인삼을 접할 기회를 만들어 주기 위해 오는 10월, 인삼축제가 열려주기를 기다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