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실함에서 노련함으로, 10년의 세월을 거처 유통의 베테랑이 되다. 대중축산유통 한경호 대표

성실함에서 노련함으로, 10년의 세월을 거처 유통의 베테랑이 되다. 대중축산유통 한경호 대표

관리…


증평군 증평읍에 자리한 대중축산 유통의 한경호 대표는 성실함의 결정체다. 성실함이 쌓여 노련함을 갖추었고 언제나 최선을 다하고자 하는 그의 근본이 지금의 신용을 만들었다. 희망찬 새해에 본받을 만한 우리의 이웃으로 증평군의 자랑스런 일꾼 한경호 대표를 만나본다.  


한경호 대표는 지금으로부터 10년 전인 2009년 2월 계란을 유통하는 대중축산유통을 설립했다. 유통회사를 차리기 전에는 양계장을 2년간 하며 계란 생산을 했는데 유통업자들로부터 제때 수납을 받지 못하는 등 생활고를 겪게 되어 직접 유통 사업에 뛰어들게 되었다. 그러나 진짜 이 길로 들어서게 된 인연은 그보다 훨씬 전인 200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30대 후반에 자동차 사업을 하던 한 대표는 어음을 막지 못해 파산을 하고 백수생활을 이어가던 중 지인으로부터 천안의 양계장 일을 소개받았다. 처음에는 부화실을 맡았는데 새벽 3시에 일어나 오후 4시까지 일했다. 다음에는 양계장으로 자리를 옮겨 새벽 5시 반에 일어나 하루를 시작했다. 그렇게 3년이 흘렀을 때 그는 성실함을 인정받아 농장장의 자리까지 오르게 되었다. 그는 “농장에서 일하면 밥 먹여주고, 고기 먹여주고 하니 돈을 모을 수 있었다”며 “한번 망해 봤기 때문에 다시는 망하기 싫어서 억척같이 살았다”고 회상했다. 자동차 사업의 부도가 당시에는 좌절할 만큼 힘든 시련이었지만 돌이켜 보면 그를 성공하게 한 큰 경험이자 자산이 되었던 것이다.  

3년이라는 단 시간에 부화실 말단 직원에서 농장장까지 오르기는 쉽지 않은 일이다. 한 대표는 당시 일이 끝나고 나면 모 약품에서 출판되던 책을 통해 닭과 계란에 대한 전문 지식을 배우고 익히며 3년의 시간을 보냈다. 이것이 그를 단기간에 승진시킨 힘이 되었다. 농장장으로 당시 270만원의 월급을 받아 한 돈에 4, 5만원이던 금에 투자했고 이것이 종자돈이 되어 스스로 자립하여 양계장을 차릴 수 있게 되었다. 양계장을 차리고 2년간 운영했지만 돈이 되지 못했다. 유통업자들이 제때 수금을 해주는 경우가 없어 늘 적자에 허덕여야 했다. 그래서 한 대표는 과감히 양계장을 접고 유통업으로 전향하게 되었다. 그리고 10년의 세월이 흘렀다. 처음 시작할 당시에는 납품하던 마트 주인이 문을 닫고 도망가는 등 여러 우여곡절을 겪기도 했지만 닭과 계란을 보는 남다른 눈으로 차츰 차츰 사업을 안정시켜 갔고 신뢰와 신용으로 지금의 대중축산유통을 완성하게 되었다.  

몇 년 전만해도 대중축산유통의 매출은 1,000만원을 호가했다. 그러나 함께 일하던 직원들이 그만두고 고용이 어려워지자 한 대표는 혼자 일할 수 있을 만큼의 업체만 남기고 일부는 정리해버렸다. 최근 경기가 어려워 진 점도 있지만 그래도 70%의 매출을 올리고 있고 아내가 돕는 일도 있어 나머지는 혼자서도 거뜬히 일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 한 대표는 어둠이 채 가시기도 전인 새벽 6시, 9년째 거래하고 있는 증평의 하나로 마트 두 곳을 시작으로 청주, 대소, 덕산으로 한 바퀴를 돌아 나온다. 납품을 끝내고 나면 내일 팔 계란을 보러 간다. 싱싱하고 건강한 계란을 선별해 싣고 온다. 양계장에서 열심히 일한 경력이 있어 계란을 보는 눈도 매섭다. 아픈 닭이 낳은 계란은 색부터가 다르다. 모르는 이들은 주면 주는 대로 가져오겠지만 한 대표는 차에 실은 계란을 다시 내릴 정도로 엄격하게 따졌다. 계란 생산자도 이런 한 대표를 알기에 병든 닭이 낳은 계란은 아예 꺼내놓지도 못한다. 한 대표는 “계란 껍질 만 봐도 이 녀석의 어미가 아픈 것을 알아낼 수 있다”며 “책임지고 좋은 계란을 유통할 수 있는 것은 천안 양계장에서 스스로를 발전시키며 열심히 일했던 시절이 있었기 때문이다”고 회상했다. 


독종으로 불렸던 시절

한 대표는 양계장에서 일하던 시절 담배 값이 500원 오르자 담배를 끊어버렸다. 500원 조차도 아까워 쓸 수 없었다. 담배를 끊자 동네 이장이 한 대표를 모른 척 했다. 한 대표는 동네 이장에게 “왜 나랑 말을 안해요” 하고 물으니 이장은 “나는 독종하고는 말을 안한다” 고 했다는 일화가 있다. 이웃으로부터 독종이라는 소리를 들을 정도로 한 대표는 그만큼 억척스럽게 살았던 것이다. 요즘 뉴스를 보면 청년실업이 문제라고 하지만 한 대표는 일자리는 차고 넘친다고 했다. 청년 실업이 문제가 아니라 힘든 일을 하지 않으려고 하는 젊은이들의 마음가짐이 문제라고 했다. 젊어서 고생하면 그것이 경험이 되어 성공하는 것인데 처음부터 좋은 일자리를 찾으려고 하니 문제라는 것이다. 부모의 그늘에서 안주하며 혹은 쉬운 일만 찾는 등 꾀를 부리게 되면 돈을 버는 것도 한계에 부딪히고 스스로도 발전할 수 없다고 했다. 


세척 계란은 NO!

“계란을 세척하면 좋은 줄 알지만 사실 그렇지 않다. 무정란이든 유정란이든 다 살아있는 것이라 미세하게 표면에 숨구멍 같은 것이 있다. 그래서 세척을 하면 그 물이 계란 속으로 스며 들어간다고 봐야 한다. 그러니 세척란은 좋은 게 아니다.” 한 대표는 계란의 위생이 걱정이 되면 먹기 직전에 씻을 것을 권유했다. 여름에는 겨울과 달리 흰자가 퍼지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상했다기 보다 여름철 어미 닭이 물을 많이 마시기 때문에 계란의 흰자에도 물이 많아져 그렇다는 것이다. 그러나 잘 상할 수 있기 때문에 유통기한은 겨울보다 짧게 두고 먹는 것이 좋다고 했다. 겨울 유통기한은 45일 이다. 대중축산 유통의 작업실에는 LED등이 설치되어 있다. 한 대표는 계란 선별 작업을 하기 위해 설치 한 것이라고 했다. 보다 더 좋은 계란을 유통하겠다는 한 대표의 확고한 신념을 알 수 있었다.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한 대표의 하루 일과는 변함이 없다. 새벽 5시 반에 기상해 저녁 9시가 되어야 하루를 마감한다. 그는 늘 그렇게 살았기 때문에 앞으로도 그렇게 살아갈 것이라고 했다. 양계장을 운영해 봤기 때문에 1차 생산자의 마을을 헤아릴 수 있고 마트도 마진을 남겨야 하니 서로가 조금씩 양보해야 한다는 것을 한 대표는 잘 알고 있었다. 신용 하나로 이들과 오랜 관계를 맺고 살아온 한 대표는 몸에 익은 성실함으로 내일의 뜨는 해도 기꺼이 맞이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