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백은 양봉의 역사가 짧은 편이다. 양봉협회 태백시지회를 이끌고 있는 이동희 사무장은 “18개 시군에서 태백시가 마지막 지부다. 그만큼 역사가 짧다. 태백 지역은 기후적으로 추워 겨울에 벌을 키우기 어렵고 꽃의 개화시기가 짧기 때문이다. 고산지대로 밀원이 빨리 피고 빨리 지는데다가 밀원지도 좁아 중첩되는 부분이 많아 전업으로 대규모 양봉을 하는 농가는 드물다고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태백의 양봉 농가들은 지역 내 광산이 폐업한 이후에 양봉으로 유입된 경우가 대부분이다. 양봉협회 태백시지회의 어정숙 지회장, 이동희 사무장도 마찬가지다. 어정숙 지회장은 “광산업에 종사하다가 폐업되고 양봉을 시작하게 되었다. 소규모 자본으로 시작할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당시 같은 처지에서 양봉으로 유입된 인원이 많았다. 현재는 약 60농가 정도 양봉에 종사하고 있다.”고 전했다.
어정숙 지회장은 “양봉 농가에 대한 지원이 각 개인이 아니라, 기르는 벌의 군 수에 비례해 이뤄진다. 태백 지역은 소규모 양봉 농가가 많고, 전체 농가 수도 적다 보니 예산 지원도 다른 곳에 비해 열악하다. 그렇지 않아도 작은데 계속 클 수 없는 구조로 자력으로 일어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안정적인 수익이 보장되지 않아 전업으로 하지 못하고 부업 형태로만 하다보니 악순환의 연속인 것 같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항산화물질 많인 포함된 태백만의 ‘야생화 꿀’ 브랜드화 해 나갈 것
하지만 이런 열악한 상황과 지리적인 한계에도 불구하고 태백양봉협회는 나름대로의 차별점을 가지고 특화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태백은 고산지대로 북방한계선에 있는 꽃과 남방한계선에 있는 꽃까지 다 피는 만큼 여러 가지 꽃의 꿀이 한데 섞인 ‘야생화 꿀’에 강점이 있는 것. 어정숙 지회장은 “작목반 특화사업으로 태백 야생화 꿀을 브랜드화 할 계획이다. 식물들은 고산대로 올라갈수록 꽃에 항산화물질이 많이 포함되어 있다. 따라서 타 지역보다는 항산화 효과가 높은 프로폴리스나 화분과 같은 봉산물을 채취하는 것이 가능하다. 아직 과학적으로 검증하지는 못했지만 앞으로 검사를 거치고 인증 받아 차별화 된 야생화 꿀 판매를 활성화 시키고자 한다.”라고 계획을 밝혔다.
특히 양봉협회 차원에서도 태백 양봉농가 전체의 수익성 증대와 발전을 위해 여러모로 노력하고 있다. 양봉 기술과 노하우를 모르는 분이 있으면 기술도 전수해주고, 어려워하는 사람 있으면 자신의 벌통을 가져가서 나누어 주면서 협회를 활성화 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특히 벌은 작은 온도 변화에도 행동이 크게 변할 만큼 기후에 민감해, 같은 태백이라고 해도 지역 별로 기온 차가 심한 태백에서는 다른 농장을 방문해서 보기만 한다고 자신의 벌에 적용하기가 어렵다. 따라서 양봉협회 회장은 직접 농장을 방문해 살펴보고, 각 농장의 상황에 맞는 기술을 전수하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또한 아직 태백에는 고부가가치를 내는 로얄젤리를 하는 분이 1분 밖에 없어, 양봉협회 차원에서 조합원들과 양봉인들이 고수익 낼 수 있도록 장려하고 있기도 하다.
사양꿀과 진짜 꿀 헷갈리시면 안돼요!
양심적으로 착한 양봉을 하며 소비자들이 안심하고 먹을 수 있는 꿀을 생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속상한 일이 발생하기도 한다. 바로 저렴한 ‘사양꿀’이 시장을 잠식해 진짜 꿀의 가치까지 낮추고 있는 것. 어정숙 지회장은 아직 소비자들이 사양꿀과 진짜 꿀의 차이를 모르고 저렴한 가격에 이끌려 사양꿀을 택하는 현실이 있다며 안타까워했다.
사양꿀은 천연꿀과 달리 인위적으로 꿀벌에게 설탕을 먹여 생산한 꿀을 말한다. 따라서 그 성분에서 확연한 차이를 보인다. 먼저 효능적인 부분에서 천연꿀은 비타민, 유기화합물 등 다양한 성분이 풍부하게 들어있는 것에 반해, 사양꿀은 구성물질이 단조롭고 천연성분이 많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지회장은 “규정상 사양꿀은 제품 겉면에 사양꿀이라고 표시하게 되어있지만 그 크기가 너무 작고, 마트에 따로 분류되어있지 않기 때문에 일반 소비자들은 일일이 확인하기 어렵다. 외국에서는 사양꿀을 ‘꿀’로 취급도 하지 않아주는 데 반해 국내에서는 저가 설탕 시럽인 사양꿀이 천연꿀을 밀어내고 있는 양상이라 규제가 필요할 것 같다”고 의견을 밝혔다.
한편, 태백양봉협회에서 생산되는 꿀은 대부분 강원도 허니원에 납품한다. 어정숙 지회장은 “허니원 브랜드는 엄격한 품질 기준을 가지고 탄소동위원소법으로 성분을 검사하고 농약잔류검사까지도 포함한 과학적인 심사를 진행한다. 적합, 부적합 판정을 통해 소비자가 안심하고 먹을 수 있는 꿀만을 판매한다. 신뢰성 측면에서는 최고라고 자부한다”고 전했다.
태백 양봉 발전 위해 꿀 농축 기계는 조속히 마련되기를
어정숙 지회장은 끝으로 태백시에 수분을 농축하는 기계를 마련해 줄 것을 부탁했다. 그냥 채밀한 아카시아 꿀은 수분이 높아 일반적으로 농축하는 과정을 통해 수분 함유량을 18% 이하로 조절한다. 그러려면 기계가 필요하지만 태백시에는 이 기계가 아직 마련되어 있지 않은 것. “봄철 아카시아 개화기에 아카시아 꿀 주문이 몰리는데, 이를 위해서 봉하, 영월 등 타 지역까지 이동하고 있는 실정이다. 시간과 비용이 이중으로 드는 부분의 어려움을 해결할 수 있으면 한다.”
또한 협회 차원에서 산림청과 협력을 통해 양봉인들이 국유지 임야를 활용할 수 있는 방안도 모색 중이다. 밀원이 부족한 만큼 가까운 산을 열어주면 밀원을 충분히 활용할 수 있고, 그 과정에서 협회원들이 불법 산림이나 산불의 위험을 지켜주며 상생하는 방안이다. 현재는 이유를 불문하고 입산을 금지하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 이런 부분에서 의견을 모아보겠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