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성동아자동차는 2004년도에 처음 중국 산둥성 위해 지역에 진출했다. 초기에는 가공 무역 위주로 사업 라인업을 꾸렸다고 영성동아자동차 황영일 대표는 부연했다. 영성동아자동차가 진출하던 초반에는 환율 시세도 괜찮아, 가공 무역을 영위하기 썩 나쁘지 않은 환경이었다. 그러나 갑자기 2005-6년도 즈음 환율이 급속도로 치솟으면서 종래 진행하던 가공 무역 전선에 점점 먹구름이 끼기 시작했다고 황 대표는 전했다. 방법이 보이지 않았다. 모든 것이 절망적인 순간, 황영일 대표는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중국 내수시장 진출’을 선언한다.
도전, 그러나 뜻밖의 위기에 봉착하다
시기는 적절했다. 다행히 현대자동차와 중국 북경자동차가 함께 합작해서 세운 북경 현대가 본격적으로 제품을 생산하기 시작하면서 영성동아자동차에 일약 기회가 되었던 것이다. 그러나 여러 가지 문제가 있었다고 황영일 대표는 전했다. 주요 거래처인 북경 현대를 둘러싼 합작의 두 주체, 북경자동차와 현대자동차가 함께 겪고 있었던 복잡한 속사정 때문이었다.
이른바 결재부터 판매에 이르기까지 대부분의 핵심적인 권리가 중국 측에 있었다는 점이 특히 그랬다. 처음엔 일견 문제가 없는 듯이 보였지만 사드라는 한중 양국 간에 큰 난제에 부딪히자 그 어려움은 순식간에 발현했다. 대금 결재권을 보유하고 있었던 중국 측에서 판매대금의 지급을 차일피일 미루기 시작했던 것이다.
드러내놓고 말을 하지는 않았지만 그 이면에 사드 문제에 따른 중앙 정부의 눈칫밥이 있음을 현대자동차뿐만 아니라 영성동아자동차 황영일 대표도 미루어 짐작했었다고. 그야말로 설상가상, 이렇게 영성동아자동차는 또 하나의 위기에 봉착하고야 만다.
자동차회사에 있어 신차 출시는 빼놓을 수 없는 거대한 세일즈 포인트다. 그러나 황 대표의 말에 따르면, 사드 문제에 부딪힘으로써 영성동아자동차, 나아가 주 거래처였던 북경 현대는 이러한 중요 세일즈 포인트에 완벽하게 실패한다.
중국 측이 돈줄을 쥐고 있었던 대금 결제가 차일피일 미뤄지면서 협력사들의 동요가 일어나기 시작했던 것이다. “결국 연료 탱크를 납품하던 프랑스-중국 합작 회사가 물품 공급을 중단하는 사태까지 빚어졌습니다.” 이렇게 한마디 한 다음, 황영일 대표는 기자에게 또한 이런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저희 영성동아자동차도 생산 라인을 전면적으로 축소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바로 이것이 한국 뉴스에 시끌벅적하게 보도되었던 사드 보복의 실체이다.
다행히 이러한 중국과 한국 간의 힘겨루기는 현대자동차 측의 노력과 도움 덕분에 9월 중순 얼추 마무리가 되었다고. 다음은 영성동아자동차 황 대표가 그때를 회고하며 꺼낸 한 마디이다. “어렵사리 대금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참 감사한 일이죠.”
어려운 가운데에서도 희망을 노래하다
이렇듯 도처에 산재해 있는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영성동아자동차가 중국에 진출했던 이유는 사뭇 명료하다. 황영일 대표의 말에 따르면, 궁극적으로 ‘원가 절감’을 하려는 것이 제일 컸다고. 물론 여기에서 말하는 원가라는 것이 다름 아닌 ‘인건비’라는 사실은 너무나 뻔한 사실일 터. 그러나 초기에는 상당한 효과를 거뒀으나 역시 사업이 진행될수록 예상했던 어려움이 점점 가시화되기 시작했다고 황 대표는 설명했다.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자꾸만 사업 영역에 치고 들어오는 중국 현지 업체 때문이었다. 이에 관한 황영일 대표의 말이다.
“중국 업체는 최소한의 필수 기능만 탑재하여 저렴한 가격을 받습니다. 이에 반해 한국 기업은 필수 기능 외에도 유사시에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는, 다시 말해 고객이 일상 속에서 자동차를 다루며 겪을 수 있는 모든 변수에 대비해 다양한 기능을 탑재합니다. 불필요한, 잉여 기능이 전혀 아닌 것입니다. 이런 디테일의 차이를 다들 알아주지 않으셔서 안타깝습니다.” 무엇보다도 필요최소한의 기능만 탑재한 중국 부품이 완제품에 끼치는 영향을 실로 어마어마하다고 영성동아자동차 황 대표는 강조했다. 바로 제품 자체의 퀼리티 문제가 그것이다. 따라서 고객은 당장 저렴하게 구입하는 것 같아도 부족한 기능을 채우기 위해 추가로 옵션이나 다른 부품을 구입해야 한다며 이는 결과적으로 전혀 ‘저렴하지 않은’ 상황을 초래하게 된다고.
중국시장 이제부터 진정한 승부이다
물론 한국 기업들도 최대한 단가를 낮추고 제작 공정을 효과적으로 운용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무작정 모든 라인 전 제품을 하이퀼리티로 가는 것이 때로는 기업에 독(毒)이 될 수 있음을 중국 시장을 통해 뼈저리게 느낀 까닭이다. “중장기적으로 종래 하이퀼리티 생산 라인을 일부 돌려 보급형 미들이나 로우퀼리티 제품을 내려고 계획하고 있습니다.” 황영일 대표의 말이다. 황 대표와 영성동아자동차가 이러한 도전을 시도하는 이유는 사뭇 분명하다.
소비자가 의외로 하이퀼리티만 찾지는 않는다는 것이 시장에서 드러난 중국산 보급형 제품의 선전으로 여실히 드러났기 때문이란 것이다. 완전히 벤츠나 BMW와 같이 프리미엄을 기대하고 구입하는 외래산 고급 차종이면 몰라도, 소비자는 국산차에 대해서 아직은 적어도 ‘가성비’를 기대하고 사는 풍토가 일견 있다는 게 그의 분석이다. 가령 지금의 현대·기아차에서 생산하는 아반테 소나타는 상당히 대중적인 차량에 속하고 국내 소비자들 사이에서의 인식도 이미 ‘그렇다’는 것. 그것은 중국에서도 마찬가지라는 것이 황영일 대표의 생각이다.
즉 한국과 중국의 가장 부유한 계층이 타지 않는 차라면 굳이 하이퀼리티 옵션을 고집해봤자 소비자에게 진정한 ‘가성비’로 인정받지 않는다는 것. 가성비는 어디까지나 일정 수준 이상의 품질과 아울러 가격 경쟁력이 뒷받침되었을 때 인정받을 수 있다. 이른바 일방의 요소만 포함하는 개념이 아닌, 가격과 품질이라는 쌍방의 요인을 모두 포괄하는 개념인 셈이다.
특히 이것과 관련, 영성동아자동차는 이번에 제작 공정의 거품을 최대한 제거해 종래의 가격에서 최소 24%에서 최대 30%까지 절감할 수 있는 매우 큰 성과를 냈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이 무작정 그냥 단가를 내린 것이 아니라, 수많은 연구와 기술력이 결합되었기에 합리적으로 비용 대비 편익을 조절, 절충한 가운데 낼 수 있었던 결과물이라고 황영일 대표는 분명히 말했다. 다시 말해 이것은 재질과 동형, 기본 기능의 수정 및 보완 등등 다양한 분야에 걸쳐 영성동아자동차의 엔지니어들과 황 대표가 함께 노력한 결과물인 것이다.
또한 여태껏 코트라와 한국 영사관 측에서 중국 현지에 나가 있는 한국 기업들을 돕기 위해 관련 법률 세미나를 여는 등 물심양면으로 많은 지원을 아끼지 않는 부분에 대해 감사를 표하면서도, 일견 아쉬운 부분도 있다며 황영일 대표는 이렇게 한마디 했다. 이른바 일선 기업에 문제가 발생했을 때 영사관과 코트라 측에서 즉각적으로 태스크포스를 구성해서 지금보다 더 적극적으로 지원해주셨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전한 것이다. “나라의 어려운 사정은 익히 알고 있지만, 그래도 그렇게만 해주신다면 정말 큰 힘이 될 것 같습니다.”
아무리 지금이 어렵다고 해도 반드시 내일은 온다. 어려운 가운데 미래를 예비해야 하는 것이고 오늘의 평온함 가운데 나중에 올 위기에 대비해야 하는 것이 기업의 현실이다. 따라서 기업은 앞으로 더욱 노력하고 기술을 개발하는데 매진해야 한다는 황영일 대표의 말처럼, 영성동아자동차 역시 내일을 향해 힘차게 전진해 나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