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이랑 꿀이랑’ 카페에 들어서면 갖가지 꿀이 담긴 투명하고 긴 통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피나무꿀, 밤꿀, 야생화꿀, 잡화꿀 등등 꿀의 종류가 이렇게도 많았던가. 빛깔도, 맛도 미묘하게 다른 꿀들을 눈으로 둘러보고, 맛보고 체험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꿀을 직접 담아가게 한 시도도 신선하다. 불필요한 포장은 배제하고 폐기물을 최소화 할 수 있도록 한데다가 덕분에 가격도 저렴해졌다. “벌이 자유롭게 여러 꽃을 찾아다니며 원하는 꽃 꿀을 담아 가듯 이곳에서는 다양한 천연꿀을 원하는 만큼 용기에 담아 가는 체험 카페다.”라는 안내문이 이 특별한 카페를 제대로 소개해 준다. 이남숙 대표를 만나 이런 색다른 카페를 운영하게 된 배경을 물었다.
소비자들이 직접 꿀 체험하며 신뢰하고 구매할 수 있기를
이남숙 대표는 원래 직접 양봉을 하는 농민이었다. 판로를 확보하고 안정적으로 수익을 창출하기 위해 처음에는 인터넷 판매에 도전하게 되었다고 한다. 2010년의 일이었다. 직접 판매를 하는 과정에서 소비자들이 꿀을 신뢰하지 못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일반인의 입장에서 천연꿀과 사양꿀 구분도 쉽지 않았고 다양한 꿀의 차이도 잘 모르기 때문이다. 이에 소비자들에게 직접 꿀을 체험하고 사 갈 수 있도록 한 것이 카페의 시작이었다.
이남숙 대표는 “농사를 지으면서는 수익적인 부분이 명쾌하지 않았다. 소매도 해보고 직거래도 해보았는데 열심히 해도 결과적으로 보면 아쉬움이 남았다. 좀 더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방법을 찾다가 인터넷 판매에 도전하게 되었다. 처음에는 농사를 짓기 위해 사업자를 만든 수준이었고 판매의 비중도 크지 않았다. 조그마한 창고를 얻어 시작했는데 점차 찾는 분들이 많아졌다. 이제는 인터넷 판매가 70%가 이뤄질 정도로 인터넷 판매의 비중이 높다. 2010년에 설립했으니 11년간 판매를 해 오고 있는 셈이다. 그런데 그 과정에서 꿀을 신뢰하지 못하는 소비자들이 많았다. 직접 방문해서 보고자 하는 소비자들의 요청도 있었기 때문에 투명하게 과정을 보여드릴 수 있도록 했다. 꿀을 저렴하게 판매하고 많은 사람들이 맛보게 하고 싶다는 소망을 담았다.”고 설명했다.
꿀 넣어 즐기는 커피, 벌집 채 발라먹는 토스트 등 이색적인 메뉴 돋보여
꿀을 상품화하고, 카페를 운영하면서 직접 여러가지 꿀맛을 확인하고 구입해 갈 수 있게 하는 것은 정말 기발한 아이디어라 생각됐다. 카페에서는 커피, 차 등 음료도 판매하는데 설탕 대신 꿀을 같이 내어 색다른 맛을 선사한다. 간단한 토스트도 벌집채 꿀과 함께 주니 색다른 경험이 가능하다. 벌집을 그대로 넣은 아이스크림도 특별하다. 그 어디서도 맛볼 수 없는 귀한 맛이다.
이남숙 대표는 “처음에는 커피 메뉴도 잘 몰랐다. 카페는 난생 처음 해보지만 과감하게 ‘꿀로만 차별화하겠다’라는 생각이었다. 다른 집에서는 넉넉히 쓰지 못할 꿀을 넉넉히 쓰는 것은 경쟁력이다. 다른 곳에는 없는 것을 맛보게 해드리고 싶었다. 아메리카노도 꿀과 잘 맞는다. 빵에 발라만 먹어도 좋다. 그래서 계속해서 직원과 함께 메뉴개발 중이다. 체인 업체나 전문가 아니라 디자인, 메뉴, 전파력 따라갈 수는 없을지 모른다. 시설은 부족한 면도 있고, 인테리어도 촌스러울지 몰라도 건강할 것은 확실하다.”라고 설명했다.
인터뷰 하는 중에 대접해 준 토스트와 벌집꿀이 입맛을 사로잡았다. “간단한 토스트지만 벌집꿀을 먹게 해 드리고 싶어 시도해 봤다. 100% 벌집꿀로 항산화 작용에 좋다. 달지 않고 약간 무거운 맛이다. 꿀 중에는 탁한 꿀도 있고 달지 않은 꿀도 있다. 종류별로 보여드리고 싶었다.”는 마음이 전해졌다.
여러 꿀 맛보고 원하는 만큼 담아가세요
꿀을 직접 담아가게 한 것 역시 배려가 돋보였다. 원하는 만큼 직접 가져온 용기에 담아가면 된다. 시식코너가 있어 여러 종류의 꿀도 맛본 후에 원하는 꿀을 담아가면 되니 인기가 높을 수밖에 없다. 이남숙 대표는 “물과 섞이지 않았을때 각기 다른 본연의 꿀의 맛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소비자가 직접 담아가니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는 친환경적 의미도 깊다. 이남숙 대표는 “포장은 거품이다. 물론 그런 포장이 필요할 때도 있지만 소비자들에게 불필요한 포장은 없애고 저렴하게 가져가면 안 될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유통비, 포장비, 인건비를 줄일 수 있는데다가 환경에도 이로운 일이라 의미가 있다.”고 의도를 전했다.
세계인이 감탄하는 우리 꿀, 외국인도 즐겨 찾는 관광명소로 자리 잡아
이남숙 대표는 외국인들이 ‘벌이랑 꿀이랑’을 하나의 관광코스처럼 들러 우리 꿀을 예찬하며 구매해 갈 때 보람이 크다고 전했다. 평택시 주둔하고 있는 미군들이 자주 찾는데다가 가족들이 한국에 방문하면 꼭 함께 와서 한국 꿀을 소개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오히려 뉴질랜드 꿀 등을 찾는데 외국인들은 여기 와서 우리나라 꿀에 감탄한다. 신기해하고, 맛이 뛰어나다며 잔뜩 구매해 가신다. 우리 꿀이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것 같아 자부심이 든다.”는 설명이었다.
처음에는 그저 소비자들에게 우리의 좋은 꿀을 알리고, 대접하고 싶은 단순한 마음이었다고 한다. 정말 좋은 꿀을 직접 맛보게 하고, 조금 더 저렴하게 가져가게 하고, 다양한 메뉴와 함께 곁들이도록 하고... 그런 작은 마음들이 더해져 어디에서도 본 적 없는 특별한 카페가 완성되었다. 이남숙 대표는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메뉴를 개발하고, 부족한 점을 보완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또한 용기를 소독하실 수 있는 공간도 두고, 꿀을 먹는 곳에 손을 씻는 곳도 만들겠다는 계획도 전했다.